가을이 감빛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딸 노릇을 조금이라도 해보려고 휴가 때 마다 한국을 가면 휠체어에 어머니를 모시고 국화가 만발한 병원 마당을 돌며 옛날 이야기도 나누고 어머니와 함께, 꿈같은 시간을 보내다 캘거리로 돌아왔다. 늘 그렇듯이 어머니는 내가 방문을 할 때면 조금 호전되다가 다시 돌아오면 악화되곤하였다. 그해도 동생은 누나가 돌아간후 어머니가 안 좋아지신다고 전해왔다. 어느 날 갑자기 걸음을 걷지 못하는 어머니를 모두 이상하여 물었더니 옛날 살던 집, 텃밭에 가보고 싶어서 가셨다가 넘어진 후 그 때부터 어머니의 기나긴 투병생활은 시작되었다.
장작개비 하나, 노을 병동에 누워있다 움푹한 눈꺼풀은 무겁게 감겨오고 홑이불 아래 가물거리는 숨소리 타지 않는 마지막 불씨 태우고 있다
새끼들 바지락 칼국수 끓여 먹이려고 조개고개 너머 바다 가던 날 목까지 차오르는 밀물 헤치고 목숨과 맞바꾸어와 끓인 바지락 칼국수 당신 입엔 한 숟가락 떠넣지 않으셨다
조개 담던 바구니처럼 휘어진 등 공룡의 화석이다 새끼들을 두고 죽을 수 없다고 이를 악물고 파도를 헤치던 손은 실오라기도 잡을 수 없다
어머니, 눅눅한 손을 잡아본다 가만히 가슴에 묻는다 가슴 속에서 잉걸덩이로 타오른다
한 해가 저무는 그 해 겨울, 어머니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셨다. 굽어져 마른 다리는 마치 장작개비 같았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의 길인데 어머니는 왜 이리도 힘든 보속을 하시는지 곁에서 지켜드리지도 못하는데 자책감이 몰려왔다 외동딸로 어머니의 일방통행 사랑만 받았다. 그리고 내 생각만 하고 먼 나라로 이민을 왔다. 이민짐을 부치던 날,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던 어머니의 울음소리, 잊을 수가 없다.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의 불씨 그 무엇으로 지펴올릴 수 있을까. 가슴에 피어나는 잉걸의 불씨, 고이 간직하듯 안아본다. |
첫댓글 노을 저 너머에 여위셨지만
딸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는 어머님이 서 계신듯합니다
이 편의 얘 끓는 딸의 모습도......
좋은 시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천국으로 가셨지만 늘 내 가슴에서 따스한 위로 전해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