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뿔인문학연구소 나무랑문학아카데미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 2020/10/8/목
10월 주제: 시창작과 시 -본질에 대한 물음 (2)
**거짓과 문화는 안락하지만, 진실은 불편해요. 시쓰기는 자기와 남을 불편하게 해서 진실을 밝히는 거예요. 혹은 진실을 밝힘으로써 자기와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거예요. 『무한화서 -시 212』/이성복/문학과지성
**시는 독자를 소스라치게 만드는 귓속말이에요. 전에 어떤 학생 하나가 ‘교수님, 귀 좀 빌려주세요’ 하고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속삭였다고 해요. 또 시는 자신을 위태롭게 만드는 혼잣말이에요. 최근에 어떤 여자가 남편하고 자다가, 다른 남자 이름을 불러서 목 졸려 죽었어요.『무한화서 -시 215』/이성복/문학과지성
**읽고 나서 ‘그래서?’ 라는 말이 나오면 한참 덜 씌어진 시예요. 『무한화서 -시 221』/이성복/문학과지성
**프로이트가 말하는 ‘꿈 작업’의 네 가지 방식은 창작의 방법이기도 해요. 응축 condensation, 이동 deplacement, 형상화 figuration, 이차적 가공 elaboration secondaire, 이 공정들을 통해 잠자는 사람의 욕망이 성취되듯이, 도무지 말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든 말하는 것이 시의 ‘소원 성취’예요.『무한화서 -시 222』/이성복/문학과지성
**시는 기지旣知의 것에서 미지未知의 것으로 가는 짧은 여행이에요. 그 여행에서 하나의 앎이 맞들어지고, 그 여행에서 돌아올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지요. 『무한화서 -시 225』/이성복/문학과지성
**시의 화자의 말이 유창하면 독자는 믿음이 안 가요. 말을 잘하다는 건 자전거 바퀴의 체인이 벗겨진 것과 같아요. 좀더 어눌하게 이야기하세요.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시는 원목 原木이 아니라, 베니어판에 원목 무늬 비닐을 붙인 거예요. 『무한화서 -시 226』/이성복/문학과지성
**시는 정말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을 끝내 안 하는 거예요. 전에 어떤 프랑스 영화에서 ‘랑드뤼’라는 살인범은 형장刑場으로 가는 길에도, 자기 변호사에게 실토를 안 하더라고요.
『무한화서 -시 235』/이성복/문학과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