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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이라는 표현이 원래부터 그 땅에 자리를 잡고 살던 것을 일컫는 반면, ‘외래’라는 단어는 밖으로부터 옮겨온 것이라는 의미라고 하겠다. 따라서 이 책에서 주로 다뤄지는 ‘외래 동식물’은 원래부터 우리 땅에 살던 것이 아닌, 특정 조건에서 우리 땅으로 옮겨온 동물과 식물들을 가리킨다. ‘소리 없이 퍼지는 외래종의 습격에 위협받는 자연 생태계’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갑자기 나타난 외래 동식물들에 의해 기존의 생태계가 교란되고 위협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에 따라 외래 동식물을 들여와, 기존의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면서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인위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기존의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갈라파고스’의 예를 알부분의 ‘들어가며’에서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지하듯이 갈라파고스 섬은 다윈이 ‘진화론’을 저술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곳이며, 화산 폭발로 오랫동안 고립되면서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하던 무인도였다. 그러나 다윈의 방문 이후 외부 사람들이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2021년 기준으로 인구가 3만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저자는 갈라파고스 섬에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함께 들어온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다양한 외래 동물들로 인해, 기존의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인들이 남아메리카에 상륙하면서 무기를 앞세운 그들의 무력과 함께 병균이 유입되면서, 면역력을 갖추지 못했던 원주민들이 몰살당하는 요인이 되었던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남미에 자생하던 감자와 토마토, 고추와 고구마 등을 유럽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이들 외래 식물들은 유럽의 토양에 정착하게 되었고, 이후 식량난을 해결할 유용한 작물로 역할을 하겠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외래 동식물’은 기존의 생태계에 위협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외래 동식물’의 개념부터 이동 경로, 그들 가운데 기존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품종과 역할 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먼저 ‘외래 동식물, 어떤 종들이 잇을까?’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서양민들레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외래 동식물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외래 동식물들에 의해 점차 사라지는 토종 동식물이 생겨날 수밖에 없으며, 그들이 필요한 경우와 방치하여 생태계가 교란되는 상황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2부에서는 ‘외래 동식물, 어디서 어떻게 왔을까?’라는 제목을 통해서, 그들의 유입 과정과 도입 경로를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필요한 식물을 상대방 몰래 들여오는 이들을 ‘식물 사냥꾼’이라고 지칭하면서, 조선에 목화씨를 가져왔던 문익점 또한 그러한 범주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외래 동식물들이 제대로 관리되면서 기존 생태계에 까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터이지만, 때로는 인간의 통제나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3부의 ‘생태계 교란 외래 동물’과 4부의 ‘생태계 교란 외래 식물’에서는 과거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래 동물과 식물들, 그리고 그들에 의해 발생한 생태계 교란 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간혹 뉴스에서도 등장하는 뉴트리아나 황소개구리 등이 여기에 속하며, 2020년 기준으로 생태계 교란 동물은 1속 33종이나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 야생 식물은 2020년 기준으로 모두 16종에 달하며, 도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환삼덩굴을 제외한 나머지 15종이 외래 식물이다. 이들 대부분은 왕성한 번식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생태계에 위협을 가하면서, ‘씨앗을 다량으로 퍼뜨려 서식지를 넓히고 토종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교역과 왕래가 일상화되면서, 이미 동식물의 이동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기는 힘든 환경이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환경에서 마지막 5부에서는 ‘공존과 관리가 필요한 외래 동식물’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외래 작물이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기여하기도 했으며, 그것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점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외래 생물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며, 특히 기존의 생태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생물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관리는 전문가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관심을 기울일 때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과 공존을 하려면 그 대상을 제대로 알아야 하며, 이를 위해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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