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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문장씩 <대학>을 읽어라!” 표지에 둘러진 띠지에 인쇄된 이 글귀가 이 책의 의도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 고전 강독'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대학>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가의 경전인 사서 가운데 <논어>와 <중용>에 이은 <대학>을 대상으로 한 저자의 새로운 해석이 제시되어 있다. 추측컨대 저자의 다음 작업은 아마도 <맹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할 것이라 예측되지만, 만만치 않은 분량이라 만약 성사된다면 어떤 형태가 될 지 궁금하기도 했다.
주지하듯이 <대학>은 <중용>과 더불어 중국 송나라의 주희(주자)에 의해 정리되어, '사서'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은 문헌이다. 애초에 또 다른 유가의 경전인 <예기(禮記)>의 한 부분이었지만, 송나라의 학자인 정이 정호 형제와 주희 등에 의해 <대학>이란 이름으로 정리되어 독립된 문헌으로 분리되었다. <대학>은 개인의 수양을 뜻하는 수신(修身)으로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치국(治國)에 이르기까지, 지식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자세에 대해 제시하고 있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대인의 학문'이란 의미를 지닌 <대학>은 이른바 '군자'로 표현된 지식인들에게 일종의 ‘수신학(修身學)’ 교과서로 역할을 했다. 성리학을 받아들였던 조선에서는 '사서'가 유가의 이념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되었다.
주희는 <대학>을 ‘경(經)’과 ‘전(傳)’의 체제로 구성하고, 여기에 자신의 주석을 덧붙여 <대학장구>로 명명했다. 이 책에서는 <대학> 원문의 순서를 재배열하여, '리더'와 '인성' 그리고 '배움'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오날날에 걸맞은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예컨대 '군자'는 '리더'로 번역하고, '도덕'이나 '인의'라는 개념을 '인성'이라는 의미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유학의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추상적인 용어로 표현된 <대학> 원문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지극히 도덕적인 관점에서 전개된 <대학>의 내용은 때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당연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상의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대학>의 내용을 모두 50조목으로 재배열하여, 하루 하나씩 읽으면서 새기도록 한다는 의도로 편집되어 있다. 5개의 항목을 하나의 강의로 묶어 모두 10강에 배치했으며, '위기'나 '혁신' 등의 제목으로 정리하고 있다. 예컨대 1강의 ‘위기’라는 제목에는 ‘인생에서 <대학>을 만날 시간’이라는 부제와 함께, 하위 항목으로 ‘맹목’과 ‘실언’, ‘탐욕’과 ‘망령’ 그리고 ‘재앙’이라는 표제어들을 설정하여 대학의 구절들을 제시하면서 풀어가고 있다. 저자가 제시한 10강의 나머지 제목을 들면, '인성' '공감' '통찰' '인재' '경제' '통합' '평정' '공정' 등이다. 전체적으로 '리더'의 관점에서 자신의 개인적 처신으로부터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현대적인 관점에서 풀이되고 있다.
이 책의 체제는 각각의 소항목들은 제시하여, 공부의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구체적으로 각 항목의 가장 앞에는 문에 들어선다는 ‘입문(入門)’이 제시되고, 이를 거쳐 마루에 오르는 ‘승당(升堂)’과 방문으로 들어서는 ‘입실(入室)’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에 함께 말한다는 의미의 ‘여언(與言)’을 통해서 저자가 생각하는 바를 첨부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역할이라고 하겠다. 부언하자면 ‘입문’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저자가 각각의 항목을 제시한 의미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승당’에서 저자가 재배열한 <대학>의 해석과 원문을 제시하였다. 이어지는 ‘입실’에서 원문의 한자에 대한 저자의 풀이가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의 ‘여언’에서는 각각의 항목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펼쳐내어, 그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대학>을 강독하면서, 다양한 참고서들을 통해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체로 주자의 주석을 위주로 한 해석이 이해하기 쉽지 않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대학>을 새롭게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다시 원문을 강독할 기회가 있다면 아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무엇보다 저자가 이미 출간한 책들과 함께, 여기에서는 <대학>을 비롯한 유가 경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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