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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매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그것은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에 접했던 시는 늘 시험의 대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를 읽으면서도 주제나 특이한 표현 등 주로 시험에 나올만한 요소를 먼저 살피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작품을 자신의 관점에서 즐기지 못하고, 단지 분석하고 이해해야 하는 자료로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를 그렇게 대하면 정작 시의 참맛을 알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를 가르칠 때, 읽고 난 느낌을 먼저 말하라고 권한다. 재미가 있었는지, 어려웠는지 혹은 인상 깊은 구절은 무엇이었는지 등등. 일단 작품이 어렵고 재미가 없게 느껴졌다면, 그 시를 포기하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다시 한 번 찾아보도록 권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문가가 쓴 해설서를 참고하기보다는 자신의 관점에서 작품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꺼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작품 해설은 시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좋은 자료이지만, 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수능이 끝나면 출제된 시를 쓴 시인을 찾아가 문제를 풀게 하고 그에 대한 기사를 쓴 글들이 종종 화제가 되곤 했다. 기사의 마무리는 천편일률적으로 작품을 쓴 시인조차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냈다는 평가가 곁들여진다. 도대체 왜 시를 이해하는데, 직접 쓴 시인의 의도를 시시콜콜 알아야 하는가? 때로는 시인의 의도를 아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시인과 독자는 작품을 이해하는 관점이 일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시인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독법으로 작품을 읽어낸다면, 시인은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기사를 쓴 사람들은 정작 시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문학맹’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누가 시를 읽는가>란 책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미국의 문학잡지인 <시Poetry>에 기고했던 글들 가운데, 다양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에 대한 생각들을 모아 엮은 내용이다. 시에 대해 교과서적인 지식을 나열하지 않고, 각자의 입장에서 시를 바라보는 생각들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어렵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자신에게 시란 어떤 의미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전공과 직업도 다양한 50명의 사람들이 풀어놓은 시에 대한 생각들과 자신의 그것을 겹쳐서 생각한다면, 자신만의 시에 대한 ‘철학’을 정립할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다만 이 책에 작품들이 나에게는 무척 낯설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시에 대한 대양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견은 충분히 공감할 수가 있었다.
시험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창’으로써 시를 활용해 보는 것도 시도해 볼만하다고 하겠다. 먼저 자신이 읽은 후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있는 작품을 먼저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감상을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라도 기록하거나 말해보도록 하자.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시와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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