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캐나다 밴쿠버의 UBC 아세아도서관에서 발견하여 빌린 두편의 영화 <하녀>.
전도연 주연의 2010년 작 <하녀>(임상수 감독)의 오리지널 작품이라서, 그 영화 개봉 당시 김기영 감독의 원작 영화와 비교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루에 두편을 모두 본 결과, 역시 원작이 훨씬 더 탄탄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이다.
1960년에 발표된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궁핍한 음악가의 집에 머물게 되는 하녀의 이야기로, 스토리나 음악도 마치 히치콕의 영화를 보는 것같은 느낌을 주는 흑백영화이다.
오래된 필름을 다지털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마틴 스콜세지가 참여했다는 사실도 화제였으며, 지금은 대스타가 된 안성기의 아역 시절 연기도 살펴볼 수 있다는 흥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억척스럽게 재봉일을 해서 집을 장만하는 부인과 음악을 하면서 개인교습으로 생활비를 보태는 남편의 상황은 아마도 당시 예술을 하는 이들의 보편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정말 영화 속에서처럼 당시 방직공장에 다니는 여공들이 작업이 끝나고 음악과 미술 등의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배우들의 대사가 코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탄탄하면서 비극적인 결말로 이끌어내는 연출력도 돋보였다고 생각되었다.
이에 비해 임상수 감독의 새로운 해석에 의한 신작은, 전도연.이정재, 서우, 윤여정 등의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상류 가정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베이비시터의 역할을 하는 하녀로 채용되는 전도연의 상황이나, 그뒤 그 가정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개연성이 충분치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기영 감독의 원작이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디면, 임상수 감독의 영화는 눈요깃감으로 설정된 애정신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또한 결말의 처리 역시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지만, 오히려 사족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화면(배경과 배우 모두)을 보여주고 있으나, 작중 상황에 대한 개연성이 원작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다.
여하튼 원작과 그것을 재구성한 리메이크 영화 두 편을 나란히 감상하는 것도 분명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2018년 7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