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주의注意’
고바다 시인
혼자 먹는 밥은 까끌까끌해서 자꾸
목 안을 긁습니다 종종 속을 찌르며
짜증을 내거나
단잠을 깨우거나 하지요
그런 날은 여지없이 늦잠을 잡니다
해가 창문 열고 주방 개수대 앞
어른거려도 이미 고장 난 더듬이는
밤과 낮을 분간 못하고
길고양이 배고파 우는소리에
부스스 깨어나지요
내가 빠져나온 자리
새겨진 나는
민물새우처럼 휘어졌거나
다 먹고 버린 우유갑처럼 구겨졌거나
혼자 먹는 밥 혼자 먹는 술
무엇이든 혼자서도 잘해야 한다는데
혼자 밥을 먹는 일은 늘 중노동입니다
사실 밥을 가운데 놓고
마주 앉는다는 것은
밥을 핑계로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읽는 일인데
이인용 밥상에 당신을 채우지 못하고
졸졸 따라붙는 스토커
위염이나 불면을 안고 사는 이 기막힌
나날 나는 혼밥 注意자입니다
◆ 시작노트
하루를 버티는 두 끼는 매번 혼밥이다.
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나이 들수록 서로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매번 끼니가 채워주는 듯하다.
특별히 서운한 것도 없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사는 삶.
습관처럼 스며든 우리의 생활방식이지만
서로 군말 없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진실을 살짝 풀어봅니다.
◆ 고바다 시인 약력
- 시전문 계간지 ‘시와편견’으로 등단
- 시사모 동인/한국디카시학회 동인
- 시집 ‘바람인형의 바람’
- 동인지 ‘시의 에스프레소’ 공저
출처 : 경남연합일보(http://www.gn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