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
석민재
노래 들을 때는 노래만 꽃은 꽃만
얼굴에는 얼굴만
이건
집중, 좋게 끝나야 하는
거죽과 안의 집착이라면
서로에게 남기는 편지
맨날 과거형 친애하는 나의 애인들
쏜살같이 불빛이 지나는 마을에
산불 조심 방송이 이명산을 넘어가는 순간에
꽃이 핀다
입술과 입술만 없는 그림과 너 안에 너 안에 너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고통받는 이유 있다
화려한 과거와 힘겨운 미래가 있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가 사소한 것이어도
건강한 사람이 슬픈 장소를 찾아다니는 원인을 몰라도
천 번이어도
분홍은 분홍만
불과 몇 초 사이의 하얀 기분이어도
최후의 약한 색으로 괴로워해도
걸을 때는 걷는 것만
석민재 시인
2015년 《시와 사상》 신인상, 201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 『그래, 라일락』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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