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애기 재우고 디플로 봤습니다.
제가 페북, 인스타 모두 마블 관련한 매체(모두 미국 본토 커뮤니티입니다.)를 많이 팔로우 하고 있는데
평이 너무... ㅆㄹㄱ 같아서 살짝 긴장했습니다.
괜히 보는거 아닌가 싶어서
베일 형님이랑 러셀크로 형님 나온다는 정도만 숙지하고 봤네요.
라탈리 포트먼 또 나오는지도 몰랐음...
결론적으로 제가 주는 평가는
세간의 ㄱㅆㄹㄱ 라는 평가보단 후하게 배점합니다.
별3개 정도
걍 킬링타임 정도로 볼만한 영화
원래 토르 시리즈는 딱 그 정도의 영화였어요.
단지 라그나로크가 너무 잘 만든 오락영화여서 문제가 아니었는지 싶었고요.
후설은 좀 진지하게 길게 써봅니다.
러브앤썬더가 ㄱㅆㄹㄱ라는 평가는
특히 한국보다 미국에서 많이 보이는데
그럴만도 한게 미국은 중산층 이하 대중문화로 갈수록 생각보다 더 무식한 애들이거든요
종교에 대한 맹신이 우리나라 개독충 못지 않고요.
얘네들 대부분 제우스니 그리스로마신화니 이런거 몰라요.
또한 한국에서 자주보이는 러브앤썬더에 대한 악평의 주요한 줄기는
이건 신나는 분위기인건지, 똥폼잡자는건지, 왜 이따위로 어슬프게 가벼운 척하는건지
영화의 위트, 개그, 톤에 대한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생각보다 상당히 무겁고 어둡다고 보입니다.
영화의 주제는 대부분 첫장면, 첫씬에서 치고나가죠.
신이 왜 더이상, 인간을 도와주지 않느냐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고르는 신이 결국 나(딸을 잃고 혼자 남은)를 행복의 나라로 인도해 줄거야
라는 고결한 종교적 신념으로 고난을 버팁니다.
하지만 정작 신이라는 존재는 아무것도 아닌 이기적인 존재였습니다.
고르의 처절함과 분노에 어떤 사유로 형성되었는지 보여줍니다.
게다가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도 이 주제의식을 반복합니다.
죽은줄 알았던 러셀크로가 이런말을 하죠
"옛날에는 비 내려달라고 인간들이 신을 찾았는데 왜 이젠 안그러지?"
이건 제가 얼빵떄리고 입만 열면 신이나 찾고앉아있는 종교맹목주의자들한테 자주하는 말입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비가 안오면 기우제를 지내고 신을 찾았지. 그런데 지금 그러면 병신이다 왠줄 알아?
옛날에는 비가 왜 내리는지 어떻게 내리는지 몰랐거든. 하지만 이젠 알어. 비내리는것 정도는 이제 믿음이 아니라 과학이거든"
이 부분은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정신적 뿌리가
종교, 신, 신앙, 기도, 평화로운 사후세계 대한 인도 같은것에 있는 사람들에겐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입니다.
종교와 신은 허상이고
인간이 이성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얻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말이죠.
여기에서부터 종교에 맹목적인 사람들은 이 영화를 받아들수가 없는 것입니다.
한낱 오락영화 주제에 감히 나의 신과 종교를 부정한다는 것이 말이죠.
다음이 이 영화의 근본없는 톤에 대한 문제입니다.
반신반인인 주인공 토르의 고뇌는
사실상 이 영화의 핵심주제 조차 아닙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단골주제.
영웅적인 힘이 있지만 심리적 갈등 사이에서 고뇌하다가 답을 찾고 적을 무찌르는...
이런 영화가 애초에 아닙니다. 이 영화는 토르가 무슨 고뇌를 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토르가 가오갤 패밀리로부터 떨어져나오는 부분이 영화 초반부고요
여기에서 잠깐 토르의 최근 여정, 고뇌, 상실 이런것들이 나오는데
여기서 중요한 토르가 무엇을 고뇌하느냐가 아니라 이 고뇌의 내용이 상당히 인간적인 고뇌라는 것입니다.
나의 행복,
나의 가족, 그리고 이별
나의 사명
나의 사랑
정~~~~~~~~~~말로 인간적인 질문입니다.
신이 나오는 영화 중에 이런 고민하는 영화 본적 있으십니까?
예수님, 우주 유일신, 우주 파괴신이
나의 행복이 뭐지... 나는 지금 즐거운가? 이렇게 사는게 맞는가?
이런 고민하지 않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지? 이건 인간이 하는 고민이죠.
영생과 절대의 상징인 신의 고민이 아닙니다.
토르는 이러한 고민을 합니다.
토르는 인간의 고민을 하는 것입니다. 이게 중요한 것입니다.
영화는 반신반인, 육체적으로 죽지않는 신에 가까운 토르를 아주 인간화시켰습니다.
예전의 토르는 신인 아버지로부터 이어받고 지켜야하는 왕국과
아스가르드인들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에 대한 고뇌를 했습니다.
이것이 신에 어울리는 고뇌이죠. 인간으로쳐도 극소수의 특별한 삶을 살았던 왕족의 고뇌입니다.
그동안 토르시리즈와 어벤져스 시리즈에서의 토르는
약간 대책없고 약간 댕청하게 보이지만 전지전능한 최강파이터라고 그렸다면
러브앤썬더부터의 토르는 인간에 가깝습니다.
토르가 인간으로써 이 영화에 투영되어 있다는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신전에서 신들의 원군을 요청하러 갔다가
제우스에게 실망하고 한바탕 난동을 부린 토르는
썬더볼트를 이용하여 제우스를 죽입니다.
영화적으로 볼때 썬더볼트만 탈취해서 무사히 도망쳐도 될 그림입니다만
그 상황에서 분노한 토르가 굳이 신들의 신인 제우스를 죽이는 장면을 삽입한 이유도
위의 내용을 복합적으로 버무린 효과라고 봅니다.
인간적인 고뇌하는 토르가
우리가 만들어놓은 완전하고 절대적인 무결점의 존재인 신, 그 중에서도 신들의 왕인 제우스를 죽임으로써
신과 종교는 허상이라는 이 영화의 핵심 주제를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는거죠.
그래서 결국 저는 앞으로의 토르 시리즈는
주인공인 토르는 이제 인간의 입장이 되어
신, 종교라는 고리투분하고 케케묵은 대상으로부터 싸워나가고 인간으로써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딸아이를 키우게 되는,
그것도 아주 인간적인 환경속에서 자녀를 양육해야하는 토르를 보더라도 더더욱 그러합니다.
아무튼
위에 미국이 무식하다는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신이 우리를 지켜줄거야.
신께 기도를 올리자.
신의 뜻대로 될거니까 걱정하지마.
이건 미국인에게 있어서 엄청나게 중요하고, 부정하기 힘든 타부 중의 타부입니다.
이 영화는 그걸 정면으로 건드리려 했고
그러다보니 이 영화를 최대한 아무생각없고 아무 개연성없고 한없이 가볍게 만들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원색적인 색체
한없이 원초적인 웃음코드
단조로운 네러티브
이러한 장치들을 사용해서 말이죠.
이번 작품의 흥행성적에 대단히 좋지 못하다고 들었는데
과연 후속작의 노선을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지 궁금합니다.
토르와 혈통적으로 똑같은 처지인 헤라클라스와 대결할 것으로 보이는데
마블이 주제의식과 톤을 어떻게 잡고 갈지 궁금합니다.
결국 신과 종교라는 원초적인 대상은
마블 이야기에서는 서서히 부정하고 지적하게 될 대상입니다.
마블이 그리는 페이즈 투 영화들은
과학적으로 볼때 상당히 세련되고 앞써있는 이론들을 빼대로 설계되어 있고
결국 다중우주, AI, 인간복제, 영생 등을 현실화하고 있는 현대과학과 이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입장에선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인식을 건드리고 또 건드리고 싶어할 것입니다.
고전물리학에선
수학과학적 이론을 이해하지 못해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영역들이 있지만
현대물리학에선 인간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영역들이 태반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마블은 다중우주론은 영화적으로 잘 풀이하여
전세계 대중들이 어느정도 영화적, 허구적으로 받아들이게 끔 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내가 그토록 기도하고 또 기도했는데 왜 신은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가?"
"기도? 많~~~~~~~이 해라. 그래 난 신이고, 넌 인간이고. 너희의 존재이유는 나를 섬기기 위함이고 나는 너희같은거 얼마든지 또 있어"
"옛날에는 비 내려달라고 나한테 기도들이던 인간들이 왜 이제는 안 그러지?"
와 같은 누군가에겐 상당히 불편한 질문들을 지속적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블 스튜디오는 마블 영화들을 통해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내가 둘이, 셋이 될 수 있는가? 영생은 가능한가? 우주와 차원의 경계는 무엇인가?
와 같은 철학적이자 과학적인 질문들을 계속해서 담을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어느시점에 가서는
평범한 대중에겐 마블영화를 보는게 부담스러운 도전이 되고
심리적 저항선까지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마블은 이 선을 어디까지 건드려야하고 넘지 말아야하는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고요.
첫댓글 우와~~~~~~
토르로 이렇게 진지한 담론을 이야기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제가 토르를 디플로 곧 볼 예정이라 글은 슬 읽고 지나갑니다만
선댓글을 안 달수가 없었네요.
울 이쁜 아가가 아빠에게 선사해준 시간이였네요.
저도 진지하고 걱정없이 토르 봐 볼랍니다~^^
감사하게도 12시간 주무시더군요 ㅎㅎ 저녁7시부터 아침7시까지 ㅎ
@강기사 효녀다 효녀~~~~
잘자야 건강하고 키도 크고
아빠에게 짬도 내주고~~^^
굉장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뒤늦게 강기사님 멋진 후기 읽고 감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