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저는 15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 묘를 이장하면서 배우게된 귀한 교훈들을 나누기를 원합니다.
아버님께서 묻히신 곳은 진씨 가문의 선산이 아닌 마산 공원묘지 안에 있는 가족공동묘지였습니다.
이 가족묘지는 선산에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묻혀있던 직계 조상들의 묘소를 아버님 생전에 한 곳으로
모아 어렵사리 물질과 공을 들여 장만한 것이었는데 공원묘지에 대한 법이 바뀌면서 정책적으로 세금
을 물려서 묘지를 제한하는 것 때문에 어려움이 생겨났습니다.
한 대를 건너가고 나니 손주들만 해도 윗대를 모시려는 마음도 없고 유력한 사람도 없어져서 아무도
이 선조들의 묘소 세금을 물려고 하지 않게 되어 10 여년만에 천여만원의 부채가 쌓이게 되어 곤란해
졌습니다. 결국 저희 집에서 그 밀린 세금을 다 갚아주고 아버님 묘를 이장하여 어머님과 납골당에
같이 안치하려고 옮겨오게 된 것입니다. 윗대에는 참 유력하고 번성했던 집안이었는데 세월 속에
조상들의 묘소 하나 지킬만한 사람이 없어진 가문을 보며 생각이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 아버님 형제의 10 남매의 자손들이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얼마 전까지도 왁자지껄하고 말도 많았던
집안이었는데 작은 아버지 묘 이장에도 얼굴을 내민 사람은 집안의 장손과 그 동생 밖에는 아무도 없
었습니다. 한 집안의 흥망성쇠를 현실로 보는듯 하였습니다.] 결국 천석군의 큰 부자이셨던 할아버지
의 유산을 물려받은 자손들은 지리멸멸해지고 할아버지께서 꿈 속에서 보물상자를 물려주셨던 아버님
께 집안의 그 복이 흘러내려 온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또 묘와 시신을 화장하고 이장하는 일이 영적으로 작지 않은 일임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한 집안의 묘소
에는 그 집안의 정기가 서려있고 가문의 영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어서 함부로 손을 대면 영들의 공격
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또 이장에는 조상의 축복을 내려받는 현장이기도 함을 경험 하였습
니다. 우리 조상들이 풍토지리설과 묘소에 대한 엄중함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저희 집에 들러서 대부도에 갔다가 오산리로 갔습니다.
아버님 묘이장에 함께해 주었던 지체들께 감사드리고 쉽지 않았지만 귀하고 깊은 은혜의 시간을 경험케
해주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