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7일 연중 제16주일(농민주일)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 1995년 추계 정기 총회의 결정에 따라 해마다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로 지내고 있다. 이날 교회는 농민들의 노력과 수고를 기억하며 도시와 농촌이 한마음으로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맞갖게 살도록 이끈다. 각 교구에서는 농민 주일에 여러 가지 행사를 마련하여 농업과 농민의 소중함과 창조 질서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 오늘은 연중 제16주일이며 농민 주일입니다. 지혜롭고 자애로우신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을 주시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교회에 모이게 하십니다. 교회 안에서 들려오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형제들을 그리스도로 받아들이고 섬기도록 합시다.
<마르타는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38-42
그때에 38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그러자 마르타라는 여자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39 마르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40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 다가가,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41 주님께서 마르타에게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42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제27회 농민 주일 담화
“적은 것이 많은 것입니다” (「찬미받으소서」, 222항)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지난해 5월 24일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정식으로 선포하였습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된 이래, 교회 공동체의 생태적 회개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졌고, 가톨릭 교회는 2021년부터 7년 여정으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를 위하여 구체적인 생태 환경 운동에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각 교구와 본당, 단체, 개인이 탄소 중립을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27회 농민 주일을 맞아 특히 농업과 관련하여 교회가 탄소 중립을 향한 발걸음에 어떠한 실천으로 부합해야 하는지 살피며, 더 올바른 방향으로 힘 있게 매진해야 합니다.
농촌 사회의 희망인 소농 정책
우리 농촌 사회는 이미 오래전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였습니다. 고령화된 어르신들만 지키고 계신 농촌은 농사지을 사람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말해 줍니다. 기계화된 기업형 농업, 화석 연료를 태우는 대형 하우스와 스마트 팜(Smart Farm), 대규모 축사의 육류 가공 등 소수의 인력으로 대량 생산을 이끌어 내는 자본주의적 농업 방식이 우리 농촌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농업 방식은, 생산량은 늘어나지만 화석 연료나 농약, 비료 등의 사용량이 급증하여 탄소 중립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칩니다. 더욱이 농업 구조는 소수의 고소득 기업농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농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소농들도 중요시하는 세심한 정책들이 강화되기를 바랍니다. 소농들이 살아야 식량 주권(쌀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 5% 이하), 탄소 중립이라는 커다란 가치를 향하여 나아갈 수 있습니다. 교회 또한 농촌이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게 하여 설자리를 잃어 가는 소농들에게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줄 수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농촌과 도시의 상생 관계가 더욱 간절한 시기입니다.
불편함 속에서 발견되는 탄소 중립
오늘날 우리의 삶을 떠올려 봅시다. 대형 마트에서 커다란 수레에 한꺼번에 장을 보고 돌아와 냉장고를 가득 채우곤 합니다. 택배와 배달 음식 등을 손쉽게 이용합니다. 저렴한 먹거리를 찾다 보면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이용하여 만든 식품이라 할지라도 망설임 없이 고릅니다. 풍요로운 사회 속에서 절약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 양식 자체가 윤택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여기며 살아왔지만, 지금 우리는 일상을 돌아보며 습관적인 소비의 삶에서 벗어나는 ‘생태적 회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버리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일상의 불편함을 선택함으로써, 대량 소비와 편리함에 집착하지 않고 우리에게 참다운 삶의 기쁨을 주며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생태 영성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우리농)의 첫 마음으로
주교회의는 1994년 춘계 정기 총회를 통하여 교회가 우리 농민과 농토와 농업을 살리는 일을 적극 지원하기로 하고, 그 가운데 하나로 교구별로 본당에 우리 농산물 나눔터를 설치하는 데 협조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우리농이 각종 화학 농약과 비료 등으로 점철된 관행 농업에서 벗어나 땅과 물을 살려 창조 질서를 보전하고 생태 환경을 생각하는 생명 농업을 시도하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교회의 신앙적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농업이었습니다. 이러한 지향으로 1990년대 말까지 거의 모든 교구에 우리농 본부가 설치되었습니다. 가톨릭 농민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농사를 지을 농민들이 조직되었고, 도시 본당을 중심으로 우리농 나눔터가 설치되어 정직하고 건강한 우리농 농산물을 신자들과 나누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농의 농법은 관행적인 농법보다 훨씬 많은 땀과 노고가 수반됩니다. 이 길은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 길을 걷는 시간은 그 신앙적 가치를 신자들에게 알리며 농산물 나눔에 대한 열정도 충만하였던 시기였습니다. 지금까지 25년여 시간 동안 참으로 의미 있는 길을 힘차게 걸어왔음에 자긍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늘날 우리 교회가 전반적으로 우리농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때로는 우리농에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탄소 중립을 위하여 우리농이 추구하였던 방향을 되새기고 새롭게 정진해야 할 때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우리 교회의 삶 전체를 생태적 기준으로 바라보고 작은 것이라도 함께 연대하여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 대로 작은 실천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시대가 생명에 대한 새로운 경외를 일깨우고 지속 가능성을 이룩하려는 확고한 결심을 하며, 정의와 평화를 위해 투쟁하고 삶의 흥겨운 축제를 위하여 노력한 때로 기억되도록 합시다”(「찬미받으소서」, 207항).
2022년 7월 17일 제27회 농민 주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20524?gb=K1200 ]
<과거의 모든 시대에 감추어져 있던 신비가 이제는 성도들에게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콜로새서 말씀입니다. 1,24-28
형제 여러분, 24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25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당신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라고
나에게 주신 직무에 따라, 나는 교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26 그 말씀은 과거의 모든 시대와 세대에 감추어져 있던 신비입니다.
그런데 그 신비가 이제는 하느님의 성도들에게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27 하느님께서는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 나타난 이 신비가
얼마나 풍성하고 영광스러운지 성도들에게 알려 주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그 신비는 여러분 가운데에 계신 그리스도이시고, 그리스도는 영광의 희망이십니다.
28 우리는 이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사람으로 굳건히 서 있게 하려고,
우리는 지혜를 다하여 모든 사람을 타이르고 모든 사람을 가르칩니다.
축일7월 17일 성녀 세쿤다 (Secunda) 등 동료 순교자
신분 :순교자
활동 지역 :튀니지(Tunisia)
활동 연도 :+180년
같은 이름 :세군다, 세꾼다, 쎄꾼다
성 스페라투스(Speratus)와 그 동료 순교자들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 때에 체포되었으나, 실제로는 그의 아들 코모두스 황제의 명에 따라 순교하였다. 이 순교자들은 쉴리움, 곧 오늘날 북 아프리카의 튀니지 출신으로 스페라투스와 성 나르잘레(Narzales), 키티누스(Cythinus), 베투리우스(Veturius), 펠릭스(Felix), 아킬리누스(Acyllinus), 레탄티우스(Laetantius) 등 남자가 7명이고, 성녀 야누아리아(Januaria), 제네로사(Generosa), 베스티나(Vestina), 도나타(Donata), 세쿤다 등 여자가 5명이었다. 그들은 카르타고(Carthago)의 감옥으로 끌려가서 집정관 사투르니누스의 이교 신상에 대한 희생 제의를 끝내 거부하고 순교하였다. 이때 함께 순교한 스페라투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하느님, 감사합니다.”였다.
오늘 축일을 맞은 세쿤다 자매들과 동료 순교자 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