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노래
- 정연복
어쩌면 하늘
저리도 맑고 푸를까
잠시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시원하다.
하루하루 새록새록
단풍 물들어 가는 잎들
오래 뜸들여온
생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춤추는 들길을 걸으며
행복하다 아름다운 계절에
나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낙엽
- 유치환
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쓸고 있다.
낙엽에게
- 나호열
나무의 눈물이라고 너를 부른 적이 있다
햇빛과 맑은 공기를 버무리던 손
헤아릴 수 없이 벅찼던 들숨과 날숨의
부질없는 기억의
쭈글거리는 허파
창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더 이상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였다
슬픔이 감추고 있는 바람, 상처, 꽃의 전생
그 무수한 흔들림으로부터 떨어지는,
허공을 밟고 내려오는 발자국은
세상의 어느 곳에선가 발효되어 갈 것이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 슬픔은 없다, 오직
고통과 회한으로 얼룩지는 시간이 외로울 뿐
슬픔은 술이 되기 위하여 오래 직립한다
뿌리부터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취기가 없다면
나무는 온전히 이 세상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너는 나무의 눈물이 아니다
너는 우화를 꿈꾼 나무의 슬픈 날개이다
첫댓글 늘 도움되는 좋은글에도
귀한 댓글에도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잘 읽습니다
염진희 선생님♡♧♡
시 읽기 좋은 시월,
시월의 시들 잘 음미했습니다.
항상 나눠주시는 마음
고맙습니다^^
예쁜 가을 시를 정리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도종환 님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이 문장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펜으로만 버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른 시간 읽다가...
잠깐 멈추고 커피를 가져왔습니다.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중 가을 음악까지 틀었습니다.
행복합니다. 참 행복합니다. 감사해요 염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