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주소
/ 김별
열 두 폭 병풍을 펼쳐 놓은
산수화 속인 듯
안개에 싸인 호수와 겹겹이 이어진
깊고 고즈넉한 산들이
찬 바람은 막아주고
따듯한 햇살은 둥지처럼 모아 주는 곳
철 따라 꽃이 피고
무리 지어 흩어졌다 모이는 온갖 새들
잃어버린 고향 마을처럼 정겨운
하늘공원 229-85
부모님 계신 주소인데
명절이 되고 생일이 되어도
부모님은 길이 멀어 오지 못 하시고
먹고살기 바쁜 나는 가지 못한다
사랑했건 미워했건
인연이었건 운명이었건
고단한 삶의 고리를 끊으시고
모두가 無가 되고
空이 되었으니
이제 편안하실 거라고
애써 외면하며 살아야 했건만
그것이 더 큰 자격지심이 되었을까
공자님 말씀처럼
귀신은 없어도
제사는 잘 모시리라 했던 다짐조차
죄업을 쌓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내리사랑이라 하지 않던가요
이번 명절에도
가고 오지 못 한다 해도
두 분 손 꼭 잡으시고
꿈속에서라도 한번 다녀 가세요
우주의 생성과 운행이
음양의 이치라 하지만
천륜의 섭리보다 어찌 더 크다
하겠습니까
폭염에 솥을 걸고 찐
고구마를
잘 익은 나박김치에
곁들여 먹건만
목이 콱 막혀
그만 눈물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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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주소
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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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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