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독립신문'..근대 한글 자료에서 예술 가치를 보다
이종길입력 2022. 10. 8. 10:00
국립한글박물관, 한글 실험 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
한글의 가치를 예술·산업 콘텐츠로 확장한 특별전이 마련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지난 7일 기획전시실에서 연 한글 실험 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다. 한글디자인 창작의 장을 펼치고 근대 한글 자료를 예술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박물관 측은 "근대는 한글이 쓰이는 방법과 한글 문헌 형태에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어문 규정의 토대가 다져졌다"고 설명했다.
한글은 1894년 고종의 '국문선포'로 약 450년 만에 공식 문자로 인정받았다. 제도적 정리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불러일으켜 다양한 연구로 이어졌다. 가로쓰기·띄어쓰기·한글 전용 글쓰기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고, 한글 납활자도 활발하게 생산됐다. 각종 서적에 특색 있는 한글디자인도 적용됐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한 당시 흔적은 크게 다섯 가지. 주시경 선생이 남긴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와 국어 문법서 '말의 소리', 지석영이 편찬한 외국어 교재 '아학편', 프랑스인 선교사가 편찬한 한국어 문법서 '한어문전', 한글 띄어쓰기를 선구적으로 적용한 '독립신문' 등이다. 작품 서른다섯 건 1500여 점에 응용돼 새로운 가치를 발산한다.
전시는 네 공간에서 진행된다. '동서말글연구실'에는 이화영의 '한HAN글文', 유정민의 '5개의 기역/아야어여오', 이슬기의 '됴찬쇼' 등이 배치됐다. 하나같이 '한어문전'을 근대 한글과 서양 언어의 소통 차원에서 재조명한다.
'한글맵시연구실'에는 시멘트의 '쓰기의 층위', 박춘무의 '무제', 김무열의 '권점: 띄어서 쓰기' 등이 있다. 가로쓰기, 풀어쓰기 등 근대 한글 사용 방법의 변화가 제각각 새롭게 표현됐다.
'우리소리실험실'은 대중에 인기를 끌었던 판소리계 납활자본 고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로 채워졌다. 김혜림의 '효', 김현진의 '한글 광상', 국악 아카펠라그룹 토리스의 '제비노정기' 등이다.
'한글출판연구실'에는 이성동의 '얽힌', SAA의 '말MAL', 유남권의 '지태칠기', 스튜디오 페시의 '자모타일' 등이 전시됐다. 근대 한글 출판물을 창작의 원천으로 활용한 작품들이다.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작품들은 베이징, 도쿄, 홍콩 등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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