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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아홉째 망종입니다. ‘망종(芒種)’이란 벼, 밀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라는 속담이 있는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느라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한해 가운데 가장 바쁜 철입니다.
그런데 보리 베기 전에는 ‘보릿고개’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6월 7일 치 동아일보에도 ”300여 호 화전민 보리고개를 못 넘어 죽을지경"이라는 기사가 있었던 것이지요. 또 ‘보릿고개’를 한자로 쓴 ‘맥령(麥嶺)’과 더불어 ‘춘기(春饑)’, ‘궁춘(窮春)’, ‘춘빈(春貧)’, ‘춘기(春飢)’, ‘춘기근(春飢饉)’, ‘춘궁(春窮)’, ‘궁절(窮節)’ 같은 여러 가지 말들이 《조선왕조실록》에 자주 나옵니다.
▲ 보리밭(사진작가 공영춘 제공)
이처럼 예전에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망종 무렵 헐벗고 굶주린 백성이 많았습니다. 보리는 소화가 잘 안돼 ‘보리방귀’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보리방귀를 연신 뀔 정도로 보리를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방귀 길 나자 보리양식 떨어진다’라는 속담이 나왔을까요. 이제 우리 겨레도 '보릿고개'란 말을 잊게 되었지만, 살이 쪄서 ‘살 빼기’가 이야깃거리인 요즘에도 여전히 굶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주변에 보릿고개로 고통받은 이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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