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런의 여행은 버지니아를 시작으로 미네소타까지 도달하는 게 목적이다. 자신을 낳은 자기 혐오의 근원을 찾아가려 한다. 더이상 딸을 감당할 수 없었던 아빠는 목소리만 남기고 떠났다. 기댈 곳은 아빠의 마지막 메시지가 있는 테이프뿐이다. 매런은 여행중 자신과 같은 냄새를 지닌 이들을 만난다. 그과정에서 자신들이 ‘이터(eater)’라는 부류로 취급되고 냄새로 서로를 알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매런은 늙은 이터인 ‘설리’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 받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 때문에 그에게서 벗어난다. 두번째 만난 이터는 ‘리’였다. 매런은 이제 냄새로 이터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을 피비린내와 지독한 허기가 주는 공허의 냄새일 것이다. 공허는 외로움이라는 향을 만들어 내고 리와 매런은 처음 사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본즈 앤 올은 고어한 장면과 멜로 요소를 섞은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표면 아래에는 더 다양한 함의들을 품고 있다. 80년대를 대표하는 소품들과 음악은 미국이 가장 풍요러웠던 레이건 시대를, 중서부를 여정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매런과 리의 모습은 서부를 향해 달려가며 만들어온 그들의 역사와 닮아있다. 매런의 여정은 저주와 같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지만 정작 마주한 현실은 철저히 경계인이 될 수밖에 없는 자신이었다. 인종이 다른 부모 사이에 태어났고, 이터의 본능을 갖고 태어났지만 식인을 하지 않는 보통의 삶을 동경한다.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하고 철저히 고독해야 만 하는 경계선에 놓은 운명에 힘들어한다. 리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의 곁에 있고 싶지만 언제고 자신의 본능에 의해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함께 있을 수 없다. 동생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려는 것 또한 언제고 떠날 수 있게 만들어 주려고 하는 마음인 것이다. 여름에 쏟아지는 빛은 이들의 사랑과 욕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만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외면받는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사랑의 증명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인간이 생겨난 이래 가장 오래된 명제인 나는 누구인가를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소수자들의 보헤미안적인 여정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식인이라는 주제 대신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같은 장치를 써도 충분했을 것이다. 식인을 하는 행위는 직유인 동시에 은유로서 작동한다. 이터들은 자신들의 먹은 이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매런은 그들이 남긴 책을 읽고, 리는 옷과 차를 취한다. 설리는 먹은 자들의 머리카락을 모아서 소지하고 다닌다. 카메라의 컷 역시 먹힌 이들의 과거 사진이나 소지품들을 비추다가 식인하는 인물로 넘어간다. 이것은 단순히 본능에 충실한 탐식 행위가 아닌 사회 밖으로 밀려난 이들이 상장하며 배워가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조금 더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무엇을 먹느냐는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 다만, 여기서 무엇은 누구로 바뀌게 되는 것이고 그때 이터가 먹은 것은 한 명의 사람이자 하나의 세계가 된다.
삼인칭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설리의 모습은 오랜 시간 혼자 남겨진 이의 고독이 묻어난다. 누군가 진심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길 바랬던 그는 매런에게 광적인 집착을 보이다가 죽게 된다. 매런은 설리를 먹으며 리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동생 케일라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먹었던 리의 마음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칼을 맞아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고통을 겪는 리는 매런에게 자신을 먹어달라 말한다. 내 아픔을 이해하는 이에게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처절한 사랑 고백인 것이다.
결말에 이르러 매런은 먹는다는 행위는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작은 베이비시터였고 다음은 자신에게 퀴어적인 감정을 느끼던 동급생이었다. 어떤 형태 로건 자신을 욕망하던 존재를 먹었고 다음은 설리와 리가 제공했던 사냥의 결과물들이었다. 사랑을 주는 존재이거나 사랑을 준다고 믿었던 이들이 제공하는 것을 먹던 매런은 자신의 삶이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존재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런 상징은 처음 버스표를 살 때 자신이 18살임을 증명할 때와 대비된다.) 유사 아버지로 보이는 듯한 설리로부터 풀 본을 추구하던 제임스와 브래드에게서도 매런은 공허와 외로움을 냄새로 만들어내는 이들이라도 자신과 결코 같지 않음을 여정을 통해 배웠다.
첫사랑은 언제나 실패로 끝난다. 여름의 한가운데서 소녀는 그것을 알아간다. 매런의 여정은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가로 시작해 어디에 안착하는 가로 끝을 맺는다. 인생은 비극이자 낭만이며 죽고 싶은 와중에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아름다운 모순이다. 본즈 앤 올은 그리하여 마침내 뼈까지 모두 줄 누군가를 찾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 말한다. 모든 것은 뼈고 모든 것은 거기 있다.
나중에 자세히 읽어볼께요~ (선 댓글 후 리딩) 개봉날 봤는데 전 색감표현이 가장 좋았어요 두 주연배우의 의상도 인상깊었구요 티모시배우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지만 배우로써 아름다움?이 있을때 이런 영화를 스스럼없이 찍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니발리즘을 넘어선 이터라는 새로운 캐릭터 등장, 신선했어요
첫댓글 감상 잘 읽었습니다.
오롯이 배우만 보고 보고싶다고 체크했던 영화였는데..이런 내용이였군요.
호기심 보단 약간의 충격이 남네요. ㅎ
감상평이 하나의 작품이네요..
디귿님 말씀처럼 몰랐던 내용을 알게되어 조금 망설여지네요. 고어한부분이 있을듯하여..ㅎ
정성스런 후기에 체리따봉 하나 놓고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루카 감독과 티모시가 만난 작품이라 기대가 더 됩니다.
고어함이 얹어진 루카의 미장센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영화만큼이나 기대감을 주시는 소대가리님 리뷰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막연히 재미있겠는데 에서 리뷰를 읽고나니 꼭 한번 봐야겠다로 마음이 바뀌네요. 잘 읽었습니다. 잘 외워지지 않았던 제목도 한큐에 입력됐습니다. 아, .본즈 앤 올, .그뜻이구나
이런 좋은 리뷰를 읽을 수 있도록 내가 소대가리님을 알고 있다는 것도 참 좋습니다. 올해 소대가리님이 제일 좋았던 영화라는 말이 리뷰로 증명되네요 ^^
영화 보지는 못했지만, 리뷰에서부터 대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오네요 ^^ 좋은 영화 소개해주시고 좋은 리뷰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
어제 보고왔는데 전 이영화가 너무너무 좋았어요. 먹는장면에선 가끔 눈을 감았지만. 슬프고 아름답고 위로받고 위로해주고 싶은 영화네요.
나중에 자세히 읽어볼께요~
(선 댓글 후 리딩)
개봉날 봤는데 전 색감표현이 가장 좋았어요
두 주연배우의 의상도 인상깊었구요
티모시배우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지만 배우로써 아름다움?이 있을때 이런 영화를 스스럼없이 찍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니발리즘을 넘어선 이터라는 새로운 캐릭터 등장,
신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