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역에서
어제 무궁화 완행을 타고 와서는
오래 묵은 벗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완행열차를 타고 돌아간다
기차는 왠지 완행이 좋다
방금 전에 KTX 상행열차가 출발하자
붐비던 사람들 썰물처럼 사라지고
프레트홈에 나 혼자 덜렁 남았다
나를 싣고 갈 기차가 오려면
2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
승객들이 삼삼오오 들어오면
홀연 내게로 와준 적막은
적잖이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나는 의자에 배낭을 놓아둔 채
첫 발걸음을 내 딛는다
아직은 온전한 적막 속으로
첫댓글 순천역에서 풍경입니다
https://youtu.be/OF8s0BXJ_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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