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막을 내리게 되는 드라마 <해신>은 시청률을 의식한 나머지 역사 드라마가 전해주어야 할 메시지를 전혀 전해 주지 못했다. 한 마디로 무협지 수준이었다. 특히 기가 막힌 것은 염장을 대단한 인물로 묘사한 것이다.
염장이 누구인가? 사주를 받고 장보고를 암살한 청부 살인자일 뿐이다. 그런 자가 도대체 우리 역사에서 무슨 의미가 있으며 무슨 기여를 했단 말인가?
최인호의 소설 <해신>에는 나름대로의 메시지가 있었고 해상왕 장보고를 부족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잘 그려냈다. 그러나, 드라마 <해신>에는 해상왕 장보고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대장금>이나 <해신>같은 퓨전 사극 같은 것이 <불멸의 이순신>보다 시청률이 높은 것은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단적으로 묘사해 주는 듯하다. 어떤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은가? 바고 초딩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 아닌가?
박정희 정권의 미화로 영웅화되었던 충무공 이순신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 인간 이순신의 면모를 보여 주며 오히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를 제대로만 만든다면 오히려 위인전보다 더 좋은 공부의 매체가 될 수도 있을 텐데...
<퍼 온 글>
해신(海神) 없는 드라마 '해신'
[고뉴스 2005.05.17 19:10:33]
드라마 '해신'은 여러 가지 의미를 던져주었지만, 결국 초반에 제기되었던 우려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모양이다. 이는 원작 '해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다. 단지 원작과 같다거나 못하다는 말은 아니다.
드라마 '해신'은 원작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지적한 바 있듯이 원작과 전혀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이 더 강점이고 호응의 원인이다.
원작의 전개는 장보고의 삶을 거꾸로 돌아오는 방식이고 그 내용도 국내의 활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드라마 '해신'은 다양한 인물 군, 노예 과정과 중국의 활동, 각 상단의 각축 구도와 권력 관계를 통해 많은 사건과 갈등의 틀 거리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작가들의 기본기 탄탄한 갈등의 맺고 풀음으로 집중력을 높인 점이 돋보였다. 이런 점에서 보면 상상력도 원작을 능가한다.
또한 드라마 '해신'은 무협 멜로를 지향하면서 화려한 와이어 액션 장면을 전면에 배치해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두었다. 아울러 적극 퓨전 사극을 지향했기에 사극하면 외면하는 젊은층까지 사로잡았다.
수많은 인물과 사건중심의 산만한 사극이 아니라 인물과 갈등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무협의 전개구도를 적극 도입, 설정해 드라마 자체의 응집력과 시청자의 집중력을 높이는 사극을 만들었다. 이는 사극의 새로운 기점을 의미한다.
여기에 등장인물들의 의상과 장신구는 현재 감각에 뒤지지 않을 만큼 그 재현성이 볼만했고, 중요한 순간순간에 쓰인 감각적인 휴전 스타일의 음악들도 드라마를 맛깔스럽게 했다. 염장이라는 악당을 새로운 관점에서 눈길을 끌게 했고, 무엇보다 장보고에 대한 관심을 다시 증폭시켰다.
다만, '해신'은 그 갈등의 해결 방식이 남성적인 육체적, 물리적인 수단에 의지했다. 어머니와 여성이 배제되기도 했다. 여기에 삶과 상도에 대한 여운에 감성, 혹은 성찰에 이르지는 못했다. 중요한 감정의 처리는 음악으로 대신해 여기에 의존하기도 했다. 따라서 사람들의 심금이나 영혼을 자극하는 어록이라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드라마 '해신'에는 해신이 없다는 점이다. 원작은 동북아의 해상왕 장보고가 바다의 신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만큼 당시 해상을 장악하고 무역상으로 활약했음을 강조하는 말이 해신(海神)이다. 이는 홍보뿐만 아니라 서문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러나 막상 본문을 보면 장보고가 청해진에서 해상무역을 어떻게 운영하고, 이끌어갔는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권력 관계 속에서 결국 이용당하고 살해된 비운의 인물로 그릴뿐이다. 즉 동북아 해상 무역보다는 국내 정치 관계 속의 장보고를 그리는데 대부분을 할애하다 끝난다.
드라마 '해신'은 처음부터 중국을 구체적인 배경으로 삼아 스케일이 원작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 자미부인, 설평 상단, 이도형 상단이라는 세 상단의 각축 구도를 통해 무역상으로 성장하는 장보고의 생을 재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틀은 거기에서 머물렀다. 드넓은 중국인데도 다른 중국 상단들은 배제되었다. 여기에 장보고가 상단을 운영한 부분에 구체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세 상단의 음모와 각축이 해상권 장악으로 연결되었다. 여기에 해적을 소탕한 것이 해상왕에 오르는 계기가 되어 버린다. 이러다보니 상도 혹은 무역에 대한 나름대로의 성찰이 아쉬워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치권력이 무역권과 밀접한 시대라는 추측에 따른 것이지만, 바다가 사라져 버렸다. 일본과 중국을 아우르는 해상왕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대규모 장원 경제를 촉발해 낸 장보고의 보물의 신 이미지도 그려지지 않았다. 일본의 존재는 초라하게 등장하는 해적이나 몇몇 엑스트라 상인에게서만 확인된다.
초반부터 드라마 '해신'에 바다는 없고 육지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더구나 해신이라는 장보고가 신라의 자미부인 상단과 벌이는 대결이 주류를 이룬다. 기획의도와 제목을 생각하자면 무협물인가, 해상무역드라마인가라는 기본적인 물음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해상 무역왕의 활동이 약하니 여기에 많은 시청자들이 어려운 시기 경제적인 관점에서 장보고의 활동을 주목했는데 그것을 충족했다면 이상한 일이다.
여기에 후반부에 들어서서 국내의 정치 권력구도 관계에서 정치적인 색을 떨쳐버리려는 장보고의 이미지가 더 있을 뿐이다. 드라마 '해신'은 장보고가 권력욕이 있었고 딸의 혼사를 통해 신라 중앙의 권력으로 진출하려다가 이용만 당하고 김양에게 살해당한다는 기록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작가적 상상력이나 제작진의 재량일 수 있다.
하지만 결말로 가는 과정은 다르지만 원작과 같이 후반부는 해신이 아니라 정치 관계에 포위되었다. 동북아 해상왕 혹은 해신이 아니라 신라의 청해진 대사 장보고의 정치 연루기가 되어버렸다.
이 때 억울하게 희생당한 역사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켰으니 큰 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는 시청자들은 무시하는 것일지 모른다. 웬만한 시청자들은 장보고가 억울하게 이용만 당하고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자면, 막연하게 동북아의 해상왕이라는 민족적 안온함속에 해신의 구체적 재현 여부는 시청률과 함께 묻혔고 논평이나 관련 기사는 칭찬 일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지적했을 때 한 방송 관계자는 제작비 때문에 '해신'의 활동을 복원하는 것은 한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애초에 그것에 초점을 맞추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과연, 제작비가 더 들어가는 '해신 2'가 만들어진다면 가능할까? 결말로 치달아가는 것을 볼 때 아쉬움은 드라마 '해신'의 성과를 토대로 다른 장보고 드라마제작에서 채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댓글태왕의 후예님 말씀대로 이것이 바로 한국 사극의 현 주소이겠지요. 언급하신대로 그저 '제대로만' 상식선에서 만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텐데… 상식이 무시 당하고 그저 말초적 재미만을 추구하는 세태와 그것을 적극 조장함은 물론 부채질하는 제작진들과 단체가 있어 심히 개탄스럽습니다.
첫댓글 태왕의 후예님 말씀대로 이것이 바로 한국 사극의 현 주소이겠지요. 언급하신대로 그저 '제대로만' 상식선에서 만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텐데… 상식이 무시 당하고 그저 말초적 재미만을 추구하는 세태와 그것을 적극 조장함은 물론 부채질하는 제작진들과 단체가 있어 심히 개탄스럽습니다.
사극도 역시 드라마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픽션은 가미되었다고 할수 있지만.. 해신의 경우에는 장보고대사의 해상활동에는 그다지 신경을 쓴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좋은 역사적 자료라고는 할수 없습니다.
대장금 처럼 그냥 드라마로 재미있을 뿐이겟죠..
해신없는 해신에 공감...사료의 절대부족으로 정작 해상왕의 이미지를 연출하기에는 역부족이였던 것 같네요.
맞습니다. 장보고가 왜 해신이 되었는지 그 드라마에서는 설명이 없습니다. 불멸의 이순신과 비교해서 너무나도 확연한 차이가 보입니다.
불멸의 이순신 또한 드라마 사정상 픽션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왜곡문제라는 사건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적 실제인물을 소재로 한 사극을 제작할 때는 반드시 역사가들의 조언을 듣는 풍토가 생겼음 합니다.개인적으로 <해신>이 아니라 무협멜로<장보고와 염장,창작삼각스토리>가 적당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