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절망하게 한 배구경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나를 생각할 때 꾸준히 운동을 하여 몸을 관리하면 여든이 가까워도 급격하게 근육 량이 감소하거나 근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음을 오늘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시니어클럽 배구경기를 금산초등학교 체육관을 빌려 부활했다.
오늘 참여한 회원은 13명이었다.
먼저 맨손체조로 몸을 푼 후 토스 연습을 하는데, 내가 아무리 힘껏 공을 밀어도 공이 밀려 나가지 않고 계속 중간에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내 자신에게 스스로 실망했다.
손가락의 작은 근육들이 공을 버틸 힘이 부족하고, 손목의 협응 반응 속도가 조화롭지 못해 엇박자를 내고, 어깨와 팔의 근육이 퇴화되어 순간적으로 힘을 가할 수 있는 기능이 떨어진 것이 요인이다. 거기에다 시력마저 저하되어 공의 속도와 원근을 분별하는 능력까지 떨어졌으니 공이 제대로 제어될 리가 없다.
배구 코트에 들어가 후위에 자리 잡고 섰는데 나의 방향으로 오는 공을 받을 수가 없었다. 헛손질을 몇 번하고 서버차례가 되어 서버를 넣는데 처음에는 그것도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서버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요즈음 어깨가 아파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원인일 것이다.
종전에 이 클럽에서 배구 경기를 하면 나는 주로 세터의 역할을 했다.내가 세터 포지션을 선호했던 까닭은 비교적 토스가 부드럽고 내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낼 수 있음은 물론 경기를 조율하는 감각이 비교적 좋았다.
오늘 배구를 해 보니 이젠 세터는 꿈일 뿐 후위 포지션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판이 제일 어울리는 역할 같다.
몇 년 전에 선배들께서 경기장을 떠나면서 하셨던 말이 나의 앞에 곧 다가왔다.
“서버가 들어가지 않아서 이젠 접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