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의 재발견. 이번 강좌는 귀쫑 회원이시기도 한 박수현 작가에 대해 알게 된 시간이자 도자 예술, 특히 백자에 대해 다시 알게 해 준 귀한 시간이었다. 산업도자를 전공하고 도자기의 고장인 여주에서 십여년 간 활동하였으며 전통문양을 현대화하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고 작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 강좌는 흙으로 빚은 것으로 식문화, 나아가서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자기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다.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태토라고 하는 도자기에 쓰이는 흙의 종류였다. 강진 쪽에서 많이 나는 청자토는 유기물, 철분을 포함한 불순물이 많으며 점성이 좋은 반면, 고령에서 많이 나는 백자토는 오히려 점성이 낮고 반죽을 해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가소성이 떨어져 갈라지기 쉽고 다루기가 까다롭다고 한다. 또한 청자가 1200~1250도의 온도에서 구워지는 반면에 백자는 1300도에서 구워야 하기 때문에 제작이 더 어렵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놀랐다. 서민적이고 소박한 백자를 좋아하지만 왠지 청자가 더 고급 예술이고 만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깨졌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소박해보인다고 해서 만들기 쉬운 것이 아니었다. 더 힘든 과정을 통해 백자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마치 문학에서 간결한 문장이 많은 사유와 퇴고 끝에 나오는 것과 같아 보인다. 가장 간결하고 단순하게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깨달음을 우리에게 준다.
위아래 두 개의 그릇을 이어붙이는 제작 과정 때문에 가마에서 구우면 비대칭 모양이 되어 자연스럽게 소박해지는 백자대호, 달항아리의 꾸미지 않은 듯 꾸민 아름다움에 대한 대목도 흥미로웠다. 김환기 화백이 달항아리를 무척 사랑했고 이름까지 붙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불량품’인 백자 달항아리가 지금은 ‘겸손의 미덕에 최상의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프랑스의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이 보낼 정도로 세계를 매혹시키고 있다. 화려함을 뽐내지 않아도, 소박하고 겸손함으로도 세계를 매혹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위안을 주지 않는가.
박수현 작가는 강좌 마지막에 우리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무엇을 담고 있는 그릇이며,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비워야 하는가?”
도자예술은 기본적으로 쓰임(용도)이 있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회화 등 다른 미술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 쓰임(용도)이 도자예술의 필수요소인가라는 질문에 작가는 쓸 용자(用)에 머무르지 않고 보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잘 쓰이는 것도 쓰임이라는 예술가적인 멋진 답변을 했다. 나라는 그릇 안에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비워 잘 쓰일 수 있는 존재가 될지 생각해보게 하는 저녁이었다.
첫댓글 강의도 후기도 모두 명품입니다~
아울러 사회자의 클로징 멘트도
감동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