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我執)일랑 망우산에
망우산(281.7m)이라면 우선 망우리 공동묘지를 연상케 하는 곳이다. 태조 이성계가 사후(死後)에 명당을 찾던 중이었다. 지금의 동구릉이 있는 儉岩山 밑 건원릉터를 다시 한번 보고 흡족한 마음으로 환궁하는 길이다. 망우산고개에 이르러 잠시 쉬면서 “이제 오랫동안 근심을 잊을 수 있게 되었노라.”하여 그 이후부터 이 고개를 망우고개라 하였다는 설도 있다.
1933년부터 서울시의 공동묘지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 님의 침묵 " 시인이자 3.1독립운동가인 한용운을 비롯하여 수십여명의 애국지사들이 영면(永眠)을 하고 있는 곳이다.
1967년 5월에 아버님이 회갑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신 날 이곳 망우리에 모신 곳이다. 아버지는 1908년에 어머니는 1906년에 태여났다. 어머니는 16세 그리고 아버지는 14세에 지금으로 생각해 보자. 초등하교 6학년 중학교 2학년의 청소년기에 어린 나이에 백년가약을 맺은 셈이다. 일본 식민지시대에 위안부로 일본군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한 선택인 것이 아닐까.
" 두분은 살아 생전에 서로 외롭게 사신 분이라 합장(合葬)은 후손들에게 좋지 않습니다 "라는 역술가(점쟁이)의 한마디로 합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오마니는 1979년 2월에 이 세상을 하직하여 용인묘원으로 안장을 하게된 이유도 멍청한 선택이었다. 2020년 6월2일 경기도 분당 근처의 가족봉안묘원으로 합장시까지 따로 따로 40여년을 생이별 아닌 사별(死別)이 지속된 것이다. " 이제 오랫동안 근심 걱정도 잊을 수가 있게 되었다 "는 이성계의 밝은 목소리가 귓전을 흔들고 있다. 바로 오늘 이곳을 찾은 부모님의 맏아들인 내 마음이 아닐까.
1973년 3월 25일에는 분묘가 가득차 더 이상의 묘지 쓰는 것이 금지된 이후 시민들의 공원으로 탈바꿈이 시작되었다. 둘레길과 자연숲길을 조성하여 산책하기에는 안성마춤이다. 북서쪽으로는 서울시내가 내려다 보이고 동남쪽으로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어우러지는 팔당댐도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2000년도에는 아들이 군의관 훈련소로 입대하게 되어 애비도 아들의 고충을 마음으로나마 달래고 싶었다. 동아마라톤에 출전을 결심하며 달리기 연습을 하던 둘레길이다. 망우산은 지금의 봉화산 용마산과 아차산을 아울러 아차산으로 불리우던 곳이다. 2020년 9월 26일(토) 오늘은 이같이 역사가 깃든 망우산을 오르기로 한 날이다.사가정역 4번 출구에서 네명의 지기들이 만나기로 했다.
근처 면목시장에서 야외식사의 준비를 배낭에 채운다. 아직도 전세계는 코로나의 공포가 휩쓸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수 없이 오르내리곤 하던 용마산을 비켜서 망우산 방향으로 향한다. 산길이라기 보다 산책길이다. 노객들에게는 그래도 버거운 모양이다. 가다쉬다를 거듭하여 숲속약수터까지는 두시간여가 소요되었다.
약수터 바로 위가 아버지 묘소가 계셨던 곳이다. 지금은 파묘(破墓)가 되어 봉분의 모습은 오간 데가 없다. 소주 한잔을 올린다. 더 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한가. 그저 죄송한 마음뿐이다.
길가로 조금 벗어나서 우리들의 주탁이 자리를 잡는다. 발열제로 준비한 식재료를 끓이려 하지만 전혀 무반응이다. 기대하던 야외별식(野外別食)은 포기할 밖에 없다. 야채와 과일로 음복하는 정도로 자리를 일어서야 한다. 다시 한번 아버님의 빈자리를 향하여 인사를 드린다.
카톡으로 택시를 불러 상봉역 근처 맛집으로 들어선다. 포기했던 돼지갈비를 주문한 안주와 함께 식탁에 올린다. 삼겹살은 주방몫으로 감사의 댓가로 넘긴다. 역시 돼지갈비에는 쐬주가 제격이란다. 가벼운 마음으로 못 다한 위장을 충족시킨다.
얼큰해진 알콜의 노망(老妄)이련가. 정치철학은 커녕 개념도 생각도 없는 알량한 자신만의 무식과 꼴통으로 정치판을 들먹인다. 결론은 언제나 그러하듯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재탕 삼탕으로 확인시킬뿐이다.
망우리에서 내려다 보고 있을 독립투사들의 애국심과 충정에 똥벼락을 날리고 있는 꼴은 아닌가. 꼰대라는 노털들만의 외골수 아집(我執)일랑 망우산 허공으로 날려버려야겠다. 나를 위한 삶이라지만 상대방의 생각도 조금은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으면 어떤가.
근심 걱정을 잊어버린다는 망우산(忘憂山)의 전설을 마음에 새겨봄도 좋으리라.
2020년 9월 26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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