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 증명서 신 지 혜 지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침묵으로부터 왔다 아무리 모질게 아파도 그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찬 겨울 하늘 춤추며 혼자 발을 내리는 눈송이 시린 햇빛에 등 기댄 우두커니 풀밭에 앉아 있는 홈리스 고양이 철조망 아래 그림자 떨구고 바알간 발가락으로 잔뜩 철조망 움켜쥔 괭이갈매기 내게 안부 묻고 넓은 등 보인 칸나 꽃들 그들은 모두, 떠나갈 때 자신의 그림자 말끔히 거두어 간다 누가 내 존재를 갑자기 불심검문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내 그림자 한 장 꺼내 제시할 것이다 이 지구별 거주 증명서 한 장 나는 시시때때로 쓰러지는 내 그림자 일으켜 세우며 너덜너덜 헤진 그림자 한 벌 다시 꿰매어 입고 마지막 안간힘 쓰기도 하였다 내 그림자는 단 한 벌뿐이다 내 육신으로 만든 단 하나의 인장이며 이 지구별 유일무이 거주 증명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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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간은 모두 지구에 거주증명서를 가지고 있지요
누구도 훔쳐갈수 없고 흉내낼수 없는 살아있으면 영구적인 증명서를
다시 생각하니 이 세상에 산 흔적이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