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민어와 나주 삼합
식도락을 좋아하는 나는 맛있는 것을 찾아 먼길도 마다않고 떠나길 좋아한다.
과거에도 몇 번 오직 점심을 먹으러 강릉에서 6시간 차를 달려 맛의 고장 전라도 광주까지 간적도 있다.
광주에 갈 때는 4,5명이 승용차를 타고 아침 일찍 아침밥도 거른 채 광주로 내달리는데, 휴게실에 두세번 서서 화장실에 가고 커피나 한컵 사서 줄창 달려가면 점심 때에 광주에 이른다.
광주에서 화순쪽으로 약간 후미진 곳에 오리지날리티한 한정식집은, 이미 예약을 한 터라 가기만 하면 바로 식사가 가능했다.
4인분 미만은 팔지 않으므로, 최소 4,5인이 함께 했다. 1인분에 5만원이지만, 거기에 술이 따르고 팁이 얹혀지면 30만원은 지불해야한다.
그러나 그 30만원이 절대 아깝지 않을 만큼의 음식이 제공된다.
육해공군이 총 동원된 40여가지의 음식이 차례대로 나오는데 심지어(甚至於) 새끼돼지찜-애저찜 까지 나온다. 머리와 꼬리, 발은 제거하고 통마리가 제공되는데, 기름기가 없고 정말 야들 야들한 것이 맛이 일품이다.
둥기당당 가야금 소리가 그윽하게 울려퍼지는 곳에서 즐기는 그 점심은, 얼추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고 강릉으로 돌아오면 저녁, 저녁 식사는 물론이고 이튿날 아침밥도 생각이 없어진다.
결국 그 전날 아침까지 건넌 걸 생각하면 4끼에 5만원이니 그리 비싼 편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광주가 인연이 되다보니 딸레미도 광주로 시집을 보내서 더 자주 광주를 찾게되고, 이번 가을 내 생일에도 거기에 가서 보리굴비 구이며 나주 곰탕을 맛있게 먹었다.
선운사 꽃무릇을 즐기고.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목포다.
목포의 백제수산이라는 단골 거래처가 있어서 참조기며 먹갈치 민어, 통치, 서대, 병어(방짜병어) 등등을 철마다 알아서 보내주지만, 그중의 으뜸은 단연 민어(民魚)다.
한 마리에 20만원이 넘는 민어지만, 여름이면 어김없이 민어 선어(鮮魚)를 택배해서 파티를 열곤 하지만, 그래도 해마다 한번은 직접 목포에 가서 영란횟집에 가서 민어회를 먹고 탕을 먹는다.
민어는 각 부위마다 그 식감이 다르고 비린맛이 없어서 누구나 좋아할 음식이다. 민어 부레의 그 쫄깃한 식감은 다른 생선에서는 맛볼 수가 없다. 신안 소금에 참기름을 되직하게 떨어뜨리고 그 소금알을 집어서 민어회에 얹어 먹는다. 초장을 쓰지 않는다.
난 모든 회에 초장을 찍지 않는다. 회 고유의 맛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흔히 목포 하면 새발 낙지를 떠올리는데, 난 낙지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낙지는 도마에서 탕탕 토막을 쳐서 기름장에 찍어먹는 낙지 탕탕, 낙지를 돌돌 말아서 구워먹는 낙지호롱, 사브사브 처럼 익혀먹는 연포탕 등이 있는데, 연체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구미에 당기지 않는다. 그나마 짚불호롱이 먹을 만하다.
그나마 목포를 목포답게 하는 것은 홍어다!
목포에 가야 제대로 익힌 홍어를 맛볼 수 있다.
세계 3대, 혹은 5대 악취음식중 하나라는 홍어는, 전라도 사람에게, 또는 그 메니아들에게 최고의 음식이다.
흑산도 어름에서 주로 잡히는 홍어는 진품이 쌀 두어가마니 값이 나가니, 함부로 범접하기가 힘들고, 그래서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대부분이 남미산 짝퉁들이다.
그나마 흑산 수협 중매인에게 직접 주문해서 먹는게 믿을 수 있다.
홍어의 간은 고소한 것이 별미라, 된장을 풀고 애를 주물러 넣고 보리싹과 함께 끓인 것은 전라도 사람만이 봄에 즐길 수 있는 홍어앳국이다.
홍어의 코는 그 톡 쏘는 강도가 제일로 강해서 찜으로 하면 맛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홍어는 닭같은 조류 처럼 따로 소변을 배출하는 장치가 없어서 체내에 암모니아가 계속 축적되는 특이한 종류의 어류로, 가오리, 간재미 등과 2촌 정도의 관계이나, 암모니아 냄새는 단연 홍어가 으뜸이다.
홍어냄새는 회로 먹을 때 보다 찜을 했을 때 훨씬 강해진다.
홍어회를 잘 삭힌 전라도 김치와 돼지고기 수육, 거기에 막걸리를 곁들인 것을 홍어 삼합(三合)이라 하는 바, 전라도 지방에서는 초상을 당했을 때나 잔칫상에 빠져서는 안되는 음식이다. 막걸리도 전라도식은 탁하지 않다.
이 홍어의 오리지날리티가 나주에 있다면 믿어지는가?
‘바다도 없는 내륙 한복판 나주에 무슨 홍어가 있냐고?’ 할 지도 모르나, 그건 모르는 소리다.
영산강 댐이 들어서기 전, 엣날에는 흑산도에서 홍어를 잡으면 항아리에 짚을 깔고 황포돗대를 올리고 노를 저어서 목포를 거쳐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영산포의 마지막 내항인 나주에 다다른다. 여기에는 물길 사정에 따라서 5~7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배위에서 맛있게 숙성된 홍어가 나주에 이르게 되니 홍어의 최종 정착지는 결국 나주가 된 것이다.
이제는 물길이 막혀 홍어도 올수 없고 민물 참게도 없고 실뱀장어도 없지만, 아직도 그 명맥을 나주에서 한 집이 이어오고 있으니, 그 집이 나주 영산 3길 6의 영산포 홍어 집이다. 그 집은 비싸게 받을지언정 짝퉁은 팔지 않는다.
애초에 다도해에 대하여 쓰려다가 음식 얘기로 끝을 맺었다.
다음에 또 쓰면 되지 뭐.
돈 많이 버는 얘기도 쓰고 싶은데.
甲午 霜降節
豊江
첫댓글 저 같으면 큰 맘 먹고 식사를 해야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