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거치며 심각한 내부 분열을 겪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계파별로 팀을 꾸렸고, 이에 따라 각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도 분화되어 사생결단하듯 치열한 접전을 벌렸다.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와 악담은 도를 넘쳤다. 김민석 후보는 경쟁자인 정청래 후보를 겨냥해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 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대의 본질"이라고 날을 세웠다.
송영길 후보 역시 정청래 후보에게 이재명 대통령에게 각을 세웠다며 정청래 후보에게 옛날 같으면 역적으로 목을 잘라 정말 진압해야 할 사안, "붕어 IQ"라는 막말성 악담을 퍼부었다.
정청래 후보도 목소리를 높여 김민석 후보의 탈당 이력을 겨냥해 “의리는 지켜본 사람이 지키는 것이고, 배신도 해본 사람이 또 한 번 배신하게 돼 있다”며 '배신의 정치'를 꺼내 들었다. 정청래 후보와 김민석 후보는 서로를 향해 윤리위원회 제소까지 언급하며 앙금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고위원 후보들끼리도 '박쥐', '일베 문화' 같은 거친 표현을 서슴없이 내 뱉었다. 여기에 친이재명계 강득구 최고위원과 친정청래계 박규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사사건건 공개 충돌하면서 계파 간 대리전 양상까지 나타났다. 지지자들은 선관위에 상대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하며 신고전을 불사했다.
이 같은 충돌이 켜켜이 누적되면서 전당대회가 끝나도 당원 간 상한 감정이 단기간 내에 봉합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8일밤 TV에는 당 대표 경선에서 패한 정청래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청래는 졌지만, 정청래 지지자들은 이겼다"며 "우리가 숫자에서 졌지만, 열정과 가치까지 진 것은 아니다"고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정청래 전 대표 역시 당대표 경선에서 패한 후 김 대표를 겨냥해 "김민석 후보는 이겼지만 그의 주장은 진 것이 맞다"며 경선 과정에서 김 대표가 제기한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주장을 다시 거론했다.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의 당선을 두고는 "정청래는 졌지만, 최고위원 선거는 이겼다. 동지 3명이 100% 합격했다"며 "앞으로 김민석 대표 체제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에 김민석 대표를 지원했던 의원들은 최민희 최고위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SNS에 "새 지도부 출범 첫날부터 원팀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나와 걱정"이라며 "수석최고위원의 첫 일성으로는 무책임하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 4월 예정된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권성동 전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강릉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시장이 결국 내년 초 직을 상실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향후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차기 총선을 불과 1년 앞둔 만큼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려 민주당이 또다시 패배한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패한 계파를 중심으로 지도부 책임론이 거세질 것이며 내부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혹자는 이번 전대를 “당대표로 누구를 찍느냐는 것보다 이재명이냐, 아니냐를 택하는 선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를 전환점으로 본격적인 분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 중심의 결속을 이어갈지, 견제를 통한 노선 수정에 나설지가 궁금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은 물론 당대표 후보들 사이에서는 명·청(이 대통령·정청래 의원) 구도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심이 집중 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낙선하자 방송인 김어준씨가 "친명(친이재명) 간판을 내세우는 것이 자기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 의원들이 따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하여 관심을 집중하게 했다.
김용 전 부원장 낙선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미칠 파장을 특히 무겁게 짚었다. 김어준씨는 "김 전 부위원장은 받아들이기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동시에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해질 메시지도 무척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친명이라고 내세우는 것이 자기 정치, 자기 당선에 도움이 되나 하고 의원들이 이제 따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곧 총선이 있고 자기 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로서는 의원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는 게 지금 지지율이 빠진 것 이상의 위기다.
지지율 문제도 강하게 언급했다. 김어준씨는 한번 지지율 앞자리가 3으로 떨어지면(30%대 지지율에 진입하면)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회복하지 못했다며 지금 그 변곡점에 와 있다. 그걸 어떻게 막느냐가 수많은 정책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핵심 지지층에 대해서도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고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 결과를 해석해 줄 코어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마음을 돌리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청래 후보를 반명으로 몰아세우는 프레임이 정청래 지지자들의 마음까지 돌아서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곧 총선과 대선이 이어진다는 점을 들어 "전당대회가 끝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최근 10년간 다수당 지위를 지켜온 덕분에 박근혜·윤석열 정부를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다시 소수당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이후 어떻게 하였거나 당을 중심으로 갈등을 조속히 수습하고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국정 동력을 모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원들의 축제가 되어야 할 전당대회가 당의 내분이 길어지면서 대립과 갈등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 화근을 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