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진 않았지만
슬랭덩크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역시 의도하진 않았지만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마누라랑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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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나 재미있었다.
별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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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서론
뭐, 제가 드래곤볼, 슬램덩크 세대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내고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다 공부는 안하고 학교에선 쉬는시간 10분에도 농구, 점심시간은 당연히 도시락 미리 까먹고 농구
5교시엔 땀 식히면서 취침하는 생활을 했기도 했고요.
주말에 공하나 들고 인근에서 농구 잘하는 애들 모이는 곳으로 가서
아침부터 밤새도록 농구, 또 농구했던 아재들이라서 그런지
슬램덩크 꼭봐라 울면서 본다
말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제가 그 무리들 중에서도 가장 농구에 미친 인간이기도 하고
농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기도 해서
주변에서 슬덩을 꼭봐고 하면 할수록 안보려고 했던게 사실입니다.
아무튼 보긴 보았는데
눈물이 펑펑 날 정도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게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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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점 1.
기존 만화책을 기반으로 짜여진 만화 슬램덩크는
역시 만화 다 보니
농구경기라는 시간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것 보다는
극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확대, 과장하였는데 (그게 당연하지만)
이번 슬램덩크 더 퍼스트는
아예 북산고-산왕공고 진짜 농구경기가 치뤄지고
그 경기가 TV 중계로 방영되고 있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영화를 보기 전에 예상했던 슬램덩크와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 점이
수억수조번 정도는 재작업을 요청받고 거절했을 이노우에 작가(감독)이
슬램덩크 더 퍼스트 작업을 왜 승락했는지 ...
와도 연관이 있을거 같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느낀점 2.
영화보기 전엔
당연히 북산이 2라운드에서 산왕과의 대진이 확정된 이후
산왕을 맞써기 전에 준비 과정
다같이 비디오 분석하면서 서로 겁에 질려서 벌벌 떨고
안감독이 혼자서 밤새면서 "이길수있어~" 이라면서 잠꼬대하는 장면
이런게 영화 앞부분에 먼저 나올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바로 경기로 돌입하고
중간중간 짧은 회상신이 있을 뿐, 극의 빼대를 오롯히 농구경기로
채울 것이라는 생각 못했습니다.
슬램덩크가 뻔한 스포츠 만화처럼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를 그렸다면 매우 실망했을 것입니다.
슬램덩크 더 퍼스트는 "농구 경기"가 영화의 중심이었던게 좋았습니다.
느낀점 3.
선수들의 멋진 몸이
아주 경미한 차이로 슬림하냐 더 근육이냐의 차이는 있었지만
아무튼 거의 비슷한 느낌에 근육맨으로 그려진게
좀 아쉬었습니다.
하지만 농구를 좀 아시는 분들이라면
너무나 잘 아실 겁니다.
경기에 그려지는 선수들의 농구 동작,
아주 세세한 농구동작, 몸짓, 기술, 시선, 손, 손가락, 팔, 움직임, 몸싸움
아주아주 진짜 농구를 하는 사람의 그것을 정확히 옮겨놨습니다.
그 덕분에 이 영화를 보고
아! 농구하고 싶다!! 라는 열망에 불을 짚혔던게 아닌가 싶네요.
90년대 만화 슬랭덩크가 초월적인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잘 아시겠지만 작가인 이노우에가 찐 농구광이었기에
이노우에가 그려내는 농구의 세세한 모든 것이
농구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알고, 농구를 모르는 사람은 평생 모를.
그런 농구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묘사를 높은 수준으로 다뤘기 때문입니다.
슬램덩크 더 퍼스트는 그 점에서
과연 "그 이노우에"가 다시 손을 댄 슬램덩크가 맞다!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들었습니다.
느낀점 4.
솔직히 대사 하나하나 상황 하나하나 너무나 정확히 기억하는 편인데
그 점에서 재미있었습니다.
슬랭덩크 더 퍼스트가
과거 슬랭덩크를 국민교육헌장처럼 달달 외웠던 사람에게 조차
새로운 작품인 이유가
아예 새롭게 추가된 장면도 있고
아예 옛날이랑 똑같은 장면도 있고
뉘양스는 비슷한데 약간 말투를 바꾼 대사도 있고
시컨스는 비슷하지만 상세한 묘사나 상황에 변화를 준 장면도 있고
만화 슬랭덩크가 걸작이었던 이유 중에 하나였던 만화컷 구석탱이에 있는 깨알같은 웃음포인트들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도 있고
하여튼 이런 세세한 모든게 다 기억나고
이 상황에서 이 대사 친다 라고 예상하면 어김없이 나오기도 하고
특히
"나에게 3점슛을 빼앗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
"포기하면 바로 그 순간이 경기 종료에요"
"영감님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죠?"
"넘버1 가드"
"나도 미국간다, 너를 여기서 쓰러뜨리고"
"그 정도 얼간이는 아니지"
등등 명언들은 고대로 살렸던 점도 좋았습니다.
느낀점 5.
결국 후속작을 내느냐 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뭐 일본, 한국 다 흥행은 성공한거 같고
이노우에 인터뷰를 봐도 "이번만 딱 한번만 하다고 다신 안해" 이런 말도 안하고요.
특히 정대만, 서태웅, 강백호, 채치수의
정말 핵심적인 스토리와 과거회상신들을 남겨놓은 점에서
이번 슬랭덩크 더 퍼스트의 플롯을 유지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조명하는 시즌2가 나올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해남전은 좋은 재료가 될 것이고요.
모르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스포츠 만화라고 한다면야 주인공 팀이 어찌됐건 간에 역전승을 할거라는 믿음이 있잖아요
해남전은 그게 아니라서 ㅋ 나름 반전이라면 반전이 될 수 있겠죠?
그리고 뭐 또 한번 이번과 같은 포맷으로 후속편을 낸다면
후보지는 능남전 or 해남전이 될 수 밖에 없겠죠.
원작에서 과거가 많이 안 나왔던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서태웅의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이고요.
사실 많이 다뤄진 부분이긴 하지만
3학년 콤비인 채치수와 정대만은 한 편에 묶어서 그려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지 ㅎ
느낀점 6.
강백호의 비중 축소인데
이 경기를 그려나가는데 있어서
강백호 라는 선수의 성격과 재능을 감안하면
극의 중심이 아니될래야 아니될수가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이 영화를 송태섭 위주로 그리기로 결정했기에
강백호의 아주 중요한 씬들이
"없애는건 아니고" 시컨스는 유지한테 무게감을 덜어내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장면이
강백호의 풋백덩크에 이은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씬의
무게감을 상당히 덜어놓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저 장면에 계속 기억에 남긴 합니다.
뭐 강백호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팬들에겐 상당히 아쉬울 순 있겠지만
슬덩이 재밌는게 강백호가 주인공인데
팬덤이 그렇게 대단한건 또 아닌....
그렇다고 주인공의 비중이 완전히 망가진 만화들도 꽤 많은데
슬덩은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ㅎ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느낀점 번외.
와이프 : 자기는 누가 제일 좋아?
<<<<<<<<< 이 질문을 하는데 그 의도를 내가 이미 알거든요?
강기사 : 남자는 다 정대만이야. 불꽃남자
와이프 : 아. 서태웅 멋있더라고.
강기사 : (너 말 안해도 내가 다 안다. 90년도에도 그랬거든.)
첫댓글 결말이 훈훈한 리뷰네요. ^^ 재미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우와~~~
찐농구사랑이 고스라이 묻어있는 리뷰 진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강기사님 리뷰읽으니
한번 더 볼껄 그랬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