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곳이 살기 좋은 곳도 아니고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곳도 아닙니다.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가 조그만 무인도일 것입니다. 강도도 없고 도적도 없고 교통사고도 없고 왕따 당할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잘 알듯이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리저리 부딪쳐도 사람들 속에서 사는 것이 좋습니다. 그 속에서 안전과 행복을 만들어가며 살아야 합니다. 사람인 우리는 사람을 떠나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은둔자 도사라면 혹시 몰라도 일반 사람은 결코 선택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부모형제가 있고 친구들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안전은 몰라도 가장 행복한 곳입니다.
가장 안전한 곳을 찾는 단원에게 대원들이 선택해준 곳이 아주 조그만 무인도였습니다. 이게 섬이냐? 이건 암초야, 하면서 거절합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세상에 안전한 곳이 있는가? 더구나 그 안전하다는 곳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 행복은 고사하고 단순히 살만한 곳이 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가 생각납니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무인도에 몇 년 갇혀 산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럭저럭 거처를 만들고 먹을 것 찾으며 살아가기는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입니다. 더구나 결혼을 약속한 애인이 얼마나 그립습니까? 결국 낡은 축구공 하나 주워 얼굴 모양을 그려놓고는 친구처럼 대화하며 지냅니다.
한 마디로 오락영화입니다. 뭐 감동은 고사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즐기면 되는 것이지요. 제작할 때부터 그렇게 염두에 두었을 것입니다. 감동이 아니라 즐거움을 목표로 삼았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리고 충실하게 그 목표를 향합니다. 하기는 긴 시간이 길지 않게 빠져듭니다. 조금은 유치하기도 하지만 볼거리도 있고 우리나라 실력도 이만하면 괜찮구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연기자들도 저마다 자기 몫을 하면서 어우러집니다. 앉아서 신나게 바다여행을 해보는 것이지요. 더구나 활력 넘치는 칼싸움도 해보면서 위기의 순간들을 헤치며 나아갑니다. 목표는 흔히 나오는 재물입니다.
비록 오락영화라도 이야기의 실마리는 역사적 현실 속에서 빌려옵니다. 그래야 허구지만 조금은 실감이 날 테니 말입니다. 그럴 리가? 하면서 그러려니 하고 따라가는 겁니다. 이성계 위화도 회군 때 고려의 충신 중 몇이 궁중의 보화를 빼돌려 감추어 두었다가 그것을 자금으로 나라를 다시 일으켜 보고자 했답니다. 그리고 그 보화를 찾기 힘든 어느 섬에 숨겨두었다는 것이지요. 시간이 흘러가도 기회는 오지 않고 이미 조선이라는 나라가 굳건하게 자라가고 있습니다. 당시의 주인공들은 저 세상으로 갔을 것이고 지도를 만들어 두었는데 누가 가지고 있는가? 지도 찾기부터 시작하여 보물찾기로 넘어갑니다. 그러나 재물이 있는 곳에 대한 정보는 흘러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쟁탈전이 발생합니다.
얼마 전에 1편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해적과 산적이 한 패가 되어 이야기를 끌어갔습니다. 여기서는 해적과 ‘의적’이랍니다. 글쎄 아무리 보아도 의적 같지는 않지만 그런 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런 의식을 가지고 어려운 백성들 등치며 빼앗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산적이든 의적이든 관군에게 쫓기는 처지는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다 해적의 도움을 받아 결국 한 패거리가 됩니다. 흔히 말하듯 하늘에 태양이 둘이 없듯이 한 배에 단주가 둘이 될 수 없다, 그래서 티격태격하며 협력(?)합니다. 하기는 의적의 우두머리가 양심불량이기는 합니다. 자기 배도 아닌데 그 배의 단주가 되려는 욕심을 부리다니 말입니다.
사람의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것이 재물입니다. 요즘 말로 한다면 돈입니다. 문명사회 속에서도 돈은 어디서나 통하는 도구입니다. 많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돈을 보면 마음이 움직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성직자도 좋아합니다. 사실 돈이 있어야 선교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물론 필요를 채우려고 욕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자기 정욕을 채우려고 과하게 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에도 돈 자체가 악이 아니라 ‘돈을 사랑하는 것’이 악이라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고 사람들의 관심이 가게 마련입니다.
영화를 보는데 어느 것을 보느냐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 감동을 주는 이야기 때문에, 새로운 볼거리, 짜릿한 긴장감, 단순 호기심 또는 출연 배우들이 좋아서 등등. 그런데 상상해봅니다. 이만한 해적 선장이라면 싸울 것도 없이 내 사람 만들고 싶은 욕망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런 예쁜 해적을 어떻게 해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이야기보다는 그냥 해적 단장 ‘해랑’의 종횡무진 칼춤(?)을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족합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The Pirates : The Last Royal Treasure)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