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의 표면에 깔린 이야기는 에어 조던이라는 신발이 만들어진 배경과 나이키 임직원들의 노고를 그려내는 것처럼 보인다. 도박으로 보이던 나이키의 투자, 에이전트를 무시하고 가족을 직접 만나는 소니 바카로의 행보는 이 영화를 투자와 마케팅에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로 이해하시 쉬울지도 모른다.
하나 이 영화가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은 팩트가 아닌 스토리를 찾아내는 방식에 관해서다. 처음 이 시나리오가 할리우드에서 돌고 있을 때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버려질 예정이었다. 그걸 발견하고 각색 작업을 거쳐 실사로 만들어낸 사람은 연출자이자 출연자인 밴 애플릭과 조력자 맷 데이먼이다. 그들은 버려질 시나리오에서 현재를 비출 과거라는 거울을 찾았고 거기에 투영된 것들은 사람들을 이끄는 욕망의 표출과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었다.
에어는 오프닝 시퀀스에 배경이 1984년이라는 사실을 적시하며 당시 미국을 대변하는 다양한 푸티지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브레이크 댄스와 NBA 농구경기, 레이건, 풍요로운 도시의 풍경과 신스팝이라 불리던 음악과 함께 흐른다. LA에서는 올림픽이 개최되었고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한다. 화면이 전환되고 소니 바카로가 농구 경기에 돈을 배팅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영화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사실상 여기에 다 녹아 있다. 차고 넘치는 풍요의 시대에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것인가?
소니 바카로가 농구에 도박을 하는 건 투기가 아닌 투자다. 그의 일은 선수를 영입해 스포츠 브랜드를 마케팅하는 것이다. 경기를 보고 삶의 행적으로 그가 누구인지 판단하고 어떤 상품을 통해 모두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영화 아니, 포괄적으로 예술 역시 그럴 때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금 당신이 여기 있어야 할 이유를 증명하는 작업인 것이다. 옳다고 믿는 것에 투신해 그걸 증명할 수 있다면, 가능성의 잠재력을 손을 내밀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그거야 말로 팩트가 아닌 스토리에 투자하는 예술가가 아닐까. 어쩌면 밴 애플릭과 맷 데이먼의 각색 방향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현재의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관객에게 질문을 제시하기 위해 84년과 에어 조던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왔다. 그에 맞춰 촬영의 방식은 인물들의 움직임을 팔로우하면서 따라붙고 원숏인 장면들을 통해 에어 조던이라는 신발 탄생 비화에 각각의 사연이 어떻게 녹아있는지 집중하게 한다. 특히 아이디어회의가 결론으로 도출될 때 대화하는 장면을 360도 회전을 하며 패닝 하는 화면 연출은 감독의 역량을 보여주는 멋진 연출이었다. 거기에 이제는 나이키의 시그니쳐가 된 “ just do it”이라는 캠페인이 쓰이는 방식과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는 나이키 사훈과 그걸 깨는 방식으로 회사를 혁신하는 모습 역시 주제와 연출 방향이 잘 부합하는 영화로 보인다.
그런 지점에서 세븐일레븐이 나오는 장면 역시 의미가 깊다. 단순히 주인공이 단골로 이용하는 슈퍼체인이기도 하지만 냉장 제품을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를 돌리는데 단순히 보관만 하고 있기는 아깝다는 생각에 당시 아무도 장을 보지 않는 시간까지 그러니까 7시부터 11시까지 영업한다는 아이디어로 유통계에 혁신을 일으켰던 가게를 등장시킴으로써 과단성 있는 도전에 관한 이야기로 읽히게끔 설정해 주제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해석이 되게 끔 열어두기도 했다.
소니 바카로는 어렵게 마련된 마이클 조던과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진행되던 순서를 중단시키고 그에게 말한다. 신발은 잊어라. 누가 신느냐가 중요할 뿐이고, 당신은 신화를 쓸 것이고 언젠가 세상은 그 영광을 깎아내려 안달하며 도약을 끓어내리려 할 것이다. 소중한 것을 잃는 순간도 오겠지만 여전히 레전드일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그 연설이 조던이 나이키와 계약하는데 얼마만큼의 영향을 준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그 장면을 보는 동안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생각이 났다. 오래전에 읽었던 민속학에 관한 책에 한국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도깨비는 살림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존재라는 것이었다. 세월을 먹은 물건들이 변해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로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물건에 이야기가 삼기면 생명을 가지게 된다. 에어 조던이라는 신발은 누군가에게 멋진 패션아이템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겐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의 만든 신화를 신는 것일지도 모른다.
에어는 84년과 에어 조단과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묻고 있다. 그 질문은 당신이 놓친 영화라는 예술의 행방에 관해서 일지도….
첫댓글 역시~~~ 크~~
통찰력있는 리뷰덕분에
에어를 좀 더 폭 넓게 이해하며 볼수 있겠어요.
아직 예매도 안했지만 벌써 두근두근 거립니다~^^
감사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저와는 좀 다른...
아마존 프라임 로고가 뜨는 순간..
Ott용으로 만들어졌나 싶더라구요.
과도한(저는 그랬습니다)나이키 로고 및 회사 정문 풀샷 시전
8가지인가 나이키 사훈비스무리 한걸
하나하나 맷의 목소리로 읽고 설명하는 톤
전개방식등
전 2시간짜리 나이키 기업이미지광고 같았습니다
투마치야 싶은 '어메리칸적'.
연출력이야 이미 충분히 증명하셨죠
비올라 데이비스와 멧데이먼의 비만배와
벤 애플릭의 레드 쫄쫄이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잘만든 나이키 브랜드 광고 동감합니다
기대했던 영화였는데 좀 실망 😄
조던 엄마랑 라됴서 들었던 옛날노래들은 좋았어요
이 영화 감독 열정과 개척정신 등 아메리칸드림. 미국인답게 잘 찍는거 같아요
전 제리맥과이어 생각도 살짝 났어요
역시 보겠단 마음이 전혀 안들던 영화였는데 소대가리님 리뷰를 읽고나니 이 영화가 궁금해져 버렸네요. 잘 읽었습니다
극장에 별로 안걸려서 아쉽네요
한편의 오락영화로써 매우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