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타로드로 시작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3부로 대미를 장식했다. mcu의 페이즈가 계속 이어지는 한 속편은 계속 나오겠지만 제임스 건의 기발하고 병맛 넘치는 오합지졸들의 여정은 일단 여기까지 인듯하다. 훔치고, 빼앗고, 부수기 바빴던 허풍쟁이와 별종들은 티격태격 싸우면서 정든 10년의 세월 동안 우주 자경단이자, 이상한 형태의 가족으로 함께 했다. 그들이 모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나와 다른 이들에게서 채울 수 일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서로에게 있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관객들 역시 스크린 밖에서 동화되며 감정이입하고 함께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남다른 울림이 있었을 것이다.
마블이라는 자장 안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줄여서 가오갤> 위치는 독특하다. 트릴로지로 진행되는 동안 한 명의 감독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개성을 살려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프로덕션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자기 색이 분명한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가오갤>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삑사리의 미학’이다. 팀을 구성하는 멤버들 성격은 제각각이고 소통도 되지 않는다. 3편의 메인 빌런인 하이 에볼루션이 하는 말과 같다. 통일성이 없고 아름다움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시리즈 전체를 구성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나 러닝타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하고자 하는 말도 마찬가지로 세심함이나 깊은 주제의식 따윈 집어치우라는 듯 매 순간 장난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나오는 캐릭터들마다 꼼꼼하게 서사를 부여하느라 산만하기 짝이 없고, 플롯 역시 ’ 그렇다 치고 ‘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시도도 보인다. 이렇게만 보면 이 영화는 통제 안 되는 어린이집을 보여주는 건가 싶지만 제임스 건과 마블이 통했던 지점이 있다면 이 삑사리를 굳이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2편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인공들의 행보는 말 그대로 사회 부적응자들을 모은 집단처럼 보인다. 대화는 시종일관 농담이거나 행동의 목적이나 계획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애정이 가는 이유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감추기 위해 위악으로 스스로를 포장하던 인물들이 서서히 서로에게 기대게 되면서 마음에 경계를 허물고 엉망진창이지만 연대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과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닿게 되는 과정이 뭉클하게 다가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난 돌이 정을 맞을 필요 없이 모난 상태로 있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제임스 건은 기존에 서사 영화의 규칙 따윈 깔끔하게 무시하고 인물들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각자의 위치에서 돋보이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그들의 여정은 마침내 3편에서 진짜 전하려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3편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로켓이다. 영화는 어쿠스틱 버전의 크립을 읊조리는 로켓을 비추면서 시작한다. 스스로를 혐오하는 자조적인 모습과 마음에 품고 있는 과거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 그는 갑자기 등장한 빌런 아담 워록의 공격으로 인해 사경을 헤매게 되고 영화는 임사체험의 형태로 로켓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고 그를 구하려는 가오갤 멤버들의 분투를 그리고 있다. 로켓은 89p13이라는 이름으로 실험의 대상으로 쓰이던 동물이었다. 친구들은 로켓을 구하기 위해 그의 과거를 되짚어가야 했고 그 과정에서 진짜 친구를 이해하게 된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로켓을 비롯해 89번째 실험체 그룹 친구들 뿐만 아니라 모든 실험의 대상이 되는 생명들을 다룬다. 그 과정을 보면서 관객은 과학의 진일보라는 미명하에 쓰이고 버려지는 생물들과 우생학을 증명하려 했던 과거에 잔혹했던 인간사를 상기하게 된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로켓의 첨언을 통해 힌트를 얻게 되지만 정작 자신들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은 진화를 통해 현재보다 나아지는 방법 중에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택한 것은 불안정한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이었고 로켓이 깨달은 것은 시간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천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자신의 낙원을 위한 것이라며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입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가깝다. 로켓은 철창 속에서 고통을 받으면서도 동료라는 존재를 만나 꿈을 꾸게 되었고, 그 꿈은 그를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하는 로켓으로 다시 태어났다.
로켓을 구하는 과정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릭시는 상대에게서 내 부족한 면을 채우려는 것을 넘어 내가 진짜 원하는 것,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사랑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상대를 맞추려고 하는 게 아닌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것과 우리가 맞서야 하는 것은 전체를 위해 너를 포기하라고 말하는 거대한 신념이고, 누군가를 간절히 구하고 싶을 땐 대화가 우선이라는 사실이다. 이 자명한 사실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우주를 떠돌며 여기까지 왔다. 그들의 여정은 일단락되었지만 하고 싶었던 그 말은 여전하다. “come and get your love “
첫댓글 Come and get your love~~~~노래가 흥얼거려지는 아침 가오갤 이야기에 미소가 얹혀집니다~~
1편서 로닌과 상대할때 갑자기 춤을 추던 병맛들이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모습에서도 변치않은 병맛 캐릭터들로 남아주어서 감동이 남은거 같아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가오갤 넘 좋았는데 소대가리님 리뷰까지 볼수 있다니 더 좋네요! 대의명분이고 뭐고 친구를 구해야되 한마디로 모든게 통하는 가오갤 세상이 좋습니다.
제목 한마디로 제가 봤던 느낌 그대로 요약해주셨네요. 바보들의 졸업파티!!😆😆😆😆
소대장님 지렸다
어제 관람해서 이제야 댓글 남기네요 ^^ 영화 보는 내내 너무너무 좋았어요 ~ 미지막엔 정말 내 오래된 친구들이랑 이별하는 느낌도 들어서 아쉽기도 했고… 소대가리님 리뷰 덕분에 영화가 더 좋아졌네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