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와 로키타는 함께 배를 타고 난민이라는 형태로 벨기에라는 나라에 도착했다. 그들은 보호소에 지내며 난민임을 인정받아 체류증을 얻고 학교도 다니고 취업도 하고 싶다. 토리는 주술사인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이 인정이 되어 무사히 통과했지만 로키타는 사유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그들은 남매라 서로가 없으면 안 된다고 호소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브로커를 통해 밀입국한 즉, 배에서 만난 사이이다. 체류증을 받아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고, 고향으로 돈을 보내고 싶은 로키타 그런 누나와 함께 하고 싶은 토리 그들의 벨기에 적응기는 쉽지 않다. 경찰은 밤거리만 걸어도 의심을 하고, 일하는 이탈리아 식당에선 음식이 아닌 마약을 배달해야 한다. 그마저도 체류증이 없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쫓겨날지 모르는 현실을 견뎌야 한다.
다르덴 형제는 영화를 통해 여전히 유럽이 이 사회가 난민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들은 어디로 어떤 곳으로 몰고 가고 밀어내는지 그저 목도하고 있는 당신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인지 묻고 있다.
이제까지 다르덴 형제의 핸드헬드에 담긴 시선에는 대상을 바라보는 일말의 연민 같은 것이 약간은 있었다. 그들의 프레임 속에 담기는 인물들은 사랑하는 이에게 버려진 아이이거나, 사회적 시선에 의해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호모 사케르에 가까운 이들, 부당한 처사에 홀로 맞서야 하는 노동자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이었다가, 불안정한 상황을 견디는 동료를 바라보는 노동자의 시선이 되기도 했다. 그때 생기는 연민은 대상을 안타깝게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책임까지 함께 연결한다. 그때 도움을 요청받은 대상은 청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것은 무너지려고 하는 세상을 유지하게 하는, 아직 남은 인간의 보편타당한 진심이고 다르덴 형제는 서사나 카메라의 기교를 사용하지 않고 담아내는 것이
었다.
이번 영화 “토리와 로키타“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관찰자인 카메라의 자리일 것이다. 형제 감독이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최근작 필모를 확인하면 알 수 있듯이 유럽에 몸을 맞긴 무등록 이주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작인 “언노운 걸“, ”소년 아매드“는 난민을 접하는 인물과 난민 당사자가 접하게 되는 상황들을 담아내 이것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이고사회가 어떤 식으로 당면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가를 담담하지만 따뜻한 시선을 통해 공감을 불러 오려했다면, ”토리와 로키타“에선 정반대의 위치에서 철저한 방관자의 시선을 담고 있다.
구도적인 면에서 핸드헬드로 인물을 팔로우한다거나,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모습을 통해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소수자를 담아내고 있으나 이제 열여섯 소녀와 열한 살 꼬마가 감당하고 있는 현실을 너무도 가혹하다. 심지어 로키타가 성폭력을 당하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은 직접 보여주지 않고 암시하려는 게 아닌 영화 속 어른들처럼 외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형식의 변화는 다르덴 형제가 기대고 있던 일말의 인간성이 사회에 어떤 변화도 불러오지 못했고, 호소대신 현실이라는 하드 보일드를 직접 구현해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싶다.
제목 역시 미묘하게 달라진 지점이 있다. 전작들 재목을 살펴보면 특정 대상을 지칭하거나 인물의 이름을 단수로 가져왔다. ”토리와 로키타“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영화는 두 사람의 우정이 주된 이야기이도 하고 의지할 곳이 서로 말고는 없는 두 사람의 상황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들은 함께 바다를 건너는 순간부터 함께 했고 이제는 떨어질 수 없는 가족이 되었지만 체류증이라는 얇은 종이 한 장은 콘크리트 벽처럼 딱딱하고 넘어서기 어려운 장벽이고, 그런 그들은 세상은 출입국 관리소의 조사원처럼 냉철하거나, 밀입국을 주선한 브로커처럼 그들이 가진 것을 한 푼이라도 더 빼앗으려 하는 사람들뿐이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일관된 자세를 유지한다. 누구도 그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이는 없고 피보다 뜨거운 우정이 둘에게 있다고 한들 체류증이라는 종이 쪼가리 앞에서 무기력할 뿐이다.
그 종이 한 장이 꿈을 꾸게 했고 비극의 시작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연대라는 달콤한 말은 얼마나 허상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남은 건 그다지 잘한다고 느껴지지도 않던 그들의 노래다. 한곡은 고향에서 부르던 자장가, 또 한곡은 그들이 일하던 이탈리안 식당에서 배운 노래다.
전자가 꿈이라면 후자는 현실이다. 토리는 홀로 남아 이 가사를 읊조릴 것이다. “장터에서 동전 두 개에 아버지는 생쥐 한 마리를 샀네/그런데 고양이가 와서 생쥐를 먹어버렸네/그런데 개가 와서 고양이를 물었네/그런데 나무 지팡이가 나타나서 개를 때렸네"
첫댓글 연대라는 달콤한 말은 허상이었고, 남은 건 노래 하나였다 … 많은 질문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영화군요 ~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세상엔 외면하고 싶은 아픔이 너무 많네요
글 읽고 바로 예매하기 찾아봤는데.. 상영관이 거의 없네요.
ott라도 올라오면 좋겠네요.
언제 다르덴 형제의 작품중 놓쳤던것도 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2022 영화였군여
포스터 보고 알았어요😅
유튜브에 감독님들 전주국제영화제 gv도 있네요
@우리지터 상업영화관서는 지지난준가 개봉했어요. 그러더니 급 없어지네요..ㅜㅜ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된다? ㅋㅋㅋㅋ
@안젤리나 졸려 아니옄ㅋㅋㅋ
그냥 하뜨한거에여
@우리지터 ㅋㅋㅋ 갑자기 질문!
우리 지터는 데릭 지터의 지터인가요? ㅎㅎ
다르덴옹 작품 첨 본게 로제타 99년작품이니 꽤 오래되었네요
젤 좋아하는 작품은 더 차일드와 자탄소입니다만
내일을 향한 시간이후 작품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듯 합니다
특유의 작품세계~클로우즈된 인물 위주의 핸드헬드 촬영, 영화음악의 부재, 다큐와 사실주의를 섞은 영상,
소외된 사람들과 부조리의 사회를 다룬 스토리등
최근 세편은 그 전 작품들에 비해 따뜻함에서 오는 희망은 덜해지고 범죄상황으로 주인공을 몰아넣는듯한 인상과 다소 과한 전개가 안타까웠습니다
환기를 시키고 싶을까요,
노래가사처럼 나무지팡이가 되어주길 바랬을까요?
내일을 향한 시간에서는 그런 환기가 없어도 충분히
먹먹했었는데 말이죠
제 취향과는 다르지만 언제나 응원하게 되는 감독님임에 틀림없습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