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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靑沙) 유준호 시조에 나타난 수평 공간적 기호체계
-청사(靑沙) 유준호 시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
백 승 수 (문학박사, 시조시인)
Ⅰ. 서 언
1. 연구의 목적
청사(靑沙) 유준호 시인에 대한 연구는 이미 출간된 6권의 시조집에 나타난 발문들과 몇 몇 신문과 잡지에 단편적으로 드러난 작품평 등이 전부이고, 작품 전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의 처녀시집 발문에서 이도현 시인은「감각과 지성이 조화된 시적 공간」이란 제재 아래「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을 예찬하는 불꽃같은 가슴을 지닌 시인」이라고 극찬하고 있으며, 여섯 번째 시조집「바람 한 필」의 발문에서는「아직도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시심을 지닌 분」이라 칭송하고 있다. 더구나 중부대 교수이시며 시조시인이신 신웅순 교수께서는 그의 작품「동백꽃 숲 속에서 2수」를「삶을 천작한 명작 중의 한 편」이라고 말씀하셨고, 박영교 시조시인께서도 그의 작품「시 이것은」이라는 작품을「삶 속에 무르익어서 풍겨 나오는 감동을 상징적인 의미 부여로 승화시킨 절장」이라고 일컫고 있다. 그 외에도 무수한 단편적인 평론들이 그의 작품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한 우수 작가의 귀중한 업적을 간과하는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며, 시조사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앞의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청사의 작품적 특성과 문예적 성격을 탐구하여 총체적이고도 보편적인 특성을 밝히고자 한다.
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청사(靑沙) 유준호 시인은 1942년 충남 서산군 고북면 남정리에서 출생하시어 공주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시고 충남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 충남 내 각 중고등학교 교사로, 서천여고, 충남과학고 교감으로, 서천고, 진산중, 금산여중 교장으로 재직하시다가 2005년 퇴임하신 분으로 일찍이 우리 민족의 청옥인 시조문학에 전념하시어 1971년 「시조문학」지에 등단한 이래 현재까지 6권의 시조집을 상재하시고, 각종 신문과 잡지에 평론과 명작을 꾸준히 발표하신 자랑스러운 우리고장의 시조시인이시다. 이번에 대전광역시문화상을 수상하심에 심사위원들은 그의 공로를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심사위원들이 말한 공적사항 |
문학부문의 유준호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원은 40여 년간 중앙문예지와 지방 문단지에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고, 6권의 시조집, 1권의 명작 다이제스트와 논문 ‘이호우론’, 평론 ‘장형시조 어떻게 써야 할까’, ‘시조시의 이해와 짓기’등 17편, 시조집 발문 7편 등 문학논문과 평론을 통하여 전통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
이러한 사실은 비단 그가 교육자로서 성실 청렴하시게 살아오신 삶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시조문학의 발전에 혁혁한 공로를 이루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평론을 제외하고 그의 시조작품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감각과 지성이 조화’ 내지는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을 예찬하는 불꽃같은 삶을 천작한 명작’이라 밝힌 바와 같이 ‘현실의 이야기를 보다 정감 있게 다루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조화’에 투철한 그런 특성이 바로 유 시인의 작품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앞의 많은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비록 적절한 바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에 속하는 것이지 본격적인 그의 작품에 대한 연구 성과는 아닌 것이다. (의견이 나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님)
그리하여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바는 그의 작품을 문학연구의 다양한 방법 중에서 특히 기호학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기호학적인 방법 중에서도 수평 공간적 기호체계를 마련하여 그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그 이유는 가령 수직 공간적 기호체계가 인간의 이데올로기나 신념 혹은 철학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수평 공간적 기호체계는 인간의 감정이나 조화 자연에 대한 무한한 애정 같은 것을 중시하여, 앞에서 지적한 그의 작품 성향에 들어맞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의 6권의 시조집에 나타난 것과 각종 신문 잡지에 발표한 작품들 약 200여 편을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특성을 발견하였다.
1. 청사(靑沙) 유준호 시인의 작품의 제 1성향은 과거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여 선현들이나 고장의 명승 민족문화 유산, 현실로 겪는 상호텍스트적인 것에 대한 찬미의 작품들이 특색 있게 나타난다.
2. 청사(靑沙) 유준호 시인의 작품의 제 2성향은 현재 우리가 겪는 여러 가지 생활의 실상을 자기 나름대로 음미하거나 실감하는 작품들이 특색 있게 나타난다.
3. 청사(靑沙) 유준호 시인은 작품의 제 3성향은 이미 있는 것(sein)을 보다 꼭 있어야 할 미래지향적인(sollen)의 작품들이 특색 있게 나타난다.
이러한 성향을 기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소쉬르와 소쉬르의 언어학적 의미를 더욱 철저히 한 엘름스레브의 이론 등을 채택하여 맞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대비표가 만들어지고, 이는 앞의 청사의 작품을 읽음에 어떠한 일정 틀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기도 하는 것이다.
| 표현 | 내용 |
질료 | 이야기 매체 | 모방 대상의 행위, 상상적 세계의 재현 |
형식 | 서사적 담론 | 이야기의 구성요소와 그것들의 관계 |
엘름슬레브는 이러한 이론에 의하여 언어학적인 개념과 메타언어학적인 개념을 분리시켰는데, 후에 유리ㆍ로트만은 언어학적인 1차적인 자연어나 인공 언어를 메타언어학적으로 변형 할 때 필연적으로 공간이 등장함을 증명하였다. 청사의 시조는 고향이나 자연 풍경, 묘지나 꽃과 나무, 바람이나 구름, 강과 비 등의 자연매개항적 공간 언어가 지배적이고 이를 앞의 작품 성향과 대비하면 자연스럽게 선현들이나 고장의 명승 민족문화 유산에 대한 찬미의 작품과 현실생활의 상호 텍스트적 관계를 지닌 것들에 대한 작품, 그 다음으로 소위 「뿔레 」가 말하는 응축현상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서의 느끼는 생활의 실상을 자기 나름대로 음미하거나 실감하는 작품, 뿔레가 말하는 확산 현상으로서 있은 것보다 꼭 있어야 할 미래지향적인(sollen)의 작품 등으로 나누어지고, 이를 수평 공간적으로 재구성하면 과거가 현재로 접근하여 정감을 이루는 관계, 즉「다가옴」의 기호체계와, 현실의 자연과 사물을 보다 자연스럽게 느끼는 관계로서의 멈추어 살펴본다는 의미의「멈춤」의 기호체계, 그리고 현실의 여러 가지 갈등적 고뇌를 풀어 그 해결책을 모색하여 나아간다는 앞의 확산의 의미로서의「나아감」의 기호체계로 대별되는데, 본 연구는 이러한 것을 체계적으로 탐구하기로 함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러한 실상에 대한 실험적인 연구에 불과한 것이라 혹 이와 이견이 있을 수도 있으며, 탐구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을 중시함을 원칙으로 하였다.
Ⅱ. 수평 공간적 기호체계의 원리로서 「다가옴」의 기호체계
시인이 시를 쓰는 일은 옛날부터 있어 왔었다. 관습과 전통의 전수에 의한 전대의 누군가의 글을 자연스레 모방하는 일면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인이 사는 세상에 대한 전대의 것에 대한 흠모와 숭앙 그리고 자기가 사는 세상에 대한 뿌리를 인식하여 ‘자아’를 ‘자기화 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습관이 있다. 사실 우리가 생활하는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인류문화의 큰 테두리 안에 갇혀 있고 시인의 의식도 이러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것을 일찍이 크레스테바 같은 이들이 상호텍스트성이라 하였고, 나아가 토도로프는 인류의 모든 문화는 시공을 초월하여 하나의 커다란 책을 형성한다는 것을 이야기 한 바 있다. 시인은 이러한 것을 유래되어온 전통으로 받아들이고 이는 하나의「다가옴 」의 의식으로 인식할 수 있다. 청사의 작품에는 이러한 특성이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1. 묘지와 그림을 통한 선현들에 대한 예찬
어느덧 굽이굽이 애달픈 세월 길에
그 날의 피보다 붉은 꽃이 피어 있다.
돌 틈에 살과 뼈 묻고/이름 없는 꽃이 됐나.
「무명용사비 앞에서」에서
오로지/이 땅에 뜻을 세운/영령들
죽어서 더 빛나는 겨레의 별 아니던가.
햇살도/한 줄로 서서/고개 숙여 묵념한다.
「대전 국립 현충원」에서
영혼이 환생한 듯/흰 나비 한 마리
봉분(封墳)을 날아다니며 실눈 뜨고 팔랑댔다
생과 사/작고 큰 인연이/묘비에 반짝인다.
「묘지(墓地) 근처」에서
이중섭의/코 없는 황소 한 쌍 뜸베질이다
멍에도 벗어부치고/뼈대를 곧추세워
양 볼에 불을 켜 달고/함성 속을 뛰어다닌다.
「투우도(鬪牛圖)」에서
위리안치(圍籬安置)/외딴 섬에 넋도 뼈도 다 시린
동지섣달 하얀 추위/붓끝으로 녹여서는
그려낸 네그루 노송(老松)/푸른 절개(節介) 올곧다.
「세한도(歲寒圖)」에서
앞의 세 작품과 작품「무령왕릉」등은 민족과 나라를 위하여 순국한 용사들이나 선현들에 대한 숭앙심을 노래하고 있고, 뒤의「투우도(鬪牛圖)」는 이중섭의 예술혼을 감동적인 모습으로 그려 내고 있으며,「세한도(歲寒圖)」에서는 추사의 파란 만장한 일생과 더불어 소나무에 드러난 선비의 절개를 찬미하고 있다. 앞의 세 작품은 순국한 이에 대한 추모의 정은 삶과 죽음을 서로 이어 하나의 영속성을 유지하면서 현실로 실존하는 실상을 노래하고 있으며,「투우도(鬪牛圖)」와「세한도(歲寒圖)」는 작고한 예술가를 오늘에 되살려 우리에게 다가오는 생생한 느낌으로 음미한 것이 돋보인다. 이들 모두가 일종의 아케이즘(Archaism)이며, 지나간 일을 오늘로 바라보아 다가옴을 실감하는 작가 나름의 창의적인 안목으로서의 정감인 것이다.
2. 문화유산과 산과 강 바다 섬 등 국토에 대한 사랑의 마음
다음으로 이러한 아케이즘(Archaism)으로서의 작가 나름의 창의적인 안목으로서의 정감은 국토와 문화유산의 사랑의 마음으로도 드러난다.
둘레로 매암 돌며/퍼덕이는 백학무리
고려왕조 짠한 슬픔/영롱하게 품어 안고
목울대 바스러지게/하늘에 울어 옌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瓷象嵌雲鶴文梅甁)」에서
꽃술에 앉은 나비/가늠 타 취한 자락
먼 날의 꿈을 새겨/발로 엮어 드리우면
세월도 망울이 터져/송이송이 피어나리.
「화촉대(華燭臺)」에서
모래벌에 서서 울던 살 여린 원형 바람
초승달 엷은 눈썹 수렁에서 건져 올려
하늘에 던져 놓고는 새도 비껴 날렸다지.
「금강설화(錦江說話)」에서
바람 든 세월만/ 굴껍질로 달라붙고
단 한 점 불빛 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목숨은/물에 기름 같아/차라리 눈을 감아.
「독도(獨島)」에서
앞의「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瓷象嵌雲鶴文梅甁)」에서는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담고 있는데, 이와 똑같은 자긍의 마음은 「백자달항아리」,「선비도(圖)」, 등의 작품에서도 드러난다.「화촉대(華燭臺)」에서는 화촉대의 아름다움을 꽃의 피어남에 비유하고,「금강설화(錦江說話)」에서는 금강에 얽힌 전설을 형상화시키고,「독도(獨島)」에서는 독도에 대한 국토 수호의 의지 같은 것을 잠재적으로 드러내면서 국토에 대한 예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이외에도「새벽바다」,「제주도 음(吟)」,「금강」,「설악산 음(吟)」,「봉화산(烽火山)」,「삼불봉(三佛峯)」,「갑사적송(甲寺赤松)」,「외딴 섬 하나」,「사비성을 돌아보며」,「산사 고매화(山寺 古梅花)」,「아라홍련(阿羅紅蓮)」,「남해에서」,「금강이여」,「계룡산」등의 작품에서도 이 같은 국토 사랑의 애타는 의지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3. 고향과 마을 그리고 현실 생활에 대한 생활감정
다음으로 살펴볼 일은 현실적인 생활에 대한 상호텍스트성이다. 이에는 고향 마을이나 어머니, 도시 생활과 현실적 일상에 대한 생활 감정이 서로 연관을 이루어 작품으로 나타나 현실과 현실, 현실과 과거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작가 나름의 창의적인 안목으로서의 정감을 표출하는 경우다.
불러볼/이름은/다 불러도 울림 없다.
해 저문 고향 산천/맨살에 서리친 날
가슴에 핑 도는 그리움/쓸쓸히도 눈을 뜬다.
「고향 산천」전문
젊은 까치 부리 닳게/애정 펴는 깍깍 소리
밥솥을 달각거리며 쏴하고 오르는 길
창 안팎 파고 들앉은 그 눈짓들 선선하다.
「숲속 아파트 아침」에서
저 하늘 달빛 뽑아 바늘귀에 꿰어 들고
철새 등에 실려 오는 한 금 밖의 슬픈 전갈
욧잇에 시쳐 넣으며 밤 밝히는 저 모정아.
「어머니」에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생활감정을 솔직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앞에서 지적하였듯 과거와 현실, 현실과 현실을 이어주는 그런 관계이기에 일종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관계를 그리는 것에 속한다. 앞의 작품 이외에도,「사월의 노래」,「산사의 밤」,「새」,「출근길」,「도시의 새벽」,「나의 마음」,「인연(因緣)」,「시골집」,「여급」,「송수연(訟壽筵)」,「손바닥」,「농방에서」,「고향」,「식목일」,「겨울시초(詩抄)」,「가을 점경(點景)」,「돌(1)」,「돌(2)」,「해」,「산마을」,「뜨락에 앉아」,「나물들 가슴 속엔」,「연(鳶)」,「춘야(春夜)」,「가을 이제(二題)」,「농촌풍경」등의 작품들에서도 나타난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 인류가 오랜 역사 속에서 공존하는 일면이 있음을 증명하고, 현대시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시조가 가지는 역사적인 내면에는 과거 우리가 살아왔던 모든 문화적인 것, 즉 풍류 생활이나 유교 사상, 훈민, 학문, 칭송 등에 대한 영향이 들어 있고 그것이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든, 역사 전기적인 것이든, 또는 개인의 정감을 표현한 것이든, 우리 민족과 심지어는 타민족의 민속이나 풍습 같은 것이든, 모든 것들이 절로 배어 있기 마련인 그런 것들을 잘 간추려 그 관계를 앞에서 지적한 상호텍스트성 같은 원리를 적용한 경우에 속한다.
그리하여 청사 유준호 시인의 작품의 제 1성향은 과거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여 선현들이나 고장의 명승 민족문화 유산, 현실로 겪는 상호텍스트적인 것에 대한 찬미의 작품이 특색 있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일종의 아케이즘이며, 인류의 모든 문화는 시공을 초월하여 하나의 커다란 책을 형성한다는 츠베탕ㆍ토도로프의 말을 상기하기에 충분한 면을 간직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그리하여 그가 구성한 수평 공간적 기호체계에 있어 주로 인간의 감정 작용 중 묘지와 그림을 통한 선현들에 대한 예찬이거나, 문화유산과 산과 강 바다 섬 등 국토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거나, 고향과 마을 그리고 현실 생활에 대한 생활감정을 나름대로 잘 표현하여 앞에서 상정한「다가옴 」의 체계를 로만 야콥슨이 지적한「등가」의 원리에 의하여 짜임새 있고 밀도 있는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Ⅲ. 수평공간적 기호체계의 원리로서 「멈춤」의 의미 작용
1. 산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
밤이면 숲 밖에다/그림자도 벗어놓고
가리개 하나 없이/둥지 친 첫사랑
젖망울 풀어 피는 꽃/소리 없는 붉은 웃음.
「山中新曲(4)」에서
산, 산은 바다가 보고 싶어/고개 들고
잠잠한 가운데 서로가 눈치 보며
다투어 발꿈치 들고 봉오리로 올랐다.
「산(1)」에서
고래로부터 산의 이미지는 그 이미지 자체가 신성한 공간으로 여기는 터였다. 천상에 가까운 산은 하늘과 땅을 잇는 접합의 점이었다. 그리이스 신화에 ‘그리이스 사람들은 지구는 둥글고 평평한 것으로 믿었다. 그 중심점에 신들의 주거지 올림프스산 혹은 델포이의 성지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토마스 불핀치,/「그리이스· 로마 신화」참조)/ ‘여호아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창세기 2장 7-8절 참조)/‘태백산 단목하와 한박산으로 불리는 박달산’ (김무조/「단군신화의 원형」참조) 등의 일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앞의「山中新曲(4)」에서와「산(1)」에서는 현재 우리가 겪는 여러 가지 생활의 실상을 자기 나름대로 음미하거나 실감하는 느낌으로 산을 어떠한 과거와 역사성 같은 것과 연관 없이 산 자체로의 순수 정감으로 표현하였다. 그리하여 작가 자신의 상상력과 시적인 기교로 멋있는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는 산에 올라 마을을 바라보며 일찍이 서산대사가 서울 도성을 개미집과 같다고 말한 바와 같은 에스프리인 것이다.「山中新曲(1)」,「山中新曲(2)」,「山中新曲(3)」,「山中新曲(5)」,「山中新曲(6)」,「山中新曲(7)」,「山中新曲(8)」,「산(2)」,「겨울 산에서」,「겨울산」등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는 계속하면서 산이 가지는 상징성과 이를 현실적으로 멈추어 바라보고 실감하는 멈춤 관계의 정감적 기호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 꽃과 나무와 구름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
가만히/창을 열고/세상 보는 환한 눈썹
초롱초롱한 붉은 웃음/망울로 폭발했어라
한 하늘 열어젖히는/찬란한/아우성들.
「개화(開花)」전문
봄밤을 풍겨 날던/소쩍새 울음소리
꽃대궁 기어들어/첫정 길어 올렸나
피 묻은/무거운 사랑을/송이송이 낳는다.
「꽃(3)」에서
작품「개화(開花)」에서나「꽃(3)」에서 느끼는 감정은 봄이 와서 꽃이 만발하여 세상이 꽃으로 변한 모습을 보이고, 이어서 사랑을 송이송이 낳는 정감적 이미지는 발상이 기발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 모습 한 가운데 버티고 서 있는 유 시인의 의지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지만, 곧 꽃을 통한 상승작용에 대한 의지를 감각적으로 느끼는 일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유 시인은 꽃은 물론이고 초목과 구름 같은 상승적 이미지를 통하여 자기의 감정을 극대화 하거나 「전경화」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들을 통하여 감정을 이입시키는 소위 투사(projection)의 기교에 남다른 재주를 지녔음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작품「꽃(1)」,「꽃(2)」,「매화」,「모란」,「진달래꽃」,「장미」,「국화」,「교정에 피는 꽃은」,「꽃잎에 내린 이슬」,「개화 그리고 낙화」,「민들레들」,「갈대꽃 정경(情景)」,「봄 그리고 목련」,「연(蓮)」,「새털구름」,「노송의 생애」,「가을나무」,「홀씨」,「과수원에서」,「어느 날 배롱나무」,「나무의 가슴 속엔」,「풀」,「가을과수원(1)」,「가을과수원(2)」등에서도 마찬가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는 유 시인의 꽃과 초목 등에 대한 알뜰한 정을 엿보게 하는 멈춤 관계의 기호체계를 구축(構築)하고 있음을 대변한다.
3. 강가 바다 그리고 섬 등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
갯가에 짭조름한 함성이 눈을 뜬다
빛과 어둠 거나하여 횟집을 들락댄다
한소끔 흥을 돋우며 살점들이 눕는다.
「바닷가 원근 풍경」에서
쉴 새 없이 흐르며/내버리는 강의 무욕(無慾)
끊임없이 속 비우고도/기운찬 강의 삶
우리는 언제 강처럼/저런 경지(境地) 누려보나.
「강(江)의 일상」에서
물은 생물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으로서 인간의 물에 대한 관심은 깊어, 옛날부터 철학자에게는 중요한 사색(思索)의 대상이었다. B.C.6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은 우주의 모든 것의 기본적인 원소라고 하는 일원론(一元論)을 제창하고, 모든 물질은 물이 형태를 달리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에서 우리는 모든 것이 하나이며 서로 평등한 원형의 꿈을, 무의식적이지만, 물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물의 무의식에 대하여 바슐라르는 시냇물이나 강이 흐르는 곳에서 태어난 사람은 물에 의하여 그 무의식이 지배되고 잠들어 있는 호수 앞에서 상상력에 젖 같은 이미지가 나타나고 가벼이 움직이는 상을 보게 된다고 하고 있다.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126참조) 더구나 바다라는 이미지는 수평적인 것이며 수평적인 이미지는 소통이라는지 정감의 표현이라든지 교환, 송출 등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앞의 작품「바닷가 원근 풍경」에서와 「강(江)의 일상」에서는 이러한 물의 이미지를 유 시인 자신의 정감으로 육화하여 평등과 무욕 같은 시인 자신의 소망으로 환원시켜 제제에 합당한 소재를 담담한 생활 감정으로 도출시킨 수작이 아닐 수 없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것은 바로 감정의 순화에 해당되며, 이러한 감정의 순화는 작품「시냇물」,「외딴 섬 하나」,「강(江)」,「물」,「바다에서(1)」,「바다에서(2)」,「새벽 바다」,「시냇물」,「외딴 섬 하나」,「밤바다」,「강물이 흐른다」등에서도 이어지면서 수평적인 멈춤 관계의 기호체계를 구축하여 현실의 속박과 괴로움을 달래고자 하는 작가의식을 표출하여 그가 가지는 하나의 꿈과 이상에 대한 열망의 세계를 표출하고 있다.
4. 비와 바람과 눈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
둥근 해/올올 머리 나부끼는 산등성에
품은 꿈 한 줌을 빗살 섞어 뿌렸더니
기다란 기다림 안고/파릇파릇 움트네.
「바람 부는 봄날에」에서
한겨울 한밭 벌판/채우는/분분함 속
시간은 얼어붙어 헛기침도 없는데
누가 와 저리 설칠까/눈 홉뜨고/바람/운다.
「눈 오는 한밭 벌판」에서
작품「바람 부는 봄날에」에서는 마음속에 간직한 꿈을 정성으로 뿌려 그것이 움트는 정감을 표현하고,「눈 오는 한밭 벌판」에서는 눈이 내리는 일종의 생활 정감을 표현하되 그 안에는 일종의 잠재된 소망 같은 것을 담고 있어 주목되는 일면이 있다. 원래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림은「우파니샤드」철학에서 말하는 거꾸로 선 무화과나무가 우주의 중심에 있어 그 자라남이 우리에게는 하강하는 비나 눈으로 상징되어 일종의 축복이라는「우주수」의 원리가 존재함으로서 아이러니와 역설을 지닌 것인데, 이에 덧붙여 「기호 작용」으로서의 바람은 항상 유동성을 가지며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흐르며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며 무엇인가를 전해주는 이미지로서 그것은 의식적이지만 무의식적인 오랜 인간의 소통관계를 유추하기에 가령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한 소년이 사랑하는 소녀가 사는 마을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눈을 감으며 소녀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등장하는 등으로 바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한 바람의 기능은 바로 정보의 소통에 있음이다. 유 시인의 이러한 사실들을 앞의 작품은 물론 작품「수마(水魔)」,「비」,「눈 덮인 산길 가다」,「바람(1)」,「바람(2)」,「바람(3)」,「첫 눈」,「눈)」,「비 온 뒤」,「비(1)」,「비(2)」,「저녁」등에서 그 감정을 잘 표출하면서 우주수적 관점의 멈춤 관계의 기호체계를 구축하여 현실적인 괴로움이나 한을 현대 사회의 특성, 즉 후기산업사회와 정보화 사회 등에 맞는 의식과 더불어 누구나 좋은 분위기에서 따뜻하고 안락하게 살아가야 함을 흐름이라는 과정 속에 내맡겨 수평적인 미학을 구축하고 있다.
이상의 사실을 보건대 유 시인은 수평공간적 기호체계의 원리로서「멈춤」의 의미 작용을 산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와 꽃과 나무와 구름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와 강가 바다 그리고 섬 등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와 비와 바람과 눈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를 나름대로 치밀하게 구성하고 있고, 이는 유 시인의 정감적 생활 감정과 더불어 수평적 기호체계가 갖는 잠재적인 특성 현실을 따뜻한 눈으로 긍정하면서 살아가야 함과, 자연과 조화로운 삶과, 높낮음이 평등적인 삶 등은 물론이고, 가장 현대적인 문제 예컨대 21세기의 기술과 정보의 발달에 대한 이야기나, 개인과 조직과 사회의 가치에 있어 소위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 한 번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사람 등의 능력 배양, 인정과 사랑 같은 주제를 시조문학의 힘으로 창작,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등에 대한 영감 혹은 예감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어 현대시조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
Ⅳ. 수평공간적 기호체계의 원리로서 「나아감」의 기호체계
청사 유준호의 시조에 나타나는 수평 공간적 기호체계의 또 하나의 원리는 바로「나아감」의 원리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평적 기호 체계는 일종의 정감의 선택이고 이는 곧은길을 나아가듯 수평을 이루는 것을 감지하는 것인데, 여기에서의 나아감은 뿔레가 말하는 확산 현상으로서 의미로 보아 현실의 여러 가지 갈등적 고뇌를 풀어 그 해결책을 모색하여 나아간다는「나아감」의 기호체계로서 시조 작품이 갖는 미래지향적인 기대와 소망 그리고 기원과 꿈같은 소박한 것들 까지 포함한다.
1. 별과 나무 등의 자연물을 통한「나아감」의 원리로서의 기원
한 우주(宇宙) 맑은 혼령(魂靈) 온몸에 솟구쳐
뼈대 붉은 후예로 살아온 높은 골품(骨品)
도솔천 떠받쳐들고 세운 결기 올곧다.
「춘양목(春陽木)」에서
밤하늘 앙가슴에 깨쳐 박힌 유리조각들
예리하게 반짝이며 어둠살을 저며 낸다.
하얗게 날 세운 날로 우리 죄도 도려냈으면…….
「별」전문
현실의 어려움이 있으면 시인은 누구보다 슬퍼하는 존재이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염원의 시를 작품으로 드러내기 마련이다. 앞의「춘양목(春陽木)」에서는 백의민족의 자랑스러운 씩씩한 기상을 염원하면서 현실의 쓰라린 실정을 극복하고자 하는 작품인 반면,「별」에서는 우리 현실적인 여러 가지 죄에 대하여 깊은 회의와 함께 이를 도려내어 정화하고자 하는 현실 극복의 의지이며, 현실과 이상이 이항대립체계로 잠재되어 있다. 이러한 종류의 작품으로는「순리(順理)」,「강(江)의 일상」,「폭풍 속의 번개」,「산마을」,「돌(1)」,「돌(2)」,「꽃(1)」,「꽃(2)」,「꽃(3)」,「항아리」,「비」,「달밤에」,「흔들바위」 등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 극복의 의지가 기원의식이 보다 철저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다음의 작품에서처럼 이어진다.
2. 신정읍사(新井邑詞), 시 그리고 바람을 통한「나아감」의 원리로서의 꿈과 이상
청사의 나아감의 마지막 원리로서는 우선 꿈과 이상을 그리는 모습이나 상상에 의한 긍정적인 것으로 있는 것 있어야 할 세계를 구축하는 측면으로 나타난다.
휘영청 하늘 허리 휘여 잡고 오른 달아
느티나무 가지 새에 처어억 걸터앉아
첫 아이 돌날 얼굴로 웃어 보렴 웃어봐.
「신정읍사(新井邑詞)」에서
우리 국문학사상 내려오는 정읍사는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아낙의 찡그린 얼굴이 떠오르지만, 위의 작품은 이와는 달리 누구나 환하게 웃는 모습이기에 근심 걱정이 사라진 그러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그려내고 있다. 즉 달을 매개항으로 하여 부정항 보다는 긍정항으로서의 상승작용을 담아내어, 저절로 달의 부정적 이미지가 해체되어 기쁨이 가득한 모습으로 변화시켜, 우리 모두가 평화로운 모습인 그런 모습을 담고 있다. 내심의 이야기가 「나-나」의 대화체계가 아닌 「나-남」의 대화체계를 이루어 기원과 축원, 부탁이나 청원 같은 의미의 체계로 일종의 해체적인 탈(persona)의 모습으로도 등장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경우로 이어진다.
이것은 꿈꾸다 깨어난 환한 눈빛
산사(山寺)의 추녀 끝에/매달린 풍경(風磬) 소리
어쩌면 달빛에 기대/밤을 태운 촛불이리.
「시(詩), 이것은」에서
시는 시마(詩魔)라는 말처럼 매우 까다로워 때로는 시인의 고뇌를 증가시키는 소위 「엔트로피치(値)」를 증가시키는 작업을 강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세상의 구원의지가 되는 이상스런 존재인 것이다. 그리하여 시의 정체가 눈빛에서 풍경소리로 다시 촛불로 변화를 추구하면서 묘한 해체를 이루고 있는데, 그 암묵적인 의미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구원의지인 것이다. 있어야 할 세계에 대한 잠재적인 비전의식을 담고 있음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해체가 이루어져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작품이다.
바람 한 필(疋)/섬섬(纖纖)하여 살포시 쥐어보니
뭇 생을 거느린 섭리(攝理)가 꿈틀댄다.
행여나 잡티 낄세라/숨조차 가만 쉰다.
별빛 달빛 올을 뽑아/짜놓은 명주인 듯
너무 희고 투명해 마음눈을 뜨고 본다.
온 우주 감싸고도 남는 천의무봉(天衣無縫)/바람 한 필(疋).
「바람 한 필(疋)」전문
바람이 이루는 춤과 같은 모습의 해체가 엿보인다. 특히 춤에 대하여는 고시조집의 일종인 화원악보(花源樂譜)의 서문에 이르길「사람이 설(說)을 하되 설이 부족하면 장언(長言)을 장언이 부족하면 차탄(嗟歎)을 차탄이 부족하면 자기도 모르게 춤, 즉 손으로 추는 무(舞)와 발로 춤을 추는 도(跳)라 하는 수무족도(手舞足跳)의 경지에 빠진다.」고 했다. 작품에서 바람과 세상과의 관계가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나-나(화자)-바람-나-나(화자)-섭리-나-나(화자)-숨
-나-나(화자)-명주-나-나(화자)-마음-나-나(화자)-바람
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해체를 이루고 있는데 이의 진실한 의미는 아마도 세상을 정화하고 아름답게 하려는 작가 자신의 내적인 소망과 어려운 현실에 대한 회의와 혼란, 좌절과 갈등을 한꺼번에 풀어 헤치려는 작가 의지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유 시인의 수평 공간적 기호체계의 원리로서「나아감」의 기호체계에서 별과 나무 등의 자연물을 통한「나아감」의 원리로서의 기원과, 신정읍사(新井邑詞), 시 그리고 바람을 통한「나아감」의 원리로서의 꿈과 이상의 실현을 기준으로 하나의 작품을 통하여 발화의 주체, 시간, 공간적 상황과 문맥을 담당하는 담론(discourse)의 부분과 메시지의 내용과 전개를 보여주는, 멩그노의 소위 「레시(recit) 개념」을 동시에 보여주는 진지함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도 좋으며, 이는 결국 현실의 고뇌스러운 일면에 대한 무의식적인 항거이며, 있는 것보다 있어야 할 세계에 대한 동경 내지는 꿈이라 할 수 있는데, 유 시인 자신은 이러한 사항을 하나의 해체적인 기법을 통하여 가장 현대시조다운 작품을 구축하고 있다.
Ⅴ. 결 어
이상의 연구에서 청사(靑沙) 유준호 시조에 나타난 수평 공간적 기호체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1. 청사 유준호 시인의 작품의 제 1성향은 과거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여 선현들이나 고장의 명승 민족문화 유산, 현실로 겪는 상호텍스트적인 것에 대한 찬미의 작품이 특색 있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일종의 아케이즘이며, 인류의 모든 문화는 시공을 초월하여 하나의 커다란 책을 형성한다는 츠베탕ㆍ토도로프의 말을 상기하기에 충분한 면을 간직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그리하여 그가 구성한 수평공간적 기호체계에 있어 주로 인간의 감정 작용 중 묘지와 그림을 통한 선현들에 대한 예찬이거나, 문화유산과 산과 강 바다 섬 등 국토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거나, 고향과 마을 그리고 현실 생활에 대한 생활감정을 나름대로 잘 표현하여 앞에서 상정한「다가옴 」의 체계를 로만 야콥슨이 지적한 「 등가」의 원리에 의하여 짜임새 있고 밀도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2. 유 시인은 수평 공간적 기호체계의 원리로서「멈춤」의 의미 작용을 산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와 꽃과 나무와 구름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와 강가 바다 그리고 섬 등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와 비와 바람과 눈의「멈춤」공간으로서의 기호체계를 나름대로 치밀하게 구성하고 있고, 이는 유 시인의 정감적 생활 감정과 더불어 수평적 기호체계가 갖는 잠재적인 특성 현실을 따뜻한 눈으로 긍정하면서 살아가야 함과, 자연과 조화로운 삶과, 높낮음이 평등적인 삶 등은 물론이고, 가장 현대적인 문제 예컨대 21세기의 기술과 정보의 발달에 대한 이야기나, 개인과 조직과 사회의 가치에 있어 소위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 한 번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사람 등의 능력 배양, 인정과 사랑 같은 주제를 시조문학의 힘으로 창작,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등에 대한 영감 혹은 예감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어 현대시조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었다.
3. 유 시인의 수평 공간적 기호체계의 원리로서「나아감」의 기호체계에서 별과 나무 등의 자연물을 통한「나아감」의 원리로서의 기원과, 신정읍사(新井邑詞), 시 그리고 바람을 통한「나아감」의 원리로서의 꿈과 이상의 실현을 기준으로 하나의 작품을 통하여 발화의 주체, 시간, 공간적 상황과 문맥을 담당하는 담론(discourse)의 부분과 메시지의 내용과 전개를 보여주는, 멩그노의 소위 「레시(recit) 개념」을 동시에 보여주는 진지함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도 좋으며, 이는 결국 현실의 고뇌스러운 일면에 대한 무의식적인 항거이며, 있는 것보다 있어야 할 세계에 대한 동경 내지는 꿈이라 할 수 있는데, 유 시인 자신은 이러한 사항을 하나의 해체적인 기법을 통하여 가장 현대시조다운 작품을 구축하고 있다.
청사(靑沙) 유준호 시인은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전 일생을 교육자로서 성실 청렴하게 살아오신 삶을 사시면서 후세 교육에 이바지한 공로가 지대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현대시조문학의 발전에 혁혁한 공로를 이루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며 이는‘감각과 지성이 조화’ 내지는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을 예찬하는 불꽃같은 삶을 천작한 명작’이라 고 말씀드린 것에 덧붙여 ‘현실의 이야기를 보다 정감 있게 다루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조화’에 투철한 신념을 몸소 작품으로 승화시켜 시조문학사에 빛나는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원로 작가의 실상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이는 시조문학의 현실의 어려운 문제에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하는 뜻 있은 사회 인사의 한 분으로 현실적인 계몽정신과 개척정신 같은 것, 조국과 신앙에 대한 의지와 새로운 시대정신을 그의 작품에 담아내어 빛나는 시조시학을 이룩하는 존경스러운 분이라는 뜻이다. 청사(靑沙) 유준호 시인에 대한 연구는 보다 본격적인 방법으로 계속 연구되어야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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