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 바가지에 떠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그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온다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도종환의 ‘어떤 마을’ 전문>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다.
지금은 정치를 하고 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를 쓰던 시절의 시인이 그리워진다.
팍팍한 정치계에 몸을 담그면서 과거처럼 좋은 시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처음의 열정을 잃지않고, 그나마 괜찮은 정치인으로 평가를 받는 것 같아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작품에서 ‘별들이 많이’ 뜬 마을은 ‘사람들이 착하게’ 살고 또 ‘순하게’ 사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밤새 밝은 불빛이 지워지지 않은 도시에서는 ‘별들이 많이’ 뜬 모습을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작품에 제시된 마을의 풍경은 아마도 시인의 추억 혹은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밥을 짓기 위해 맑게 흐르는 개울물을 ‘물바가지에 떠담’으면, 어느새 ‘접동새 소리’와 ‘별 그림자’도 함께 거기에 담긴다.
그리고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절로 연상되는 듯하다.
‘밥티’는 아마도 ‘밥풀’의 방언일 것이다.
가난한 시절이지만 그래도 따뜻한 정이 넘치던 마을의 풍경이 그리워진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