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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해외여행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시대에 외국어를 잘 한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을 활용한 번역기가 등장하면서,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단기간의 외국 여행을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도 있다. 그러나 방문국의 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한다면, 여행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때로는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외국인을 보면 정서적으로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외국어 능력은 사람들에게 외국으로의 여행에 대한 부담을 한껏 줄여주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외국어 학습에 관한 언어 순례자 로버트 파우저의 경험과 생각’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미국인 저자의 저서이다. 저자는 꽤 오랫동안 한국에서 학자로서 활동을 했고, 지금도 한국어로 책을 저술할 정도로 한국어 사용에 능숙하다. 개인적으로 대학원 시절에 고시조를 배우고 싶다는 저자의 요청에, 한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시조를 강독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경험이 있다. 이후에도 저자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할 때, 국문학 관련 학회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어로 저술하는 그의 책을 즐겨 읽는 독자가 되었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문체가 쉽고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 자신은 스스로를 ‘언어 순례자’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일본어를 비롯해서 한국어와 아일랜드어 등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적극적인 성향에서 비롯되는 특징이라고 이해된다. 이 책에서는 ‘16세 미국 청소년, 로버트 파우저가 외국어를 배운 최초의 기억’을 환기하는 내용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고등학생 시절 잠시 일본에 교환 학생으로 다녀간 이후, 스페인어와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인근의 한국에 흥미를 느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 왕래하면서, 한국어를 익히고 학자로서 활동을 했던 경험도 토로하고 있다. 다시 아일랜드에서 응용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저자의 경험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그야말로 종횡무진의 행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토로하고 있는데, 물론 언어 학습 능력이 저자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쉽게 따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완벽한 이론이란 존재할 수 없기에, 저자의 경험담 역시 외국어 학습에 관한 다양한 경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면서 저자가 고민했던 내용이나 경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외국어 공부를 위해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어쩌면 외국어는 개인의 필요로 동기 부여가 되는 측면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단지 시험을 위해서 학창 시절 내내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했지만, 그 결과가 긍정적이지 못했던 기억을 많은 이들이 지니고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게임을 위해서, 혹은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외국어에 빠져들었던 경험을 지닌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마지막 항목에서 저자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언어인 이탈리아어를 배우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아마도 그간의 경험으로 보건대, 그의 노력이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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