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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과 각종 유기물로 혼탁한 액체가 담긴 투명 용기에 무언가를 첨가하니, 혼탁했던 액체가 마술처럼 투명해지는 화면이 연출되는 아침 방송의 프로그램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에 관여하는 성분에 대한 상찬과 더불어 특정 회사의 상품이 소개되는 내용들이 이어진다. 너무도 판에 박힌 듯한 내용이라 내 경우 그런 장면들을 보지 않고 채널을 돌려버리지만, 많은 이들이 이렇게 연출된 화면에 쉽게 현혹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화면을 보면서 과연 우리 인체 안의 구조가, 투명한 용기에 담긴 것처럼 순식간에 말끔하게 변화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 의문이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나트륨이나 지방의 과다섭취에 대한 경고는 현대인들에게 건강에 대한 상식적인 정보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과연 전문가들을 자처하는 이러한 정보들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먼저 떠올랐다. ‘음식 상식의 오류와 맹신을 고발한다’라는 부제의 이 책은, 그동안 <불량음식>이라고 규정했던 우리의 상식이 ‘오류와 맹신’을 담고 있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일반인들과는 다른 가냘픈 여성 연예인의 몸이 마치 현대인의 표준인 것처럼 소개한다든지,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든지 몇몇 남성 연예인들처럼 상체에 식스팩이 선명하게 드러난 몸매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연예인들은 자신의 재능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을 자신의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그러한 몸매를 가꾸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경우 건강에 문제만 없다면,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적절한 체력을 유지하면서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매체에서는 끊임없이 ‘비정상적’인 연예인들을 마치 현대인의 표준인 것처럼 내세운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단 몸매 뿐만 아니라, 음식에 잇어서도 이러한 관점을 강요하고 있기에[그러한 현상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즉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식품에 대한 평판과 영양에 관한 정보는 문화 속에서 축적된 결과물일 뿐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영양학’의 정보가 때로는 부분적이고 불충분한 내용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그러한 내용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지나치게 내세우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과는 좋은 음식이고 햄버거는 정크푸드에 불과할 뿐이다’라는 것이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지만, 저자는 그것이야말로 ‘평판과 상식에 갇힌' 정보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영양 성분을 비롯하여 종합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일 년 동안 버티기에 가장 좋은 식품 1위’는 기존의 상식과 다르게 ‘핫도그’와 ‘밀크초콜릿’ 등 사람들에게 ‘유익함 면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식품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평판과 상식에 갇히다’라는 1장에서 소개되고 있으며, 저자는 ‘몇몇 식품이 영양 면에서 풍부한가 부족한가 하는 문제가 다른 영양 성분의 희생 위에서 과장되어 왔다는 논란’에 지속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부정적인 평판을 지닌 영양 성분을 마냥 거부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에 필요한 상황을 고려하여 편식이 아닌 고르게 음식을 섭취하면서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장에서는 ‘식품을 둘러싼 논란들’을 소개하면서, 고기를 기피하면서 만들어낸 밀기울에 대한 신화가 아침에 식사 대용을 먹는 시리얼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가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이밖에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어 온 ‘비타민 신화의 탄생’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방이나 나트륨 혹은 설탕 등에 대한 필요 이상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어지는 내용들은 구체적으로 이러한 성분에 대한 상식과 평판이 얼마나 타당한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방에 대한 큰 실수’라는 제목의 3장에서는 지방에 대한 상식의 오류를 파헤치고, ‘지방을 식단에서 배제하기란 무리이며 현실적으로 지키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어지는 ‘제값 하는 소금’이라는 제목의 4장과 ‘설탕이 거둔 쓴맛’이라는 5장의 내용 역시 이들 성분이 마냥 우리의 식단에서 배제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건강한 식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또 조절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6장에서는 과도한 의미 부여가 된 식품들에 초점을 맞추어 ‘전설적 총아들 네 가지’라는 제목으로, 그것이 지닌 문제점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에 대해, 실제 사과의 영양 성분을 비교하면서 그것이 과장된 정보라고 단언한다. 또한 어린이들에게 과도한 섭취를 제한하는 아이스크림의 경우 ‘고지방 식품들 대다수에 비해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설명한다. 이밖에도 감자와 햄버거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로 떠오르면서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들이 지닌 영양 성분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특정 식품만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모든 영양 성분을 고르게 먹는 것이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저자는 ‘맺는 말’을 통해서 ‘영양에 대한 믿음이 영양학적 사실이나 검증된 과학과 많은 부분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과학 정보가 넘쳐나고 쉽게 유로되는 데 따르는 잠재적 문제’들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상식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널리 확산되고 있기에, 그러한 정보들을 맹신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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