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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의 동화 모음집으로, 이 책에는 모두 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애초에 ‘어른을 위한 동화집’을 표방한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에서 뽑아낸 것이며, 작가는 이 작품들을 ‘자발적으로 내가 쓰고 싶어서 쓴 미발표 원고’를 엮어서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 가운데 ‘어린 독자가 읽어야 할 작품을 뽑아’ 새롭게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가장 앞에 실린 <자전거 도둑>은 표제작이면서, 중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청계천 세운상가의 점원으로 일하는 16살의 수남이 등장하고,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주인 영감을 비롯한 주변 상인들의 성격이 분명하게 대비되어 있다. 1970년대로 추정되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에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는 물론 빈부 격차가 점점 심화되던 시기였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들은 수남이처럼 어린 나이에도 돈을 벌고자 서울로 향했고, 삭막한 도시에서는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운 이들의 논리가 관철되기도 했다.
주인 영감의 심부름으로 자전거를 잠시 세워 두었지만, 거센 바람에 자전거가 쓰러지면서 자동차에 부딪히면서 운전자가 수리비를 요구하며 수남의 자전거에 열쇠를 채웠다. 이에 자물쇠가 채워진 자전거를 들고서 도망치는 모습을 제목에서 ‘자전거 도둑’으로 표현했고, 이는 멀쩡한 사람을 도둑으로 모는 도시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결국 그러한 도시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수남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면서 작품은 종결된다.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이라는 작품은 시골 학교에서 닭을 키워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교사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시인의 꿈>은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 둔 낡은 자동차에서 사는 시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문학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함께 수록된 <옥상의 민들레꽃>과 <할머니는 우리 편> 그리고 <마지막 임금님> 등의 작품들 역시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삶의 의미를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작품들이라고 여겨진다. 책의 뒷부분에는 아동문학 평론가인 박덕규의 ‘작품 해설’이 수록되어 있어, 이 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의 의미를 나름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동화를 쓰게 된 동기를 ‘197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와 관련’이 있으며, ‘소설로는 못 풀어낼 답답한 심정을 동화라는 형식에 의탁’하고자 했음을 밝히고 있다. 작가의 초기작인 단편소설에는 도시 생활의 명암을 드러낸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는데, 개인적으로 <닮은 방들>이라는 작품은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하던 시절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잘 드러난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저자는 동화를 수록한 이 작품집을 통하여 ‘옛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삶의 경륜과 가슴에 박힌 못을 해학으로 단순화시켜 손자들에게 들려주듯이’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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