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며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다>
언제부터인지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어 영화를 잘 보지 못했다.
집에는 동네 비디오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부터 사서 모아놓은 비디오 테이프가 잔뜩 있고, DVD와 영화 파일도 가지고 있지만 마음놓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몇년 전(2011년) 벤쿠버에 방문학자로 1년간 생활할 때,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의 아시아센터 도서관에 DVD가 약간 있어 기회가 될 때마다 몇 개씩 빌려다 보았다.
책과 달리 DVD는 대여기간이 3박4일이라 기한이 되면 로그인해서 연장(renew)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덕분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를 집에서 여유롭게 감상할 수가 있었다.
그 때 보았던 위기철 원작의 <아홉살 인생>(윤인호 감독)에 대한 감상문을 여기에 옮겨본다.
김석(백여민 역)과 이세영(장우림 역) 등 아역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고, 작품 속의 교실 풍경이 내가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다니던 70년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엄마 역의 정선경의 등장도 반가웠지만, 담임 선생 역의 안내상의 연기를 보면서 당시 교사들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조그만 시골 동네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엮어서 재미있게 꾸미는 감독의 연출도 돋보였지만, 그것은 아마도 탄탄한 원작에 힘입은 바 크다고 여겨진다.
동네 형들의 심부름으로 어느 누나에게 편지를 전달해주던 것 하며, 재래식 화장실을 치우는데 몇 번이나 퍼갔는가를 세는 모습 등은 예전의 아련한 기억 속의 풍경 그대로였다.
이제는 재래식 화장실을 보기도 힘들고, 사랑의 메신저는 휴대폰이나 이메일로 통하지만, 영화 속에 비춰지던 모습은 아날로그 시대의 삶의 한 단면이었다.
영화 속에 흐르는 노영심의 음악도 인상적이었다.
혹시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아홉살 인생>을 보시도록 권하고 싶다.
2018년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