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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시를 통해 아이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같은 시를 누가 읽는가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달라질 수 있기에, 쉬운 시를 택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전제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읽으려고 하는 시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제안에 응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먼저 시에 대해서 생각하고,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 읽기는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나는 여전히 강의실에서 시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수강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특히 시라는 장르를 어렵게 느끼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는데, 먼저 시를 자신의 관점에서 읽고 이해해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시는 대체로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가 아닌 함축과 비유로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했던 학교 교육의 영향도 적지 않은데, 입시에 치중된 교육 현실에서 학생들은 교과서의 시를 감상하기보다 그 속에서 어떤 문제가 나올지를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도록 훈련이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 자체를 꼼꼼히 읽어볼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학생들이 시를 읽고 이해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다.
시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작품 속의 화자가 되어보기도 하고, 시인의 입장에 서서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는 화자의 상대가 되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작품 자체와 거리를 두고 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요구된다. 다시 말하자면 시를 읽는 방법은 이처럼 다양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를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 이제는 작품의 행간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마음껏 상상해 보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하겠다. 내친김에 시 읽기에 흥미가 생긴다면, 서툴더라도 시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시인 안도현은 '시를 백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써보는 것이 시를 더 제대로 아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 읽기를 즐길 수 있다면, 아이와 시를 통해서 어떻게 질문하고 대화를 나눌 것인지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일단 자신과 아이가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4개의 주제로 그 방향을 설정하는데, 1부에서는 ‘내면의 힘과 자존감을 길러주는 용기의 언어’라는 제목으로 <삼학년>이라는 초등학교 학생의 시를 비롯한 7작품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상대방과의 공감력을 기르고, 마음의 중심을 잡도록 도와주는 작품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나의 답변을 이끌어내기보다, 아이가 작품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때로는 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생각을 털어놓는다면,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보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아이의 생각을 북돋아 줄 수 있다면, 아이도 시를 읽고 질문하고 대화하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2부는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주는 지혜의 언어’라는 제목으로, 호피촉의 <답>을 비롯한 8개의 작품이 등장한다. 어떤 일이든 주어진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답안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정답이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는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그처럼 다양한 각도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운다면, 우리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사물이 아이의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워주는 통찰의 언어’라는 3부에서는, 윤동주의 <서시>를 비롯하여 7수의 작품들을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 4부에서는 ‘긍정의 힘을 알려주는 사랑의 언어’라는 제목으로, 함민복의 <가을 하늘>을 포함한 6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시를 통해서 질문을 하고 대화를 하면서, 아이에게 용기와 지혜 그리고 통찰과 사랑을 품을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아마도 부모들이 이러한 방식을 시도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아이들은 기꺼이 즐기면서 응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학교공부나 성적, 그리고 입시 따위의 현실적인 문제는 잠시 미뤄두어야 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요구된다. 시가 내용 자체보다도 여백을 통해서 독자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것이기에, 시로 대화를 나누려는 부모와 아이 모두 이러한 자세를 먼저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화법이 익숙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그때는 굳이 시가 아니더라도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에게 시를 읽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갈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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