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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화와의 차이점
〈아무도 모른다〉의 소재는 도쿄에서 1988년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 ‘스가모 어린이 방치 사건’이지만, 영화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보다 실화가 더 참혹한 이야기이며, 실화 전체를 영화로 옮기지 않고 단지 배경과 실화의 마지막 부분만을 모티브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 사건을 처음 접한 뒤 영화화하기 위해 15년 넘게 초고를 다듬었으며, 실제 사건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조사했다.
2. 제작 과정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주인공인 네 명의 아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대대적인 오디션을 치렀고, 주연으로 발탁된 아이들은 모두 연기를 배운 아역배우가 아니었다. 감독은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역할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그들이 대본에 얽매이기보다는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영화 촬영 기간은 영화 속 시간과 동일하게 1년이 좀 넘게 걸렸고, 영화는 2002년 가을에서 2003년 여름까지 촬영되었다.
이야기의 순서대로 도쿄의 아파트에서 촬영되었고, 아파트의 구조는 영화 속 설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감독은 영화 촬영을 위해 이 아파트를 임대했고, 촬영이 없을 때는 스태프들이 아파트를 사용했다. 감독은 긴 촬영 기간 동안 아이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고, 아이들에게 촬영이 없을 때 영화를 찍으면서 생각했던 것과 일상의 관심사에 관해 일기를 쓰도록 했다. 그는 어린 배우들과 서로 교감하며 그들의 개성이 자유롭게 표현되기를 바랐고,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존중했다.
그는 일반적인 극영화의 기승전결 구조를 버리고 아이들이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어떻게 사는지를 관찰 카메라에 가까운 시각으로 촬영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본래 성격과 기호를 파악하고 그것을 영화에 반영하기도 했다. 극중 유키가 좋아하는 과자를 정할 때, 유키 역을 맡은 모모코 시미즈가 ‘스트로베리 포키’보다 ‘아폴로 초코’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감독은 그녀가 좋아하는 과자를 먹을 수 있도록 대본을 바꾸었다.
3. 영화의 배경이 된 실화 ‘스가모 어린이 방치 사건’
영화의 배경이 된 ‘스가모 어린이 방치 사건’은 1988년 도쿄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의 엄마는 함께 살던 동거남이 다른 여자가 생겨 떠난 뒤, 그가 혼인신고와 아이들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장남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지만 법적으로 그녀는 미혼이었고 아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었던 탓에, 엄마는 주변인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 뒤 그녀는 반복적으로 남자들을 사귀고 임신해서는 집에서 출산하고 출생신고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5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그중 차남은 병사했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매장 허가도 얻을 수 없었던 엄마는 죽은 아이를 비닐에 싸서 악취제거제와 함께 벽장 속에 넣어뒀다. 장남은 그런 어머니를 보고 자라면서 동생들을 돌보았고, 엄마는 장남에게 아이들을 돌보도록 한 뒤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나 1988년 1월 엄마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겼고, 그녀는 남자와 동거하기 위해 아이들을 아파트에 버려두고 집을 나가버린다. 당시 장남은 14살, 여동생 셋은 7살, 3살, 2살이었다. 엄마는 장남에게 돈은 등기로 보낼 것이고 가끔 살피러 오겠다고 말한다. 엄마는 매월 7만~8만엔의 돈을 부쳤고 가끔 장남을 불러내 아이들의 안부를 물어볼 뿐 집으로 오지 않았다.
장남은 나이에 비해 똑똑했지만 14살에 불과했기 때문에 동생들에게 냉동식품이나 과자를 먹이고 셋째와 넷째의 기저귀도 돈이 떨어지자 잘 갈아주지 못하게 된다. 영양부족으로 보채는 동생들이 귀찮아진 장남은 동생들보다 친구들과 노는 데 더 열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장난삼아 셋째를 때리다가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 마침내 셋째는 죽게 된다. 장남은 주변에 알리면 혼이 날까 두려워 어머니가 했던 대로 동생의 시체를 비닐에 넣어 악취제거제를 넣고 벽장에 보관했다. 그러나 보관 방법이 서툴렀던 탓에 악취가 심해지자 장남과 그의 친구는 시체를 여행 가방에 넣고 공원에 버린 뒤 나뭇잎으로 덮어놓는다.
7월이 되자 집주인은 아파트에 어른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복지사무소에 연락해 상담원이 방문한 뒤 아이 셋이 방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둘째와 막내는 영양실조로 쇠약해져 보호시설로 가게 된다. 경찰이 가택수색을 한 결과, 엄마가 숨겨놓은 죽은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사건은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아이들의 엄마를 찾는 여론이 들끓고 보도를 보게 된 엄마는 경찰에 출두한다. 엄마는 아이들과 만나 비로소 셋째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되고, 보호자 유기, 치상죄로 기소되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판결이 내려졌다.
장남은 셋째에 대한 상해치사, 사체 유기로 기소되었으나, 조사 결과 장남의 친구들이 사건에 더 크게 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장남의 친구들이 구호원에 송치된다. 장남은 양호시설에 보내져 그곳에서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둘째와 넷째도 보호센터에서 양호시설에 보내졌지만 차후 엄마에게 돌아갔다.
4. 주제
〈아무도 모른다〉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연출 이력을 시작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극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적인 구성으로 전개된다.
뚜렷한 기승전결이 존재하기보다는 아이들의 매일의 일상이 영화의 주를 이루고 있으며, 감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버려진 아이들의 삶이 변해가는 것을 마치 몰래 관찰하듯 카메라로 담아낸다. 감독은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상황에 대해 가능한 한 감정적 연출을 배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감독의 시선으로 인해 〈아무도 모른다〉는 실화의 선정성을 피해가는 대신 아이들의 넘치는 생명력에 보다 집중한다.
이 영화는 실화의 비극을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은 이어지며, 희망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비극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가장 담담한 어조로 생명의 위대함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
아키라(야기라 유야) : 네 아이 중 장남. 또래처럼 학교도 다니고 친구도 사귀고 싶어 하는 평범한 소년이지만, 엄마의 부재 속에 동생들을 어떡해서든 돌보려는 책임감으로 동분서주한다.
교코(기타우라 아유) : 떠나버린 엄마 대신 집안일을 하며 아키라와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아이에서 사춘기 소녀로 넘어가는 시점에 있는 교코는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남들과 다른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가장 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다.
사키(간 하나에) : 이지메를 당하는 소녀로 학교에 가지 않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가 아키라 남매들과 친해진다. 막내인 유키가 죽은 뒤 유키의 시체를 아키라와 함께 묻으러 간다.
엄마(유) :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는 장남 아키라를 제외한 아이들을 몰래 숨기며 데리고 있다가, 남자가 생기자 결국을 아이들을 내버려둔 채 집을 나간다.
명장면 명대사
- 아키라 : “엄마는 정말 제멋대로야”
- 엄마 : “제멋대로라니, 제멋대로인 건 혼자 떠나버린 네 아빠야. 난 행복해지면 안 돼?”
- 아키라 : “···.”
영화의 중반부, 아키라는 몇달 만에 아이들을 보러 온 엄마에게 제멋대로라며 원망 섞인 말을 던지지만, 엄마는 난 행복해지면 안 되냐고 아키라에게 되묻고, 아키라는 침묵을 지킨다. 이 장면은 어른스럽고 책임감 강한 소년 아키라와 제멋대로인 아이 같은 엄마의 심리상태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이후 아이들에게 일어날 비극을 암시하고 있다.
발췌 출처- 네이버 세계영화작품사전
첫댓글 이 영화를 못볼것 같아요.
해설만 읽어도 가슴이 터질듯
절망감에 미칠지경인데.
보는 내내 괴로워서 못볼것 같아요.
어떤 마음이면 이럴까요.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은 이어지며,
희망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설파하고 ㅡ
비극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담담한 어조로 생명의 위대함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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