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탕을 끓이다/천상인
한입에 삼키지 못해,
바늘 곁 뜯는 입 작은 문장들이
짙게 쌓인 어둠 출렁이면
예리하게 돋는 사유의 바늘,
깊은 바다에 던진다.
수평선 아래 가라앉은 해처럼
한 시절도 그렇게 저물었건만
바다보다 깊어진 세월, 바닥에 닿지 못해
부유하는 미련이 고달프다.
월척을 기다리는 동안,
갈매기에게 떠난 인연의 안부를 묻는다.
곤한 바람이 내려놓는 무게를
가늠하기란 어렵지 않다.
물결 위, 빛 알갱이 뛰놀던 지난날이
급류에 떠밀려 아가미 베인 오늘을
위로할 수 있을까?
수평선에 닿은 오늘이어야만,
지난 풍랑의 세월 잠재울 수 있을까?
빛나는 하늘 올려 보다 고개 떨군다.
낚아 올린 중급 문장 싱싱함이 다하기 전에
백지 위에 가두어 놓는다
대어를 건져 올리면,
감성으로 파닥이는 지느러미 잘라낸다.
비대해진 살 발라내며 행과 행으로
칼집 내고, 연과 연으로 토막 낸다.
볕 좋은 날, 슬픔을 널어 말리면
짜지 않아 더할 나위 없다.
준비되면 뜨거운 가슴에 올린다.
과한 욕심에 흘러넘쳐 사라진 것들, 밑이
타지 않게 위아래 저어가며 퇴고하는데
짠 내음 저린 슬픔 하나 없어 싱거운,
그런 진짜 슬픈 인생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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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매운탕을 끓이다/천상인
김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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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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