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는 길 윤 석 구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 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 가는 이 길은 너무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 발 한 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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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곳에 오래 살아서 인지 이곳을 떠나면 불안해집니다
그것처럼 엄마처럼 아버지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닌줄 알았던 시절도
이제는 늙음이 새겨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늙어가는 것이 불안한가 봅니다
다시 가지도 못할 길 다시 오지도 못할 길을 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