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둥지
- 유정
산이 가을에 들었습니다
오련한 빛깔로 풀어 놓은 물감이
숲에서 숲으로 나비물로 번지는 낮곁
풀숲에 내린 그늘의 맨살에도 무심히
홍조가 어리고 가랑잎 몇 장 뺨을 부빕니다
발 시린 까치 한 마리 호젓이 내려와
갈참나무 그늘을 콩콩 찍어 물고 날아갑니다
깜장이 날개에 감홍빛 가을이 출렁입니다
홀로 앉은 나무 의자에 갈물이 조르르 떨어지고
에돌던 가슴은 그만 단풍으로 왈칵 여울집니다
발등에 묻은 가랑잎 한 장 집으로 데려와
책장 위에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둥근 갈피마다 쓸쓸함이 묻어나 수북하게 쌓입니다
산 그림자 물든 작은 새의 둥지 같은 가을,
가을이 붉게 내 가슴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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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가을 둥지/유정
염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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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8
24.11.06 07:57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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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네요 가을풍경도 글도
유정 선생님 글에서처럼
감홍빛 가을 입니다*~*
이 어여쁜 갈잎을
어찌 보내나요...
유정 시인,
제가 아는 그 시인 맞죠?
결 고운 시인과 시가 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