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去來辭> 陶淵明(元亮)
陶淵明(元亮)은 중국의 대표적 시인으로 이름은 잠(潛). 호는 오류선생(五柳先生). 연명은 字이다. 원량(元亮)은 또 다른 字이다. 동진(東晉) 말기부터 남조(南朝)의 송(宋:劉宋이라고도 함) 초기에 걸쳐 생존했다. 도연명이 죽은 뒤에 벼슬이 낮아 시호가 없었다. 하여 문인들이 정절(靖節)이라는 시호를 지어드림. 이런 시호를 私諡라고 한다.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시(詩)가 아니고 사(辭)이다. 요즘으로 보면 산문에 해당하다. 중국(中國) 진(秦)나라의 도연명(陶淵明)이 팽택(彭澤)의 현령(縣令)이 되었을 때에 군의 장관(長官)이 의관(衣冠)을 갖추어 배알(拜謁)하라는 데에 분개(憤慨)하여 그날로 사직(辭職)하고 고향(故鄕)으로 돌아가면서 지은 것으로 첫 번제 장은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심경, 두 번째 장은 만족스러운 전원생활 세 번째 장은 자신에 대한 성찰 그리고 네 번째 장은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을 도가적(道家的)으로 나타내었다.
歸去來兮귀거래해여 田園將蕪전원장무하니 胡不歸호불귀오 旣自以心爲形役기자이심이형역하니 奚惆悵而獨悲해추창이독비오
돌아가리다. 전원(田園)이 무성할 터인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이미 스스로 마음을 몸의 노예로 부렸다고 어찌 한탄하면서 슬퍼만하리오
∙來兮: 감탄어조사.
∙蕪: 거칠다/황폐해지다/우거지다/무성하다.
∙胡: 어찌.
∙形役: 몸의 노예.
∙惆悵: 한탄하다.
悟已往之不諫오이왕지불간하고 知來者之可追지내자지가추라 實迷塗其未遠실미도기미원하니 覺今是而昨非각금시이작비로다
이미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 다가올 일은 따를 수 있음을 알겠노라. 실로 바른 길을 잃었지만 그렇게 멀리 가지는 않았으니 지금 이 생각이 옳고 지난날 길을 해매이던 때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도다.
∙不諫: 바로잡을 수 없다/돌이킬 수 없다.
∙來者: 앞으로 올일/다가올 일.
∙迷塗: 길을 헤매다/잘못된 길.
舟搖搖以輕颺주요요이경양이요 風飄飄而吹衣풍표표이취의로다 問征夫以前路문정부이전로하니 恨晨光之熹微한신광지희미로다
배는 흔들흔들 가벼이 출렁이고 바람은 살랑살랑 옷깃을 펄럭이도다. 나그네에게 앞길을 물으며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탓 하노라.
∙搖搖: 흔들흔들하다.
∙輕颺: 가볍게 흔들리다/가벼이 출렁이다.
∙飄飄: 팔랑팔랑하다/살랑살랑하다.
∙征夫: 나그네.
∙熹微: 희미하다.
乃瞻衡宇내첨형우하고 載欣載奔재흔재분하니 僮僕歡迎동복환영하고 稚子候門치자후문이라
마침내 누추한 고향집이 보여 기뻐서 달려가니, 어린 종들이 반가이 맞이하고 아이들이 문 앞에서 인사를 하네.
∙衡宇: 衡은 형문으로 지붕 없는 일자 기둥으로 된 문을 말하며 衡宇는 ‘은자가 사는 누추한 집’을 도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載欣載奔: 기뻐서 달려가다. 載는 의미가 없는 허자이다.
∙稚子: 어린아이
∙候: 문후를 올리다/인사를 하다.
三徑삼경은 就荒취황이나 松菊송국은 猶存유존이라
세 갈래 길은 풀이 무성하건만 소나무와 국화는 여전하구나.
∙三徑은 한(漢)나라 은사(隱士)인 장후(獎詡)가 자기 집 정원에 소나무 대나무 국화를 심은 세 개의 길을 말한다.
∙就荒: 무성함을 성취하다/우거지다/무성하다.
∙猶存: 그대로 남아있다/여전하다. 猶: 그대로.
携幼入室휴유입실하니 有酒盈樽유주영준일새 引壺觴以自酌인호상이자작하고 眄庭柯以怡顔면정가이이안이라
어린아이를 대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니 술이 가득 담긴 술 단지가 있어 술 단지와 잔을 당겨 혼자 따라 마시며 뜰 앞 나뭇가지 슬쩍 보며 미소를 짓노라.
∙携幼: 어린아이를 이끌다/어린아이 손을 잡다. 携: 이끌다/손을 잡다.
∙怡顔: 기쁜 낯을 하다/미소를 짓다.
倚南窓以寄傲의남창이기오하니 審容膝之易安심용슬지이안이라
남쪽 창에 기대어 자유롭게 있으니 내 집 작은 방이 편한 줄 알겠노라
∙寄傲: 자유로움에 맡기다/자유롭게 있다. 寄는 거침없이 호방한 마음으로 자유로움을 의미한다.
∙容膝: 직역을 하면 무릎을 허용한다가 된다. 이는 의미로 무릎을 간신히 넣는다는 뜻으로, 방이나 장소가 매우 비좁음을 말한다. 容: 허용하다.
∙審: 알다.
∙易安: 편안하다.
園日涉以成趣원일섭이성취하고 門雖設而常關문수설이상관이라
날마다 정원을 거니는 게 취미가 되니 문은 비록 달렸으나 항상 닫혀있네
∙成趣: 취미를 이루다/취미가 되다.
∙設: 설치가 되다/갖추어 지다/달려있다.
∙成趣: 취미를 이루다/취미가 되다.
∙關: 닫혀있다/잠겨있다.
策扶老以流憩책부로이유게라가 時矯首而遐觀시교수이하관하니 雲無心以出岫운무심이출수하고 鳥倦飛而知還조권비이지환이라
지팡이를 짚고서 이리저리 가다 쉬다 하다가 때로 고개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은 무심히 산봉우리를 돌아 나오고 날다 지친 새는 둥지로 돌아오네.
∙策: 짚다.
∙扶老는 노인을 부축한다는 뜻으로 ‘지팡이’를 의미한다.
∙流憩: 이리저리 가다 쉬다.
∙矯首: 머리를 들다/고개를 들다. 矯: 들다.
∙遐觀: 멀리 바라보다/먼 하늘을 바라보다.
∙出岫: 산봉우리를 돌아 나오다. 岫: 산봉우리.
∙鳥倦飛而知還의 知還는 雲無心以出岫의 出岫의 댓구이다. 知還: 돌아서 나오네. 知: 나오다.
景翳翳以將入경예예이장입하니 撫孤松而盤桓무고송이반환이로다
햇빛은 어둑어둑 지려 하는데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서성이노라
∙翳翳: 해가 질 무렵의 어둑어둑한 모양
∙盤桓: 서성이다.
∙孤松은 도연명 자신을 의미한다.
歸去來兮귀거래혜여 請息交以絶遊청식교이절유라 世與我而相違세여아이상위하니 復駕言兮焉求부가언혜언구리오
돌아가리라 사귐도 끊고 왕래도 그만두리라 세상은 나와 맞지 않는데 다시 벼슬을 해서 무엇을 탐하리오.
∙앞부분의 歸는 田園將蕪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고 이 부분은 歸는 乘化以歸盡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相違: 서로 어긋나다/맞지 않다.
∙言兮은 글자 수를 맞추기 위한 어조사이다.
∙駕: 수레를 타다/벼슬을 하다.
∙求: 구하다/탐하다.
悅親戚之情話열친척지정화하고 樂琴書以消憂낙금서이소우로다 農人농인이 告余以春及고여이춘급하니 將有事于西疇장유사우서주로다
친척과의 정다운 대화가 기쁘고 거문고와 책으로 시름을 달래니 즐겁구나. 농부가 내게 봄이 왔음을 알려주니 서쪽 밭에 일이 있겠구나
∙消憂: 근심을 없애다/근심을 달래다.
或命巾車혹명건거하고 或棹孤舟혹도고주하여 旣窈窕以尋壑기요조이심학하고 亦崎嶇而經丘역기구이경구하니
더러는 휘장 친 작은 수레를 부르고 혹은 작은 배의 노를 저어서 아늑하고 으슥한 깊은 골짜기를 찾아보기도 하고 험한 산길로 언덕을 지나기도하니.
∙旣: 다하다.
∙窈窕: 아늑하고 으슥하다.
∙崎嶇: 험한 산길.
木欣欣以向榮목흔흔이향영하고 泉涓涓而始流천연연이시류라 羨萬物之得時선만물지득시하고 感吾生之行休감오생지행휴로다
나무는 싱싱하게 뻗어 오르고 샘물은 졸졸 흘러내리니 만물이 때를 만남 것을 부러워하면서 내생이 머지않음을 느끼노라.
∙欣欣: 기뻐하는 모양, (초목이) 무성한 모양, 득의해 하는 모양, 활기찬 모양, 생기발랄한 모양의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는데, 생기발랄한 모양 즉 ‘싱싱하게’로 보았다.
∙向榮: 흐드러지고. 무성함을 향하다/위를 향해서 뻗어 오르다.
∙涓涓: 졸졸.
∙泉涓涓而始流의 始流는 木欣欣以向榮의 向榮의 댓구이다. 始流: 흐름을 시작하다/흘러내리다.
∙行休: 쉴 곳으로 가다/끝나 가다/내 생이 머지않다.
已矣乎이의호라 寓形宇內復幾時우형우내부기시오 曷不委心任去留갈불위심임거류하고 胡爲乎遑遑欲何之호위호황황욕하지오
그만두자. 이 몸이 이 세상에서 또 얼마나 살겠다고 어찌 마음을 운명에 맡기지 않고 뭐 하자고 허둥대며 어디로 가려 하는가
∙已: 끝나다/그만두다.
∙寓: 머물다/살다.
∙幾時: 몇 해/얼마나.
∙宇內: 온 세상/세상.
∙任去留: 마음대로 떠나고 머무르다/운명에 맡기다.
∙遑遑: 허둥대다.
富貴부귀는 非吾願비오원이요 帝鄕제향은 不可期불가기라 懷良辰以孤往회량신이고왕하고 或植杖而耘耔혹치장이운자라
부귀도 내 바라던 게 아니었고 신선계도 기약할 수 없으니 좋은 날 잡아 홀로 거닐다가 간혹 지팡이 세워놓고 풀 뽑고 흙 돋아 주며
∙帝鄕: 上帝가 계신 신선계.
∙懷: 품다/잡다.
登東皐以舒嘯등동고이서소하고 臨淸流而賦詩임청류이부시라 聊乘化以歸盡료승화이귀진하니 樂夫天命復奚疑낙부천명부해의아
동쪽 언덕에 올라 한가하게 시를 읊기도 하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면서 시를 짓기도 하노라. 그저 생로병사(生老病死)조화에 따라 생을 마치려하니, 천명(天命)을 즐겼을 뿐 다시 무엇을 의심할 것이 있으랴.
∙舒嘯: 한가하게 시를 읊다.
∙聊: 멋대로/그저.乘化: 조화를 타다/조화를 따르다.
∙歸盡: 죽는 곳으로 돌아가다/생을 마치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