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1
1. 동백꽃(김유정) 줄거리
화자인 '나'는 3년 전, 열일곱 살에 이 마을에 흘러 들어와 점순네의 소작인이 된 순박한 농촌 청년이다. 반면, 점순이는 '나'와 동갑나기이면서 부끄럼 없고 활달한 처녀이다.
어느 날, 내가 울타리를 엮고 있을 때 점순이가 와서 구운 감자 세 알을 내놓으면서 '느집엔 이거 없지'하며 괜시리 말을 건다. 나는 이러한 점순이의 갑작스런 행동이 못마땅해서 '안 먹는다'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감자를 도로 밀어 버린다. 점순이는 이런 나를 독하게 쏘아보고 눈물까지 어린 상태로 가버렸는데 이것은 다름 아닌 그녀가 보낸 사랑의 표시였다
그후 점순이는 자신의 애정 표시가 거절당한데 대한 보복으로 기를 쓰고 나를 괴롭힌다. 나의 집 씨암탉을 붙잡아 두들기거나, 나를 '바보', '배냇병신'이라고 놀리다 못해 심지어 '느 아버지 고자라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루는 나의 작은 수탉을 잡아다가 사나운 자기의 수탉과 싸움을 붙여 나의 수탉이 빈사 상태에 이르게 된다.
얼마 후, 점순이가 또 닭싸움을 붙여 나의 닭이 피를 흘리고 거의 죽게 된 것을 보고, 나는 화가 나서 점순이네 큰 수탉을 때려죽이고 만다. 그 순간 나는 내쫓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울음을 터뜨렸다.
'나'의 약점을 알아차린 점순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부모에게 알리지 않을 테니 자기 말을 잘 들으라고 하며 그대로 동백꽃 속에 푹 쓰러진다. 나는 점순이와 뒹굴며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꽃냄새에 '땅이 꺼지는 듯이' 정신이 아찔했다.
핵심 정리
배경 : 시간(1930년대). 공간(인심이 순하고 소박한 산골 마을)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제재 : 동백꽃 핀 봄날 산골 마을의 젊은 남녀
주제 : 산골 마을 젊은 남녀의 순박한 사랑
문체 : 토속어와 개인어가 풍부하게 구사되어 활력을 주고 산문성을 확보. 지문이나 대사에 구어가 지배적으로 사용. 특히, 김유정의 소설에는 토속어,방언, 개인어가 많이 쓰인다(의성어,의태어에 유의)
표현 :
표현의 아이러니 - 점순이의 말투. ‘나’를 좋아하면서도 오히려 짓궂은 행동으로 괴롭힌다. 점순이는 성(性)을 알지만 ‘나’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황의 아이러니 - 주인공 ‘나’의 우직한 행동은 가난(소작인)과 어리석음 때문에 빚어진다.
등장인물
나 :소작인의 아들. 순박, 천진, 감수성이 둔한 편이나, 나름의 눈치 있는 우직한 인물의 전형.
점순이 : 마름집 딸. 깜찍, 조숙하여 ‘나’의 무딘 감수성을 자극하는 행위를 도발하는 개성적, 동적 인물.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농촌 소설'이라는 표제로 신분이나 계층(마름-소작인)을 넘어서서 이루어지는 사춘기의 두 남녀가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서정성과 해학성으로 밀도 짙게 묘사하였다.
마름과 소작인의 관계라는 상황 설정은 {봄봄}, {만부방}에서,지주와 소작인의 관계는{소낙비}에 등장한다. 그러나, 김유정은 그들 간의 상황 설정을 통하여 본격적인 대립 양상을 집중적으로 파헤치지 않음으로써 이기영의 {고향}과 같은 프로 문학에 나타난 갈등과 투쟁의 양상인 예술의 속하나 경직화 현상을 피했다. 이 차이는 작가 정신의 상이함이나,이 소설의 배경인 강원도가 대토지 소유제가 별로 발달되지 않았다는 점이 그 원인이다. 소설의 제목 '동백꽃'은 두 남녀의 코미디를 자연에다 아름답게 조화시켜 사건 뒤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노란 동백꽃으로 나타난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빛의 동백꽃이 아니며, 생강나무의 강원도 방언인 '동박꽃'(개동백)이라고도 한다.
1930년대 인심이 순하고 소박한 강원도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소작인의 아들인 '나'와 마름집 딸인 '점순이'를 대비시켜 '산골'마을 젊은 남녀의 순박한 사랑을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하였다.
김유정의 모든 작품은 대개 그 등장인물이 소박한 농촌 사람이다. '나'는 남녀간의 애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보이는 일반적 자의식이나 개인 심리의 표출이 없이 서술자인 '나'는 사건에 우둔한 인물로 제시되어 해학적인 분위기가 살아나게 만든다. 이 작품의 사건의 발단은 서사적 단위로 보아 현재와 과거가 교체되는 서술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닭싸움'인데, 닭싸움은 '나'와 점순이의 갈등의 표면화이면서 애증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점순이의 역설적 애정 표현과 그것에 대해 전혀 깨닫지 못하는 '나'의 비성숙성은 작품의 흥미와 긴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독특한 갈등을 형성한다. 이를테면 '닭싸움'을 통한 두 남녀의 대립은 긴장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닭의 죽음에서 보여준 나의 순박함과 점순이의 영악함, 이어서 관능적 행위들에 의한 갈등 해소와 회화적이고 골계적인 느낌을 보여준다. 또한, {동백꽃}은 전체 대의가 하나의 큰 아이러니로 구성되어 있지만,그 전체에 공헌하는 국소적인 아이러니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점순이'가 나의 씨암탉을 꼭 붙들어 '볼기짝께를 콕콕 쥐어 박는' 행위나,'나'의 수탉이 싸움에 이기기 위해 '고추장을 퍼먹이는'일, 점순이의 '큰 수탉을 단매로 때려' 엎는 따위가 그것이다. 이와 같이 김유정의 {동백꽃}은 그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점순이의 말투에 드러난 '표현의 아이러니'와 주인공의 우직한 행동에 나타난 ' 상황의 아이러니'가 도처에서 그의 질깃질깃한 매력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