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을 맞이하여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감상하고 왔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번복작 이기도 하고,
문화의 날이기도 해서 그런지,
만석인 와중에 자리가 하나 비어있는 에그박스석을 겨우 구매해서 관람했는데요.
처음 이용해본 cgv 에그박스,
아늑하고 편안하고, 무엇보다 시야가 확보되는 것이 장점이더라구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에그박스는 문화의 날 할인제외라는 사실.. ^^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사람들로 꽉 찬 극장에서 즐겁게 영화관람을 했습니다.
나인틴 10년 넘게 들은 영향인지, ^^
훈종 pd님처럼 사전 정보 없이 영화 보는 걸 선호하고,
재익 pd님처럼 영화를 볼 때 무엇보다 정서를 가장 중요시하는 편인데요.
지브리의 역사나 감독의 일생 같은 사전 정보가 너무 없어서일수도 있으나,
영화의 서사나 메타포가 잘 이해되지 못했음에도,
결론적으로 너무 좋았고, 감동적이었고 뭉클함으로 다가온 영화였습니다.
좋다고 느낀 이유, 감동 받은 이유를 더 잘 알고 싶어서,
영화를 몇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스포 약간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 무너진 세계를 탈출하는 문(145)을 열면서
주인공 마히코가 히미(현실 세계에서 마히코의 엄마)에게 문을 열고 같이 나가자고 하는 순간,
히미가 하는 말이 가슴에 꽂히면서 저돔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나는 이 문으로 나갈 수 없어. 다른 문으로 나갈꺼야"
"저 쪽 문으로 나가서 너를 낳는 인생을 살아야지, 마히코 같은 아들을 낳는 인생이라니, 너무 멋있지 않아?"
대충 이런 대사였는데,
정말 즐거운 일을 기대하는 표정으로 밝게 뛰어가는 히미의 모습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겪을 아픔, 상처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결연하게 같은 선택을 하는
<콘택트>의 에이미 아담스의 모습이 겹쳐보였습니다.
세계는 악의에 차있고, 언젠가는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슬픈 인생이지만,
그래도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경험이 정말 소중한 거라고
나이 지긋한 지혜로운 어르신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해주는 느낌을 받은 영화였네요.
영화 속 많은 은유들 속에 제가 파악하지 못한 숨겨진 함의들이 많아서
많은 부분들을 놓치고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감독이 무언가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정말 열심히(?)^^ 만든 영화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작화와 이야기들로 많은 위로를 받았기에 별점 4개 드리고 볼 드리고 싶네요. ^^
ps : 요즈음 나인틴 다시 듣기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데요.
우리 pd님들 너무 그립고 보고싶네요. 카페에는 가끔 오시려나요? ^^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 건강하시고, 곧 목소리 들을 수 있을 거라고 희망 가져봅니다. ^^
첫댓글 문에 관한 이야기 참 뭉클합니다. 멋진 리뷰와 나인틴에 대한 그리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고 똑같이 콘택트를 생각했습니다. 마히토와 엄마가 기운찬 모습으로 자기 앞의 생을 열어젖히는 모습이 좋아요. 에그석 귀엽 꽁냥꽁냥 하기 좋아보입니다. 같은 영화의 리뷰인데 SOY님 글은 상냥해요. 글에서 글쓴이를 상상하게 합니다.
가장 중요한 정서를 채우셨으니
메타포를 하나하나 알아가지 않아도 충분하실거 같아요~
따뜻한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시니 영화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도 용기와 사랑을 보여주네요~
에그박스?
영화 끝날때쯤 병아리 부화하나요? ㅋㅋ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요즘 속이 시끄러워 영화볼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소이님 후기보고 나니 이 영화는 보고 싶어지네요.
저도 처음엔 정리가 안되었는데, 이제 좀 정리가 되는거 같아요 약간 울컥하신 부분도 저랑 같네요
저 분명 이영화 재미없게 봤는데 소이님 감상읽으니까 왜 재밋게 본것같죠. 글마저 다정한 소이님♡
호불호가 있는 영화라고해서 고민만 하고 있는데 소대가리님과 소이님 감상평 보니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
신기하게 생겼네요 유모차인줄 알았어요 😊
일인용인가요? 눕관하다 사르르 잠들수도 있을거 같고,
커플석이면 다소 야한 관람도 가능하겠군요
감기 조심하세요 ~~
감성적인 리뷰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이문(현관문) 열고 나감 정글인데
소이님리뷰글은 너무 따뜻하네요♡
어린시절 만화광이었던 저에게 지브리는 덕후가 되지않을수 없는 고마운 존재죠
저는 걍 이렇게 살려고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