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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7일 월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3-21
그때에 13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14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
15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1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17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18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19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20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21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좁쌀 밥 한 번 짓는 동안의 꿈
어느 날 한 유대인 부자 농부가 갑자기 자기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면서 고민에 찬 목소리로 아내에게 외치는 것입니다. “여보, 마을에서 끔찍한 소문이 돌고 있어요. 메시아가 이곳에 와 계시다는 거야!” “그게 뭐 그리 끔찍하다고 그러세요?”하고 부인은 “전 오히려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무엇 때문에 그리 속상해 하세요?” 그러자 남편이 말하기를 " 당신은 도대체 정신이 있기나 한 거요? 우리는 여러 해 동안 땀 흘려 일해서 드디어 성공했다고, 가축이 천여 두가 있고, 곳간에는 곡식이 가득 차 있고, 나무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고,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내주어 버리고 그분을 따라야 할 거요.” 남편은 메시아가 도대체 마땅치 않은 것입니다.
‘왜 겨우 살만큼 성공했는데 지금 오느냐?’는 마음으로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진정하세요.” 그 부인이 남편을 위로하면서 말했습니다. “우리 주 하느님은 좋으신 분이세요. 그분은 우리 유대인들이 이제껏 항상 얼마나 고통을 당해야만 했는지 알고 계셔요. 우리에게는 파라오, 하만, 히틀러 같은 사람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했다는 것을 알고 계시고, 그런 사람들이 언제나 우리들에게 있었다고요. 하지만 우리 사랑하올 하느님은 그들 모두를 다루는 방법을 찾아 내셨잖아요. 안 그래요? 그저 믿음을 가지세요. 여보, 그분께서 그 메시아를 다루는 방법도 역시 찾아내실 거예요.”(앤소니 드멜로, 개구리의 기도)
나는 평생을 참으로 가난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단돈 몇 만원도 큰소리치면서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항상 짠돌이로 살았지요. 최근 몇 년간은 더욱 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말 내가 가난한가 생각해보면 절대로 가난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나는 점점 가난해지는 것 같고, 다른 사람은 점점 부자로 사는 것 같아서 마음을 비우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항상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듣고 묵상하면서 나는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부자였음을 겨우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내 생명을 돈으로 1분 1초도 살 수 없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으니 말입니다. '황량일취지몽'黃粱一炊之夢)<좁쌀 밥 한 번 짓는 동안의 꿈>이란 말입니다.
옛날 노생이란 사람이 여옹이란 신선에게 자신은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고 불평하면서 모든 사람들은 잘 사는데 왜 하필 자신만 가난하냐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여옹이 노생을 자신의 청자 베게에 재웠는데 노생이 좁쌀 밥 한 번 짓는 동안에 <재상의 딸과 결혼하고, 재상이 되고, 아들 딸 다섯을 낳고, 호강하기도 하고 역적으로 몰려 죽을 뻔하기도 하고, 아들딸을 결혼시켜 손자와 손녀를 보는 모든 영욕의 인생을 꿈꾸었다.>는 것입니다. 노생은 인간의 욕망과 부귀영화가 헛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인생이 100년을 산다고 하여도 측정할 수 없는 순간에 불과합니다. 그 순간을 부자로 살려고 아둥바둥 몸부림치는 우리는 이기심과 욕망의 하수인으로 또 얄팍한 생각으로 하느님을 이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상대적인 빈부의 갈등으로 고민하기도 하고,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고 사치하면서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카드빚을 내어서라도 호의호식하려는 인간적인 욕망으로 살인까지 하는 사람들 속에서 갈팡질팡 하는 정말 불쌍한 영혼을 보고 있습니다.
나는 마음으로는 거룩함을 지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물이 되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채울 것인가 생각하고 주님을 재판관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메시아를 몰아내고, 기술적으로 이용하려는 부자의 아내와 같이 모든 것을 화려하게 포장하고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흥정하고 살아온 지나온 삶을 반성하면서 내 참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버릴 것을 버리고, 나눌 것은 나누면서 이제는 정말 슬기롭게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한답니다.
저희들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 있지 않음을 말씀하시는 주님! 언제나 용서와 기다림으로 저희를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 주시는 은총에 감사합니다. 저희가 당신을 이용하려는 얄팍한 신심으로 거룩함을 포장한 채 살아왔음을 뉘우치나이다. 그러나 아직도 당신 앞에서 진실로 저희의 생명을 구하려는 의지도 없이 순간순간을 어리석은 부자가 되고 있나이다. 진리의 성령을 보내 주시어 헛된 모든 생각들을 지울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고, 부자로 살았던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구원의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시고 하늘에 앉히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2,1-10
형제 여러분, 1 여러분도 전에는 잘못과 죄를 저질러 죽었던 사람입니다.
2 그 안에서 여러분은 한때 이 세상의 풍조에 따라, 공중을 다스리는 지배자,
곧 지금도 순종하지 않는 자들 안에서 작용하는 영을 따라 살았습니다.
3 우리도 다 한때 그들 가운데에서 우리 육의 욕망에 이끌려 살면서, 육과 감각이 원하는 것을 따랐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본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진노를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4 그러나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5 잘못을 저질러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습니다.
─ 여러분은 이렇게 은총으로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 ─
6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그분과 함께 일으키시고 그분과 함께 하늘에 앉히셨습니다.
7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호의로, 당신의 은총이 얼마나 엄청나게 풍성한지를
앞으로 올 모든 시대에 보여 주려고 하셨습니다.
8 여러분은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여러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9 인간의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 아무도 자기 자랑을 할 수 없습니다.
10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우리는 선행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선행을 하며 살아가도록 그 선행을 미리 준비하셨습니다.
축일10월 17일 성 이냐시오 (Ignatius)
신분 : 주교, 순교자, 교부
활동 지역 : 안티오키아(Antiochia)
활동 연도 : 35?-107년경
같은 이름 : 이그나티오, 이그나티우스, 이냐시우스
초대교회의 사도 교부이자 순교자로서 일명 ‘테오포로스’(Theophoros, ‘하느님을 모시고 다니는 사람’이란 뜻)라고 불리는 성 이냐시오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아마도 그는 시리아 출신인 듯하며, 사도 성 요한(Joannes)의 제자였음이 분명하고,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사람이다. 에우세비우스(Eusebius)의 “교회사”에 따르면, 그는 사도 성 베드로(Petrus)와 성 바오로(Paulus)가 세운 시리아의 안티오키아 교회에서 사도 성 베드로의 뒤를 이어 제2대 혹은 제3대 주교로 임명되고 축성되었다.
당시 안티오키아 교회는 신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 불린 곳이며(사도 11,26), 사도 성 바오로와 성 바르나바(Barnabas)의 이방인 선교 여행의 출발지이자 중심지였다. 특히 예루살렘이 멸망한 후에는 초대교회 안에서 로마 교회와 함께 교회를 떠받치고 있던 곳이 안티오키아 교회였다. 따라서 약 40여 년 동안 안티오키아 교회를 위해 헌신하던 성 이냐시오 주교가 트라야누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 때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로마로 압송된다는 사실은 전 교회의 큰 슬픔이었다. 그는 10명의 군인에 의해 육로와 배를 이용해 소아시아 연안을 따라 그리스를 통과해 로마로 호송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머무는 도시마다 그를 위로하기 위해 몰래 찾아온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사도적 전통에 충실할 것을 설교하고 권고했다. 마케도니아의 네아폴리스(Neapolis)에 와서는 나중에 같이 순교하게 될 성 조시무스(Zosimus)와 성 루푸스(Rufus, 12월 18일)와 합류하였다.
로마로 압송되는 과정 중에 그는 모두 일곱 개의 편지를 썼는데, 이는 ‘그리스도교 문헌학의 진주’라고 불릴 정도로 그 내용이 풍부하고 가치가 높다. 특히 신학적으로 교회, 결혼, 삼위일체, 강생, 구속 그리고 성체성사에 관한 그의 교육적인 편지들은 초기 그리스도교 저서 가운데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사적 문헌들이다. 성 이냐시오는 여섯 개의 편지는 교회 공동체에 그리고 한 개의 편지는 스미르나(Smyrna)의 주교인 성 폴리카르푸스(Polycarpus, 2월 23일)에게 보냈다. 성 폴리카르푸스 주교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선배 주교로서 후배 주교에게 사목자로서 지녀야 할 자세와 덕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로마 교회에 보낸 편지 외에 다른 다섯 교회 공동체에 보낸 편지에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하고, 주교에게 순명하며, 이단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권고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그리스도 교회 공동체를 일컬어 처음으로 ‘가톨릭교회’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로마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그는 순교지로 가는 여정 중에 자신의 신앙과 주님께 대한 사랑을 감동적으로 전해주고 있다. 그는 여기서 자신의 순교와 성체성사를 긴밀히 연결하고 있다. “나는 모든 교회에 편지를 쓰면서 여러분이 방해만 하지 않으면 내가 하느님을 위해 기꺼이 죽으러 간다고 모두에게 알렸습니다. 나의 간청입니다. 불필요한 호의를 나에게 베풀지 마십시오. 나를 맹수의 먹이가 되게 버려두십시오. 나는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께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밀알입니다. 나는 맹수의 이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것입니다. 이 맹수라는 도구를 통해서 내가 하느님께 봉헌된 희생 제물이 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께 기도하십시오.”(4,1-2) 또한 그는 같은 편지에서 순교의 고통을 영원한 생명을 위한 ‘출산’으로 표현했다. 해산의 고통을 통해 새 생명이 태어나듯이, 순교의 고통을 통해 하느님 안에서 새로 태어나 부활의 기쁨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그의 믿음에 따라 순교자의 순교일을 ‘천상 탄일’(dies natalis)로 부르며, 순교일을 축일로 정하는 전통을 갖게 되었다.
안티오키아를 출발해 스미르나, 트로아스, 네아폴리스, 브린디시 등을 거쳐 아피아 가도(Via Appia)를 통해 로마로 압송된 성 이냐시오는 107년경 12월 20일 로마의 원형 극장에서 맹수형을 받고 사자의 밥이 되어 장렬히 순교했다. 그로써 그는 성체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와 완전히 일치하여 하느님 안에서 새로 태어나 부활의 기쁨을 누리는 천상 탄일을 맞이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사자의 밥이 되어 맹수들을 자신의 무덤으로 삼고자 했으나, 신자들이 남은 유해 일부를 모아 후에 안티오키아에 옮겨 안장했고, 7세기에 다시 로마로 옮겨 성 클레멘스(Clemens) 대성당에 모셨다. 오늘날 로마 가톨릭교회는 그가 로마로 압송되어 도착한 10월 17일에, 동방 정교회에서는 순교일인 12월 20일에 축일을 기념하고 있다. 전례 개혁 전까지는 오랫동안 2월 1일에 그의 축일을 기념했었다.
오늘 축일을 맞은 이냐시오 (Ignatius)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