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오도 비렁길 3~4 코스
신기항에서 뱃편으로 건너온 금오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풍경은 이만흐면 걸어볼만 하지않는가하며 눈을 호리더니
종국에는 입맛부터 다셔진다. 우선 코스를 밟기전 일행의 열화같은 총의를 쫓아 입구 선술집에서 금오도 막걸리
다섯병을 흔틀어 술잔을 나누고 푸짐한 방풍나물 부침에 얼얼한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언듯언듯 보여주던 섬의 속살은 갯바위에 밀어닥친 파도에 화들짝 놀라 동백숲으로 이내 숨어버린다. 그렇지만 나의
날랜 눈초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동백나무 우거진 비렁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며 끝없이 손바닥의 손금처럼 펼쳐지는
섬의 곳곳으로 번져가는 신비한 비경을 보며 일행들의 헤프지않는 탄성을 간간히 자아내게한다.
바다 난간에 서서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가며 걸어가야할 길을 눈으로 훑어보며 미리 걸어보는 것도 발로
걷는것 이상으로 즐겁다. 수평선의 하얀 파도를 물고 돌아오는 작은배와 그 너머로 작은배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구름같은 섬이 보이는 바다로 이어지는 비렁길을 따라 먼저 눈으로 걷고싶다. 눈으로도 길을 걷는다~~^^ 허허
서산대사가 듣고 놀라 도망갈 비법인데.
들뜬 기분에 한 마디씩 내려놓는 즐거움 사이로 작은배 하나가 시린 바다를 가르며 지나가는데 긴 꼬리를 뽀얗게 흔들어
댄다. 일행중 지나가는 배가 해경 배가 맞니 아니니 잠시 논쟁이 오간다. 그것도 잠깐으로 끝났지만, 지란씨의 고성능
카메라의 줌으로 끌어다보니 갯바위 낚시용 배로 간판은 갯바위 낚시 프라자라고 간판을 매단거란다. 허허허 다들 나이들어
난시탓이다.
중간중간 비렁길가에 핀 꽃들에도 무한한 관심을 나누며 나 자신도 오늘에사 구절초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의외로
종영형께서 섬에 식생하고있는 식물명을 많이 알고 있었다. 도수형의 너스레에 간간히 헛헛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사스레피 나무, 해국, 느릅나무를 가리키는 익살스럼 도수형의 손가락을 쫓아 오미옥 시인의 산국을 따는 모습마저도
오늘 따라 꽃처럼 앙증맞아 귀엽다.
여행이 주는 선물일까 마음의 가벼워짐은 몸도 가볍게 하나보다 거반 7km 코스를 걸으면서도 다들 도통한 사람들 같다.
어디가나 배낭에 넣어온 먹거리를 먹는 즐거움은 빼어놓을 수가 없다. 종영형님 형수께서 새벽 두시부터 준비한 음식은
모두의 입을 즐겁게 하는덴 부족함이 없었다. 고맙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싶다. 함께한 긴시간 동안 무탈하게 비렁길
답사를 마쳐 마음과 몸이 노곤했지만 섬을 빠져 나오면서 배안에서의 따뜻한 온기를 타고 눈꺼플로 올라오는 피로감은
잠시지만 배낭의 베갯머리를 삼아 눈을 붙이기엔 충분했다.
시를 쓰며 함께해온 시간들이 벌써 13녀 째라니 많이도 흘러왔다. 이제 시를 쓰는 도반으로의 동행이 아닌 삶의
일부나마 시간을 함께하는 동행이 되어 하루를 함께 보낸 저 분들도 나처럼 즐겁고 행복했을것이다. 걸음이 깡총거려
눈에 더 돋보이는 김종숙 시인 일명 김스타 스타는 별이니까 비렁길에서도 동백숲 사이로 별이 보였다가 수없이
사라지는거는 아무래도 홑 동백꽃을 뒤흔들어 깨우러갔나보다. 도수형 형수의 얼굴 가림 마스크는 눈빛을 감춘
썬글라스 포스와 어루러져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동행으로 비렁길의 종착지까지 걸어가며 발에 수없이 밟히는
길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섬에 혈관처럼 뻩은 길이 중간중간 막혀있음을 보았다 저 막힌 길들이 죄다 뚫려져야만 건강한 섬이 된다는 것을,
그리고 섬을 빠져나오면서 바램을 해본다. 눈에 보이는 것처럼 다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오랜동안 금오도의
모습이 변하지않았으면 더 좋겠다고도 혼잣말이지만 부탁하고 싶다. 아주 먼 훗날 섬이 보고싶어 찾아갔을 때 내가
던진 미소에 꽃잎을 활짝 펴 보이던 섬구절초꽃을 오늘처럼 그곳에서 꼭 다시보고싶다.
어허 송시인은 어딨지. 동백꽃 향기에 폭 삭힌 금오도 막걸리가 아직도 두병이나 남았는데. 어이 한잔 더 흐고 가세.
첫댓글 바다바람에 막걸리 한잔..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함께 못해 아쉽군요..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지요
다들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방풍나물 앞에 두고
껄리가 바닷바람에 출렁~^^
젤 재미지게 비렁길 걸으시드만~^^
형수 썬글라스 한 포스 하시던데요
보기 좋네요.
앞으로 여행은 부부 동반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담 기회가 되면 함께 하게요
우리의 훌륭한 점심밥상 사진이 빠졌네요.
그 때 왜 사진이 없지요
맛있는 음식 먹느라 정신이 없었던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