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4월 6일 진주교육대학교 4회 진주지부 회원들이 초전 초등학교 강당을 빌려 배구 경기를 했다.
2월 모임에서 회원 중 일부가 4월 달에는 경기장을 빌려 배구를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건의를 했는데 회장단이 그 의견을 존중하여 장소를 계약하고, 간식을 준비하고, 식사장소를 물색하여 행사를 갖게 된 것이다.
앞서, 배구 경기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때 내가 이렇게 이야기 했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옛날만 생각하고 잘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서브도 잘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손목으로 공을 밀어도 잘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설마 서브가 안 들어가겠어.’하였다.
과거 우리 동기들은 하나 같이 운동복만 갈아입고 배구장에 들어서면 누구나 선수에 버금가는 배구 실력을 가졌었다.
그런데 퇴직 후 배구 동아리 모임에 참여하여 공을 다루고 있는 회원들은 몇 명되지 않는다. 공을 자주 만졌던 나도 코로나로 몇 년 쉬고 났더니 서브가 잘 들어가지 않았었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그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힘을 덜 들이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궁리 끝에 코트의 길이를 줄이고, 네트 높이도 초등학교 기준으로 낮추고, 혹시나 부상을 입을까봐 점프를 하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규정도 정했다.
편은 추첨을 하여 두 팀으로 나눴다.
우리들은 교사 생활을 했기에 준비 운동의 중요성을 잘 안다. 내가 유튜브에 있는 국민체조 동영상을 불러내어 스마트 폰으로 음악 반주를 들려주었더니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동작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즐겁게 체조를 하고 토스연습, 언더연습, 서브연습을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공은 밀어도 손목에 힘이 없으니 밀려가지 않고, 언더토스는 앞뒤 좌우 움직임이 되지 않으니 정확하게 맞지 않고, 서버는 네트에 걸리기 십상이었다.
한 세트를 한 후부터는 공이 제법 손에 붙고, 서브도 잘 들어갔다. 그런데 제 2동작은 되지 않았다. 세발 이상 떨어진 곳에 공이 가면 아예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떡 할 뿐이었다. 네트를 넘긴다고 민 공이 네트에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조금 빠른 공은 대부분 헛손질을 했다. 그래도 웃으면서 즐겼다.
회원들 말씀 왈 경기장에 들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일이라고...
다음에도 이런 기회를 마련해 달다고 집행부에 건의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너무 염치없는 행위일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아마 다른 회원들 중에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 있었을 것이다.
25점 세 세트를 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니 몸이 천근이나 되었다.
나이에는 장사가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첫댓글 욕심을 내려 놓아야는데
3셋트라니...
건강조심 하세요.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