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날 가이드가 착각을 한 것이 있었다. 점심 식당을 개주시 바위취안구에 위치한 부자아빠 식당으로 잡은 것이다. 아침부터 예약해놓은 곳인데, 답사 일정과는 맞지 않았다. 연통산성에서 오후에 볼 고려성자산성(건안성)까지는 차로 30분이면 갈 거리인데, 연통산성에서 동쪽이 아닌 서쪽으로 약 50분을 되돌아갔다. 바위취안구 지역은 2년 전 와본 적이 있는 개주시의 신 개발지역이다. 시간 낭비가 심했다. 게다가 식당은 단체손님을 처음 맞이한 탓에, 음식 나오는 속도가 느렸다. 답사 여행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식당 때문에 시간이 낭비되는 일이다. 그런데 화를 낼 수 없게, 이번 식당은 음식이 아주 맛있었다. 맛있게 식사를 한 탓에, 가이드에 대한 화도 좀 풀렸다. 이번에 답사에서 처음 만난 류평일 가이드는 이날 식당 위치를 잘못 잡은 것 외에는 다른 일들은 너무 잘 했다. 류가이드에게 올 10월초에 예정하고 있는 연행사길 답사 이야기를 잠깐 했더니, 여행사를 통해 미리 정보가 흘러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류가이드는 『열하일기』를 갖고 다니면서 읽고 있고, 피서산장이 있는 승덕 지역도 개인여행으로 가봤다고 한다. 자신은 준비된 가이드라는 인상을 내게 심어줄 만큼, 열심히 일하는 가이드였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건안성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최소 1시간은 늦어졌다. 3시간 이상 보려던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우선 팀을 둘로 나누어 건안성 북벽을 산행할 팀과, 성 안을 걷는 팀으로 나누었다. 2년 전 건안성 북벽을 아주 잘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평지길을 택했다. 대신 남서벽을 보려고 계획했었다. 건안성 안으로 들어가 판축 흔적이 뚜렷한 곳에서 성벽을 보았다. 집집마다 말린 옥수수대가 연료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쌓아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성 내부를 둘러보고, 다시 남서문 쪽으로 향했다. 이때 아주 아쉬웠던 것은 내가 돌아온 곳에서 조금만 더 동문 쪽으로 걸어갔으면, 건안성 발굴 현장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다른 분들의 사진을 통해 보았지만, 너무 아쉬웠다. 남서문에 갔더니 중간에 성혈(星穴) 바위가 있었다. 남서벽에서도 발굴 진행 중이었다. 발굴 중이라, 남서벽을 보려던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남서문의 옹성 구조는 여전히 확인이 가능했지만, 성벽 일부가 파괴되어 있었다. 남서벽에는 석성 흔적이 북벽보다 좀 더 잘 남아있고, 고구려 성에서만 볼 수 있는 돌 구멍(용도는 논란 중)이 남아 있어 시간이 되면 다시 보고자 했는데, 길이 막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내려오면서 몇몇 우물도 확인하는 등 성 내부를 좀 더 볼 수 있었다. 내부가 대단히 넓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첫댓글 답사기를 읽으니 아쉬움이 좀 사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답사기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