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담론 - 신영복)
공부는 한자로 '工夫‘ 라고 씁니다. '工’ 은 천天과 지地를 연결하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夫‘ 는 천과지를 연결하는 주체가 사람人 이라는 뜻입니다.
공부란 천지를 사람이 연결하는 것입니다. 갑골문에서는 농기구를 가진 성인 남자로 그려져 있습니다.
인문학人文學의 문文은 문紋과 같은 뜻입니다. 자연이란 질료에 형상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사람人이 한다는 뜻입니다. 농기구로 땅을 파헤쳐 농사를 짓는 일이 공부입니다.
공부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세계는 내가 살아가는 터전이고 나 또한 세계 속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란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한 공부입니다. 자연, 사 회, 역사를 알아야 하고 나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공부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입니다. 세계 인식과 자기 성찰이 공부입니다.
옛날에는 공부를 구도求道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구도에는 반드시 고행이 전제됩니다. 그 고행의 총화 가 공부입니다. 공부는 고생 그 자체입니다. 고생하면 세상을 잘 알게 됩니다. 철도 듭니다. 이처럼 고행이 공부가 되기도 하고, 방황과 고뇌가 성찰과 각성이 되기도 합니다. 공부 아닌 것이 없고 공부하지 않는 생명은 없습니다. 달팽이도 공부합니다. 지난 여름 폭풍 속에서 세찬 비바람 견디며 열심히 세계를 인식하고 자신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공부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의 존재 형식입니다.
우리는 공부를 대체로 고전古典 공부에서 시작합니다. 고전 공부는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 온 지적 유산을 물려받는 것입니다. 역사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대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게 합니다. 언어를 익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전 공부의 목적은 과거, 현재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공부란 세계 인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창조입니다. 고전 공부는 고전 지식을 습득하는 교양학이 아니라 인류의 지적 유산을 토대로 하여 미래를 만들어 가는 창조적 실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고전 공부는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 그 텍스트의 필자를 읽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독자 자신을 읽는 삼독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텍스트를 뛰어넘고 자신을 뛰어넘는 '탈문맥‘이어야 합니다. 역사의 어느 시대이든 공부는 당대의 문맥을 뛰어넘는 탈문맥의 창조적 실천입니다.
공부의 시작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강의도 여기서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가 일생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낡은 생 각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오래된 인식틀을 바꾸는 탈문맥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갇혀 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갇혀 있는 문맥은 많습니다. 중세의 마녀 문맥이 그것의 한 예입니다. 수많은 마녀가 처형되었습니다. 심지어 자기가 마녀라는 사실을 승복하고 처형당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완고한 인식틀입니다. 니체는 중세인들은 알코올로 견뎠다고 했습니다. 최면제인 알코올이 각성제인 커피로 바뀌면서 근대가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공부는 우리를 가두고 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망치로 깨뜨리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 공부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생각이 머리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전두엽의 변연계에서 형성되는 이미지를 생각이라고 한다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생각은 잊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어머니가 떠나간 자녀를 잊지 못하는 마음이 생각입니다. 생각은 가슴이 합니다. 생각은 가슴으로 그것을 포용하는 것이며, 관점을 달리한다면 내가 거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생각은 가슴 두근거리는 용기입니다.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애정과 공감입니다.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먼 여행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 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현장을 뜻합니다. 애정과 공감을 우리의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세계 인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 공부이고 공부가 삶이라고 하는 까닭은 그것이 실천이고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 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출처] 담론 - 신영복|작성자 초록빛나무
첫댓글 학년이 오를수록 공부가 어렵 듯 나이들수록 인생공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