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운동회가 생각이 난다. 쌀 가마니를 어깨에 들쳐메고 깃대를 돌아오는 달리기를 다 익히 알 것이다. 달리기를 할 때는 그곳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 어떤 의미에서 오늘은 내 자신이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행동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좋은 터닝 포인트였지 않나 싶다.
한국작가회의 15년도 정기 총회에 참석하고 뒷풀이를 마친 뒤 심야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저녁 11시 10분 티켓팅을 하고 보니 출발 2분전이다. 난감부르스다. 주거니 받거니 마신 맥주가 부풀은 풍선이다. 앗차하면 터지기 직전인데 에라 모르겠다. 총알다리로 화장실을 갔드니 긴장했나 나오질 않네. 순천 여수 보령까지 불러보며 겨우 마치고 다시 출구로 뛰어갔드니 버스는 저만치 빠져 나가는 중이다. 손짓으로 타빌레라 한판 휘저으니 운전기사 양반 내 절박하게 풀어내는 살풀이 춤을 멀리서도 용케 알아본다. 그러면 그럴테지 그렇게 멋진 춤을 아무나추나. 가쁜 숨을 몰아 차에 올라 타니 "좌석은 6번" 외로운 창가 참 외롭네. 그래도 다행이지. 다음엔 차타기 전 술은 안먹어야지 다짐은 하지만 글쎄 그거 지켜질려나 모르지만.
아침 여덟 시를 이불에다 재우고 난 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서울에 도착하니 12시 50분이다. 광주에서 기차로 올라온 나종영 형께서 용산역 4층 진국설렁탕으로 오라는데 대답은 쉽게 하였지만 9호선 타고 노량진에서 갈아타 용산역을 가야되는데 맘대로 되나. 이미 서울은 우리같은 시골 궁민은 한참을 헤매게끔 기호화된 요상한 도시가 되었다. 시인인 내 눈으로도 상징화된 시어를 도저히 읽어낼 수가 없다. 이 땅은 숫자와 화살표 몇개의 기호가 언어가 되는 서울공화국. 거대 도시속에 사는 인간들은 참으로 대단했다. 눈 하나 흐트러짐없이 기호를 따라 척척 이동을 하는데 이것은 기계적으로 조작된 외계인들이 분명하다. 난 지능이 떨어진 족속이고 계속 퇴화되어야만 한다.
허겁지겁 용산역에서 내려 4층에 있는 진국설렁탕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조진태 회장. 유종 목포 회장과 소주 한병 거뜬 해치우고 먼저 가신 종영형한테 내가 헤매다 늦어져 미안했지만. 총회 장소를 찾아가는데 남산 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풍경은 추억을 되살려 준다. 스물 다섯 살적 추억이 몇 컷 스치듯 찾아온다. 세월은 흘렀지만 내 기억까진 어쩌지 못하겠지. 먼 훗날은 오늘을 어떻게 또 기억하고 있을지. 내가 여길 왔다 간 의미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왔었는가가 더 중요한것이겠지.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 결정을 해야할 때가 있다. 오늘이 나에게는 그런 날이었던 셈이다. 내년에도 이런 날은 올 것이다. 난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겠다.
'아침 여덟 시를 이불에다 재우고 난 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소설가들이 보면 이 문장 탐 나겠다. 시간은 없고 오줌은 안 나오고...긴장해서만 그런 게 아닐 게다. 그래도 그 정도 나이를 먹으니 이런 글발과 통찰도 생기는 것이니 너무 서글퍼하지는 말거라. 너야 워낙 다른 종이긴 하지만. 하하. 난 요즘 며칠 째 독감으로 죽을 맛이다. 헐!!!
첫댓글 총회를 다녀오며....란 제목과 다르게 내용은 아주 흥미진진하네요~~^^
낚시 밥이죠
좋은 거로 뿌렸습니다~~^^
역시 회장님 글빨은 유난히 중독성이있습니다.수고하셨어요.해장은 잘 하셨는지.^^회장님도 헤매시는데 전 아예 답이 없을겁니다.^^
속풀이용 글이니 참고 바랍니다~^^
이거 뭐 즉각즉각 올라오네...
서울 올라간 김에 며칠 있다 오지 그래 그냥 당일날 내려옹가
아마도 서울 강추위에 쫓겨 온 모냥...
암튼 고생했어..
자네 시린 입이 술 생각이 날텐데 내 입만 어이 좋아서 좋것는가~~^^
총회에 가고싶어도 왜 그 발길이 요리 어려운지 원.....그나저나 순천촌놈 고생했수다. 페북에는 총회 안건 토론이 아주 뜨거웠다고 하던데 우리 회장님은 즐겁기만 하시고~
그러지도 않았어요
숲을 봐야지
나무 가지 몇 개 상한 삭정이를 보고
숲이 다 상했다 한다고나하는 정도
내 생각은 집행부도
많은 노력을 했다고 봅니다~~~
두리번거리며 다니신거 아니죠?
그러시면 촌티나거든요ㅋㅋ
그날의 선생님의 동선이 훤하게 그려지는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일부 숨겨 놓기도 했는데~~^^
@박철영 기우는 달님이 가늘게 눈뜨고 봤을거예요^^
@김명자 그랬을까요~~^^
'아침 여덟 시를 이불에다 재우고 난 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소설가들이 보면 이 문장 탐 나겠다. 시간은 없고 오줌은 안 나오고...긴장해서만 그런 게 아닐 게다. 그래도 그 정도 나이를 먹으니 이런 글발과 통찰도 생기는 것이니 너무 서글퍼하지는 말거라. 너야 워낙 다른 종이긴 하지만. 하하. 난 요즘 며칠 째 독감으로 죽을 맛이다. 헐!!!
하하
이렇게 웃으면 진짜 별종이 될텐데요
요즘 감기 독해요
저도 빠져나오느라 혼났습니다.
글고 그 문장 괜찮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