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이제 세계인들 가운데서도 아는 사람들이 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잘 아는 분의 이야기인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비난만 잔뜩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편에서 온 국민의 성원을 받아 굴지의 관객 동원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기야 그래서 이번 2편이 더 부담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또 다른 기대를 모을 수도 있습니다. 기대와 부담이 어우러져 색다른 연출로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낼 것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어그러지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명장의 이야기인 만큼 신납니다. 더구나 아주 어려운 처지의 나라를 구하는 전쟁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멋진 승리의 이야기지요.
전쟁의 영웅이면서도 다른 무장들과는 좀 다르게 글을 많이 남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록들로 인하여 더욱 사실적으로 당시의 전투 상황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주변의 상황이나 정세 함께 하는 장수들과 장병들의 상태와 더불어 본인의 심중까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전투에서 전개된 병법과 작전 등을 상세히 알게 됩니다. 그것을 현대의 기술과 빼어난 연출 나아가 연기자들의 혼신의 노력이 합하여 걸작으로 나옵니다. 당시 상황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그 전투 속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집니다. 박진감이 넘칩니다. 그런데 참 놀랍습니다. 해전을 보여주는데 실제 바다에서 촬영한 것은 없답니다. 세상에!! 그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사실 3대 대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번 ‘한산 대첩’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진작 본 ‘명량 대첩’이 두 번째입니다. 마지막 ‘노량 대첩’이 남아 있습니다. 한산 대첩에서 명량 대첩 사이에는 5년의 기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명량 대첩에서 노량 대첩 사이에는 1년의 기간이 있을 뿐입니다. 하기야 왜군이 쫓기는 마당에서 마지막으로 치른 전쟁이기도 합니다. 한산에서의 완패로 인하여 왜군은 꽤나 조심스러워졌을 것이고 시간을 두고 새롭게 준비를 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사이 나라의 정세도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잘 아는 대로 모함을 받아 이순신 장군이 옥고도 치릅니다. 그 사이 우리가 패배하여 가지고 있던 함선들을 거의 다 잃었지요. 잘 아는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말이 바로 명량 대첩에서 나옵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치른 전투 하나하나를 그리기에도 벅차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가운데 3대 대첩을 빼내서 영화를 만들기로 한 줄 알고 있습니다. 이제 두 가지를 만들어 냈으니 하나만 만들어 내면 됩니다. 아마도 그 각각의 전투에서 장군이 어떠한 상황을 안고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떤 전술을 전개하는가 하는 것이 관심사인 줄 압니다. 명량에서는 단 12척의 함선으로 대규모 왜적을 상대하여 물리쳐야 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전략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단 군세가 너무 차이가 컸으니 말입니다. 도무지 상대가 안 되잖아요. 단 12척으로 백 척이 넘는 적을 상대하다니!
아무튼 한산은 거의 대등한 상황에서 겨룹니다. 상대는 육지전에서 영웅시 되었던 ‘와키자카’입니다. 물론 그의 과거를 보면 해전에서도 꽤 유능한 장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수령이 육지에서 잘 싸우고 있는 그를 수장으로 발탁하였을 것입니다. 육지에서의 전과가 그를 다소 교만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순신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거북선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여 그 약점을 파악, 이겨낼 방도까지 준비합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그러리라 예측하고 대비할 줄은 몰랐던 것입니다. 전쟁에서 정보의 중요성과 더불어 상대가 어떻게 할 것까지 예측하는 능력이 필요함을 깨닫습니다.
더구나 왜군의 아주 큰 약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일본의 정치적 상황이기도 하였기에 어쩔 도리가 없는 약점이 되었습니다. 전체 군을 통솔하는 대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군을 지휘하는 장군이 따로 있기에 그들 각자가 자신의 공적을 쌓으려 서로 경쟁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와키자카는 자신을 도우려 왔던 장수의 함선을 모조리 빼앗고 쫓아냅니다. 자신들 안에서 분쟁이 생긴 것입니다. 막다른 지경에서 서로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유리한 여부를 가늠하게 되는 것이지요. 불리하다 싶으면 아군일지라도 구하려고 구태여 목숨 걸고 나서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쟁자보다 공을 먼저 많이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 왕에게 잘 보여 출세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의(義)보다 개인의 명예와 권세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 유명한 ‘학익진’이 어떻게 성공하여 완승을 하는지 보여줍니다. 이순신 장군과 적장 와키자카 두 사람의 인격의 전쟁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다르지요. 영화 ‘명량’에서 보인 묵직함보다는 여기서는 이순신 장군의 철저한 준비, 모두를 의식하는 관용, 인내심과 끈기 그리고 확신을 가진 전략이 빛을 발합니다. 이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마음이라도 일단 통쾌한 승리를 맛보게 해줍니다. 영화 ‘한산 - 용의 출현’(Hansan: Rising Dragon)을 보았습니다.